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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예정된 퇴짜’에도 야당 압박한 청…‘민족 중대사’에 완고한 야

등록 2018-09-11 21:03수정 2018-09-11 21:26

‘남북정상회담 동행’ 논란 계속
청와대가 11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국회의장단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을 만나 동행을 거듭 요청했지만 이들 모두 거절했다. 여당 지도부는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할 기회를 왜 거부하느냐’고 야당을 비판했지만, 내부에선 청와대가 세심한 조율 없이 야당을 공개 압박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국회에서 손학규 대표를 만나 정상회담 동행을 당부했다. 전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장단, 여야 5당 대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9명의 동행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뒤 한 수석이 초청 대상자들에게 청와대의 뜻을 다시 전하러 온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손 대표는 “어제 정상회담에 안 간다고 했는데 무엇 하러 왔느냐”며 한 수석에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손 대표는 한 수석과의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안 간다고 먼저 말했는데 (이후) 임종석 실장이 티브이(TV)에 나와서 초청한다고 하더라. 야당에 자리를 만들어줬는데 야당이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는 효과를 주는 것밖에 더 되냐”며 “(야당을 대하는) 예의에 어긋난다. 그러지 말라고, 대통령에게 잘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 수석은 동행 거부를 밝힌 국회의장단 가운데 주승용·이주영 부의장도 만났지만 이들도 불참 뜻을 바꾸지 않았다. 한 수석은 ‘이런 공개 요청이 야당 압박용 아니냐’는 물음에 “야당을 압박한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당의 이익이나 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티끌만큼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당에서도 청와대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을 가게 하려면 막후에서 논의해야지 그런 것도 없이 그냥 가자고 (공개적으로) 채근만 하고 있다”며 “내가 야당 의원이라도 지금의 청와대 행보는 야당을 옹졸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의원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행 문제 자체로 논란을 만드는 상황이 이해가 잘 안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제안한 직후 환영의 뜻을 밝혔던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단과 정당 대표들의 동행 방북이 초유의 일인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제안 과정에서 더 세심하고 충분한 사전 조율이 필요했다”고 짚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남북관계가 일관성 있게 이어지려면 국회의 뒷받침이 필수적인 만큼 두 야당 대표가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둬주시기 바란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가 3차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것만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또 어디 있겠냐”고 했다.

김태규 송경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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