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보수야당: ‘한국+바른미래’…소수 호남의원 반발 관건
②공동교섭단체: ‘평화+정의’…부족한 ‘1석’을 채워라!
③비례3인방: 야권재편 여러 시나리오 속 ‘소중한’ 3석
④올드보이: “중도개혁 통합세력” 손학규 꿈의 행방은?
②공동교섭단체: ‘평화+정의’…부족한 ‘1석’을 채워라!
③비례3인방: 야권재편 여러 시나리오 속 ‘소중한’ 3석
④올드보이: “중도개혁 통합세력” 손학규 꿈의 행방은?
이번 추석 연휴가 지나면 20대 국회 후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2016년 6월 개원한 뒤 2년이 지난 건데요.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부터 문재인 대통령 당선까지 격변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국회의 지형에도 전과 다른 변화가 적잖았는데요. 몇가지 신조어들이 탄생했습니다.
① 보수야당
현재 국회엔 야당이 6개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대한애국당입니다. 큰 정당 두 곳이 여당과 야당을 번갈아하던 때에 비해 다분화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지난 총선때 국민의당이 40석을 확보하며 비교적 큰 규모의 제3정당이 됐고, 이후 자유한국당에서 분화한 바른정당과 합당하며 이에 대한 반발로 민주평화당으로의 분화가 또 이뤄지면서 야당 갯수가 많아졌습니다. 이 중 교섭단체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두 곳인데요. 두 당을 묶어 ‘보수야당’이라는 용어가 탄생했습니다.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진보적 성향의 야당과 대비한 말인데요. 보수야당은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공무원 증원 방향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날을 세우고 있죠. 정부가 주도하지 말고 시장에 맡기라는 기조가 큰 틀에서 같습니다. 외교·안보에서도 비슷한데요. 지난주 3차 남북정상회담때 평양에 함께 가자는 청와대 제안을 두 당은 나란히 거절한 바 있죠. 바른미래당은 국회 특별활동비 폐지에서 민주당, 자유한국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제3정당으로서 거대 정당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점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이 ‘보수야당’ 표현에 대해 바른미래당 안에서 ‘발끈’ 하는 이들이 소수 있는데요. 바로 국민의당 출신에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입니다. 바른미래당엔 광주의 김동철, 박주선, 권은희 의원과 전남 여수의 주승용 의원, 전북 군산의 김관영 의원 등 5명의 호남 의원들이 있는데요. 국회 부의장(주승용)을 비롯해 원내대표(김관영), 정책위 의장(권은희) 등 중책을 맡은 이들이 많습니다. 이달 초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동철 의원은 기자들에게 여러차례 “보수야당이라고 우릴 표현하지 말라”고 얘기했습니다. 지난 6월15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중도개혁실용정당을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를 실패해서 보수야당의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한 것”을 지난 지방선거 참패 요인으로 꼽기도 했는데요. 당 안팎에서는 자유한국당과의 ‘묶임’이 호남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라도 선긋기에 나서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차기 총선’의 당선 가능성을 감안할 때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후반기 국회에서 이들이 야당으로서 ‘반정부’의 노선을 걸으면서도 ‘보수야당’이 아닌 ‘○○야당’으로 자유한국당과 어떻게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지가 후반기 국회에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른미래당 새 지도부는 빈 칸을 ‘중도’, ‘대안’, ‘실용’ 등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인데요.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바른정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보수 표현에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 지지 등 진보적 프레임엔 큰 이질감을 보이고 있죠. 당내 이견을 조율하는 것도 관건입니다.
② 공동교섭단체
나머지 야당 가운데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각각 14석과 6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교섭단체’라는 생소한 제도를 끌어왔죠. 합당하지 않은 채 교섭단체 기준(20석)을 충족시키며 원내에선 같은 길을 걷는 것인데요.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서거 뒤 공동교섭단체가 깨지면서, 부족한 1석을 어디서 끌어올지가 관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호남의 무소속 손금주, 이용호 의원은 최근 “민주평화당에 갈 거냐 말 거냐”는 질문을 매일 듣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 중 한 명만 오면 될 것이냐.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는 않습니다. 지난 8월 정동영 대표 체제가 탄생하는 과정에 민주평화당 의원들은 ‘남-북’ 갈등을 겪어왔는데요. 전북의 조배숙, 정동영 의원과 전남의 박지원, 천정배 의원 등의 기싸움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지도부 교체 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탈당 얘기까지 내부적으로 거론돼왔는데요. 민주평화당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무소속 의원들이 결단을 내리기가 쉽진 않겠죠. 이용호 의원은 민주평화당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해 “출구가 없는 건물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다. 나중에 어떻게 빠지겠냐”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민주평화당 지지율이 미미한 가운데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이들 무소속 의원들이 ‘차기 총선’을 감안할 때 일단 관망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보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여기서도 결국 문제는 차기 총선의 당선 가능성인 것이지요. 후반기 국회에서도 ‘1석 채우기’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③ 비례3인방
비례대표 3인방도 20대 국회 전반기때 탄생한 특이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에 반대하지만 비례대표여서 민주평화당으로 뛰쳐나갈 수 없었던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을 이르는 말인데요.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는데 바른미래당에서 출당시켜주지도 않고 있죠. 3인방은 기회가 될때마다 “출당”을 촉구하고 있지만, 그럴 이유가 ‘1도 없다’는 게 바른미래당 내부 반응입니다. 30석의 의석을 굳이 줄일 이유도 없거니와 차기 정개 개편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는데 섣불리 행동할 필요 없다는 것인데요. 30명의 바른미래당 의원 가운데 바른정당 출신은 9명, 국민의당 출신은 21명입니다. 자유한국당 개혁 정도에 따라 혹시라도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꺼번에 움직일 경우 ‘3인방’ 마저 없다면 교섭단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거든요. 야권 재편에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확보 의원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겠지요.
최근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서는 ‘국민의당 시즌2’라는 용어도 등장하고 있는데요. 자유한국당발 야권 재편이 본격화할 경우 바른미래당의 호남 의원들과, 민주평화당 내 뜻맞는 의원들이 손을 잡아 ‘어게인(again) 국민의당’을 만들자는 얘기가 물밑에서 오가고 있는데요. 이같이 여러 시나리오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 여부에는 역시 ‘차기 총선’에 대한 각 의원들의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입니다.
참, 한편 비례3인방 중 이상돈 의원은 최근 민주평화당에서도 마음이 떠났다고 합니다. 바른미래당 일정은 물론 민주평화당 일정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는데요. 후반기 국회 시작과 함께 당분간은 ‘환경’ 전공을 살려, 상임위인 환경노동위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중앙대 법대 출신의 이 의원은 환경법을 전공했습니다.
④ 올드보이
‘올드보이’는 새로 만들어진 말이라기보다는 ‘부활한’ 용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대표가 각각 민주평화당,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대표에 잇따라 당선되며 오르내리기 시작한 말이죠. 이 가운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달 초 당선된 순간부터 “정파의 통합”, “중도개혁의 통합세력”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는데요. 전부터 제3지대 규합을 강조해왔던 손 대표가 야권 재편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을 취할지, 취할 수 있을지도 앞으로 지켜볼 만한 지점으로 꼽힙니다.
혼돈이 넘친 만큼 ‘신조어’도 많았던 전반기 국회…. 후반기엔 또 어떤 용어가 탄생할 수 있을까요?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6월26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시 당 대표 권한대행을 예방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3월29일 이용주 민주평화당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와 윤소하 정의당 당시 원내수석부대표가 공동교섭단체 구성의 합의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비례대표 3인방' 중 박주현, 장정숙 의원이 지난 6월20일 “바른미래당은 보수 야합을 거부하고 비례 3인을 풀어달라”고 촉구하며 관련 법을 발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송경화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8월8일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당 대표·최고위원 출마선언을 할 때의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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