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왼쪽)가 27일 오전 국회 대표실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주제·형식과 상관없는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가 27일 야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두루 만나 예산안·법안 처리,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독선적 이미지가 강한 이 대표이지만 취임 인사차 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선 부드러운 덕담을 건네며 초당적 협조를 부탁했다. 민생·개혁 입법을 위해선 협치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반갑게 악수한 뒤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러 법안도 많고 예산안도 있어서 야당과 잘 대화해서 원만히 처리하는 걸 도와주십사 부탁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강단이 있으시기 때문에 진정한 협치를 위해 집권당을 잘 아우를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여야 의원들이 동행하는 안이 검토되는 것을 놓고선 김 원내대표가 “대통령 곁가지로 일정이 잡히는 것”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우리 대표님 의외로 후덕한 분”(김성태), “열심히 도와드리겠다”(이해찬)는 대화가 오가는 등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다.
이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에선 약간의 긴장감이 흘렀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시절 각각 국무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사이다. 이 대표는 5당 대표 회동을 거듭 제의했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서로 협의할 것은 협의해야 한다. 다만 기본적인 경제정책에 있어 서로의 생각이 상당히 달라 그런 부분에 대해 저희 나름대로 얘기할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왼쪽)가 27일 오전 국회 대표실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 대표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만나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협조를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도 협조하고 싶은데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의 참여가 어려우니 각 당에서 분위기를 잘 만들어보자”고 답했다고 김수민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서울대 72학번 동기이자 열린우리당을 함께 창당했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당은 다르지만 이 대표의 노선과 저의 길이 다르지 않다. 개혁 노선에 대한 큰 희망을 갖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민주평화당·정의당이 협력을 해왔는데 그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최고 수준의 협치를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호응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의 만남에선 선거제도 개혁이 주제로 올라왔다. 이정미 대표가 “이번 정기국회가 골든타임”이라며 민주당의 노력을 촉구했고, 이해찬 대표는 “차츰 논의를 하면 (선거제도 개혁은) 꼭 못할 문제도 아니다”라며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태규 정유경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