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서울의 한 대학에서 논술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의 모습. 김태형 기자
2014년 경북 경주의 한 사립고 행정직원은 중간고사 시험지를 인쇄 과정에서 빼내어 학부모에게 건넸다. 2015년 전남 여수의 일반고 교사는 기말고사 시험지를 조카에게 전달했다. 2017년 서울의 특목고에서는 교사가 시험지를 인근 학원장에게 전달했다. 올해 부산의 한 특목고에서는 학생 2명이 교수연구실에 들어가 시험지를 촬영해 메신저로 공유했고 서울의 한 자사고에서도 학생 2명이 시험 당일 새벽 교무실에 들어가 교사 책상에서 시험지를 훔쳤다.
이렇게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은 모두 13건이다. 그러나 시험지 유출을 감시하기 위해 CCTV가 설치된 고등학교는 전체의 절반이 못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국 2363개 고교 중 시험지 보관시설에 CCTV가 설치된 곳은 1100개 고교로 설치율은 46.97%였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컸다. 울산이 91.23%, 대구가 89.25%, 서울 65.42%로 높은 설치율을 기록했지만 전북(14.29%), 대전 (27.42%), 충남(29.66%)은 저조했다.
시험지 유출 사고 뒤 대응 방식은 학교마다 차이가 컸다. 행정직원이 학부모에게 시험지를 전달한 경주 고교에서는 직원을 해임하고 유출 사실을 서면 형식으로 학교에 게시하는 선에서 문제가 마무리됐고 재시험은 치르지 않았다. 조카에게 시험지를 건넨 여수 고교 교사도 해임됐지만 사건을 교직원 회의에만 보고하고 재시험은 없었다. 반면 교사가 학원장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서울 특목고에서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사건을 알리고 해당 과목에 대해 재시험을 치렀다.
박용진 의원은 “각 학교마다 학교 구성원에게 보고하는 방법이나 재시험 여부 등 대응 방법이 제각각이었다. 시험지 유출사고 대응을 위한 교육부의 매뉴얼이나 가이드 라인이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월20일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에서 △시험지 보안관리 관련 시도교육청 지침 개정 △인쇄실 및 시험지 관련 시설에 대한 CCTV 설치 등 시설보완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예방에만 집중했을 뿐 사고 이후 대응 부분은 미흡하다. 시험지 유출 사고 예방과 사후 대응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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