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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세현 “미, ‘리비아 방식’ 회귀 우려…중·러·일과 협조해야”

등록 2018-11-15 10:55수정 2018-11-15 11:34

“미, ICBM·미래핵 동결 수준서 봉합하면
문재인 정부 치명상…비상대책 세워야”
“NYT, 1998년에도 ‘별도 핵활동’ 주장
트럼프가 바로 ‘가짜뉴스’ 규정해 다행”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미국의 대북 비핵화 정책이 ‘리비아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중국·러시아·일본과 협조 체제를 구축해 미국과 북한을 움직여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에 제안했다.

정 전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위 창립회의의 기조강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 동창리 시험장 해체 등 북한의 상응 조처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는 트럼프 정부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 전 장관은 “(북-미) 싱가포르 합의 이후 북한은 일관되게 미국을 믿고 비핵화 위한 선제조처를 취했다”며 “미국은 상응 조처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고 핵 신고 및 사찰만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이 자진해서 다룬다고 했던 종전선언을 최근 해리스 새 주한대사가 ‘종전선언은 마지막에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미국 실무관료들에 의해서 북한의 선 행동을 요구하던 지난 25년간의 인습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리기로 했던 김영철-폼페이오 회담이 깨진 것도 미국의 이런 태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그날 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살펴보니 7일 베이징에서 (오후) 1시에 떠나는 뉴욕행 비행기를 예약했다가 취소했고 (오후) 11시30분으로 옮겼다가 다시 취소했다”며 “물밑회담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상응 조치의 초보적 단계라도 해줄 거라는 희망이 있어야 하지만 뉴욕 대표부에서 전혀 답이 안나오니 (북한이) 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안 온 것으로 돼있는데 이 일이 있고난 뒤 미국 내 대북 여론이 아주 나빠졌다”며 “자기가 원인 제공했단 생각을 전혀 안한다. 미국이 그렇다”고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직후 “짧은 시간내 북한 비핵화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고 바뀌고 있다며 미국의 대북 비핵화 정책이 ‘리비아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완전한 핵 포기를 확인한 뒤 경제보상을 하는 게 리비아 방식이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2003년 2003년 핵무기를 비롯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장거리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를 선언하고 미국의 경제 보상이 뒤따랐지만 2011년 ‘아랍 민주화’ 소용돌이 속에서 카다피는 미국이 지원한 반군에 살해됐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선 핵포기는 반드시 레짐 체인지로 이어진다는 공포가 있다”며 북한이 “군사적 위협이 해제되고 체제보장이 이뤄지면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제 경험상 북한은 한 번 얘기가 나오면 달성될 때까지 대부분 그걸 견지한다. 한 번 내놓은 거 절대 안바꾸니까 북한이 경직된 것 같지만 협상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대북 정책기조가) 계속 바뀐다”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만든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가 북-미 협상 과정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FFVD(최종적이고 전적으로 검증된 비핵화)로 바뀌었다가 펜스 부통령이 CVID 용어를 다시 쓰고 있다고 짚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정부 출범 당시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이 ‘최대압박과 관여’를 발표했는데 지금 관여 얘기는 안나오고 압박만 강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삭간몰 기지에서 핵 활동을 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즈>의 최근 보도를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나온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그는 “3월29일에 찍은 (위성) 사진으로 (미국을 기만하고 있다고) 몰아가는 게 어딨냐”며 과거 북-미 협상 과정에서 불거졌던 비슷한 사례를 소개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금강산 관광을 추진하던 1998년 8월 <뉴욕타임즈>가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별도 핵 활동을 하고있다”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에서는 그런 일 없다며 ‘와서 봐라. 아니면 명예훼손으로 뭘 내놓을 거냐’고 했다”며 “(미국이 당시) 식량 60만톤을 (북한에) 주고 들어가서 봤더니 아무것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정 전 장관은 “뉴욕타임즈가 그때도 그런 보도를 해서 깜짝 놀랐는데 이번에도 그 짓을 한다”며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페이크 뉴스’로 규정하고 바로 불을 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 수준이 아닌 ICBM과 미래핵 동결 수준에서 북핵 문제가 봉합되면 경제 문제 이상으로 문재인 정부는 비난을 받을 것이고 치명상을 입게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책)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중·러·일 협조 체제를 통해 미국과 북한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일본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우선 끌어들여야 하고, 그 다음 북한이 선조치를 일부 이행하도록 직접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면서 상응조치로 나오게 해야지 똑같이 가려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중국과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추가 ‘선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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