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가톨릭 신자 문 대통령 어릴때 구호식량 배급 첫 인연 10살 때 세례, 묵주반지 20여년째 바티칸 연설 뒤 “꿈만 같다” 감격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마친 후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베드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연설까지 한 것은 꿈만 같습니다.”
17일(현지시각)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 연설을 한 문재인 대통령은 가슴 벅찬 소감을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6일 교황청 소유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교황청과 북한 교류가 활성화하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특별기고도 했다. 우리 시각으로 18일 밤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하고 교황의 북한 방문을 제안했고, 교황은 사실상 방북 제안을 수락했다.
유럽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이 교황청 방문 기간 남다른 행보를 보여주면서, 문 대통령의 독실한 천주교 신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부산 신성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티모테오’다. ‘하느님을 공경하는 이’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천주교 신앙을 가지게 된 계기를 밝혔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근처에 있는 성당에서 구호 식량을 배급해 주기도 했다. (중략) 초등학교 1~2학년 때 배급 날이 되면 학교를 마친 후 양동이를 들고 가 줄 서서 기다리다 배급을 받아오곤 했다. 그때 수녀님들이 수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어린 내 눈에는 천사 같았다. 그런 고마움 때문에 어머니가 먼저 천주교 신자가 됐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세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62년 첫 영성체를 한 뒤 기념촬영한 모습. 둘째줄 왼쪽에서 두번째 동그라미 속 학생이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가족 제공.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결혼식도 부산 신성성당에서 올렸다. 김 여사도 ‘골롬바’(평화의 상징 비둘기)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여년 전 어머니가 선물한 묵주반지를 늘 끼고 다닌다. 아들이 바쁜 정치 일정으로 성당을 잘 가지 못하자 묵주반지를 선물했다고 한다. 지난 대선 당시 후보들의 애장품으로 문 대통령은 묵주반지를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머니에게 물려받아 왼쪽 넷째 손가락에 늘 끼고 다니는 묵주반지. 이정아 기자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뒤 청와대 관저에 들어간 날에도, 평소 다니던 서울 은평구 홍제동 성당에 요청해 천주교회 전례에 따라 축복식을 열었다. 문 대통령의 멘토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인 송기인 부산교구 신부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7일 오후 (현지시각)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왼손에 묵주반지를 끼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해 11월 청와대의 ‘낙태죄 폐지’ 청원 답변에 천주교가 반발하자, 문 대통령은 “천주교 쪽에 오해가 없도록 잘 설명하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당시 조국 수석은 낙태죄 폐지 청원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말했는데 천주교는 조 수석이 교황의 발언을 왜곡해 인용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이 두번째다. 지난 2014년 교황이 한국을 찾았을 당시 국회의원이던 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 의원들과 함께 광화문 시복식에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초 남북 관계 진전에 관심을 표하며 “문 대통령을 잘 알고 있고, 그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것도 인지하고 있다. 그를 항상 응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화보 문 대통령 유럽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