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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인터넷은행 규제완화’ 놓고 정치권 찬반 논쟁 가열

등록 2018-08-09 21:11수정 2018-08-09 22:27

“사금고 악용 막겠다” vs. “저축은행 사태 보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정치권에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원칙 훼손과 규제 완화 실효성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시절 당론으로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에 반대했지만, 문 대통령의 요구대로 찬성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당 일부 의원과 정의당은 ‘득보다 실이 큰 정책’이라며 반대한다.

■ ‘재벌 사금고화’는 기우? ‘은산분리 원칙’이 담긴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보유 주식을 4%까지만 갖도록 해, 재벌이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은행의 돈을 가져다 쓰는 부당거래를 막고 있다. 정부·여당은 특례법을 통해 인터넷은행에만 예외적으로 산업자본의 의결권 보유 주식을 확대하는 것이어서 은산분리 원칙을 깨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병욱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9일 “총수가 있는 대기업은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못 되고, 대주주와 (대출)거래도 제한하는 내용을 특례법에 담아 부작용이 없도록 입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작은 구멍 하나가 (은산분리란)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며 “나중에 일반은행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규제를 풀어달라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막겠느냐”고 우려했다. 정의당은 차명대출을 통한 악용 가능성이 여전해 기업의 사금고화를 완벽히 차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대주주에 대한 대출규제가 있었음에도 차명대출을 통해 규제 우회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시중은행 경쟁 자극하는 메기효과? “인터넷은행 활성화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문재인 대통령)이란 이른바 ‘메기 효과’도 논란의 대상이다. 인터넷은행이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확대 등 금융 서비스 제공과 함께 일자리도 창출해, 오랫동안 유지된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란 얘기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3월 인터넷은행이 고신용자(1~3등급)에게 대출한 비중(96.1%)이 시중은행(84.8%)보다 높았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현재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직원은 500여명, 케이뱅크는 280여명인데, 대부분 기존 은행원이 옮겨온 것이고 신규 일자리가 아니다”라며 고용 창출 효과도 미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비대면 대출’이란 업무 속성상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재벌 사금고화는 기우?
민주당 “대주주 대출 차단”
정의당 “우회대출 못 막아”

메기효과?
문 대통령 “금융혁신 촉진”
“경제활성화 확인 안돼” 반론

K뱅크 특혜?
특례법 제정땐 K뱅크 증자 유리
“ICT 기업에 특혜 주겠다는 것

■ 핀테크 산업 육성? 현재 정부는 인터넷은행을 ‘핀테크(금융+기술) 생태계의 구심점’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은행이 발전해야 핀테크 산업도 육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동일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인터넷은행이 간편결제 시스템의 전부인 양 호도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기존 은행들도 핀테크를 이용하고 여력 있는 고객이 (인터넷은행보다) 더 많은데 어떻게 인터넷은행을 통해서 핀테크를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 케이뱅크 특혜? 현재 영업 중인 인터넷은행 중 카카오뱅크는 특례법 없이도 순항하는 반면, 케이티(KT)가 주주인 케이뱅크는 지난해 800억원 손실을 봤다. 특례법이 제정되면 케이뱅크가 향후 증자에 성공해 수혜를 볼 대상으로 지목된 이유다. 케이뱅크는 2016년 설립 때부터 박근혜 정권과의 유착으로 케이티가 받은 선물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추혜선 의원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특혜를 없애겠다는 이 정부가 아이시티(ICT·정보통신기술) 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서영지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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