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야기하 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와 정부가 강력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방안을 당론으로 정하지 못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그동안 민주당이 고수해온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 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2시간 반 정도 논의했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신중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의원들의 우려를 법안에 충분히 반영하고,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 우려 사항들이 충분히 논의·합의되면 다시 정책의총을 열어 추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은행법은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4%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소유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현행 4% 한도를 25%, 34%, 50%까지 확대하는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의결권 보유 주식을 4%→34%로 상향 조정하는 특례법을 발의한 정재호 의원(정무위원회 간사)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대출 금지 등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를 막는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특례법이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최운열·김병욱 의원도 인터넷은행 특례법 찬성 의견을 냈지만 이날 기존 ‘은산분리 당론’을 거스르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 부재’와 ‘전략 부재’에 대한 질타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은산분리’ 원칙은 민주당 당론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20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 간사였던 이학영 의원은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려고 지금까지 같이 싸워온 지지층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전략이 필요했고 이 법안을 매개로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몇 개의 법안과 바꿀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제윤경 의원도 “금융산업에서 중요한 건 핀테크(금융+정보기술)인데, 인터넷은행은 결국 예금·대출 기능”이라며 ‘인터넷은행 규제완화=핀테크 발전’ 논리에 의구심을 표했다고 한다. 박용진 의원은 “우리 당이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를 꾸준히 반대했는데 여야 합의까지 하고 정책의총을 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가 문 대통령의 ‘규제혁신 의제’인 만큼 강력히 반대하진 못했지만, “왜 이 법안이 금융계 혁신성장의 대표 정책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의원은 “의원들 대부분 은산분리 원칙은 지키자는 의견이 강했다”며 “특례법은 케이뱅크 자본을 늘려주는 것 외엔 효과가 없어 보이는데 이게 왜 이슈가 됐는지 의원들 대부분이 갑갑해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열린 자세로 충분히 의견을 들었다”며 다음 의총에서 당론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을) 25%에서 34% 사이에서 하면 되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태규 엄지원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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