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왼쪽 세번째)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네번째)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에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힌 바른미래당을 직접 설득하며 공을 들였지만 바른미래당은 8일 의원총회를 통해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바른미래당이 기조를 급하게 바꿈에 따라, 남북 문제에서 자유한국당을 고립시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압박하겠다는 여권의 기본 전략이 흔들리게 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상태로는 국회 비준 동의는 필요없다고 보는 게 다수의 법리적 해석”이라며 “국회 비준 동의 없이도 대통령이 직접 비준하고 관련 절차를 밟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판문점선언을 지지하는 국회 차원의 지지 결의안을 추진하고, 비용에 대해 추가 논의가 진전되면 그때 국회 동의를 거치자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오고 추가적인 남북 합의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국회 비준을 요구하고 절차를 요구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의 이런 결론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에 긍정적인 당 지도부와 비준 동의에 강하게 반대하는 당내 일부 의원들의 견해 사이에서 절충안을 낸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초청했고, 조 장관은 의총에 앞서 1시간40분 동안 남북정상회담 경과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전향적 행보’는 ‘무조건 반대’ 입장에 가까운 자유한국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 제3정당으로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상욱, 이학재, 이언주 의원 등 당내 대표적인 보수 쪽 의원들이 이날 조 장관 설명회에 불참하거나, 지도부에 항의하며 퇴장하는 등 당내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판문점선언을 지지하지만, 비준 동의는 못하겠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면서 정부·여당이 추진한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통과 역시 난기류를 만나게 됐다.
앞서 이날 오전 여권은 고위 당·정·청 회의를 시작으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후속 조처를 논의하면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위해 야당을 설득하기로 뜻을 모았고 남북군사합의가 비준 동의 사안인지를 법제처에 의견을 의뢰했다.
고위 당·정·청 회의가 끝난 뒤에는 홍영표(민주당)·장병완(민주평화당)·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판문점선언의 조속한 국회 비준 동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3당 의원들과 민중당, 무소속 의원 3명(강길부·손금주·이용호)이 연명한 비준 동의 촉구 결의문을 읽었다. 동시에 여당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다른 행보를 기대했던 바른미래당도 ‘비준 동의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자유한국당을 고립시켜 압박하려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김태규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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