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자리를 옮기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재를 널리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주식백지신탁 제도의 폐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 등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야당 원내대표들이 비판하자 기업인들의 공직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주식백지신탁 제도 등을 문제삼은 것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정례 회동에서 “대통령께서는 국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지난주 월요일에 여야정협의체 실컷 잘해놨더니 지난 주말 조명래 장관 임명했다. 예산 넘겨놓고 주무 경제부처 장관 경질하는 것 봤냐”며 문 대통령을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 들어서서 1년6개월만에 인사청문회 보고서 제대로 채택되지 않고 7번째 임명됐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이) 4년 반 동안 9명이었다”며 “문 대통령이 보여준 여러 행보가 역지사지와 거리가 있다”고 거들었다.
야당 원내대표들의 협공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가 인재들의 입각을 꺼리게 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청와대 인사담당자한테 들어보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어서 (장관 후보자) 본인들이 거부한다고 한다”며 “장관 자리에 역량있는 분을 모셔야 하고 다른 나라는 기업인들도 내각에 들어오는데 우리나라는 백지신탁제도가 있어 기업인이 장관이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이어진 취임 6개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주식백지신탁 제도 손질을 거듭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7번째(로 검토된) 사람이다. 역량있는 기업인을 모시려고 하는데 전부 거절했다”며 “백지신탁 문제는 실제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게임업체 대표였던) 김병관 의원도 아이티 업계 경험으로 국회에서 일하려고 왔는데 김 의원이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들어가려면 갖고 있는 주식 백지신탁하고 매각하면 중국에서 그걸 사고 기업 자체가 존립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장관 등 재산공개 의무가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직무상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주식백지신탁이다. 고위 공직자의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은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단 3천만원 이하의 주식은 직무관련성이 있어도 보유할 수 있다. 홍 원내대표는 주식백지신탁 제도가 ‘인재를 널리 모으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3년 3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중소기업청장으로 임명된 뒤 주식백지신탁 제도 때문에 사퇴하자 박근혜 정부도 제도 손질에 나섰지만 “‘부실 인선’ 책임을 제도 탓으로 돌린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의 신동화 간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식백지신탁은 공직 수행과 사익 추구가 연결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방편”이라며 “주식매수선택권까지 신탁 범위를 확대하자는 논의도 있는 상황에서 백지신탁 제도를 완화하자는 건 공직자가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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