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부산 누리마루 아펙하우스에서 '2018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이 열려 참석자들이 한반도 평화번영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가 이혜정 중앙대 교수, 오른쪽에서 네번째가 조성렬 연구위원이다. 부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빠르게 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기존 한미동맹 이념과 관행을 뛰어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미국 정치 전문가 이혜정 중앙대 교수가 제안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21일 부산 누리마루 아펙(APEC) 하우스에서 열린 ‘2018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행사에서 ‘한반도 평화의 세 가지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최근 북미협상 교착상태를 “기존 체제와 이념의 관성이 새 평화의 합의와 충돌”하는 것으로 진단하며 세 가지 과제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첫째는 탈냉전기 북미 비핵과 협상의 교착 또는 ‘위기’를 넘어서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예상되는 내년 초까지 북미가 검증(핵 신고, 사찰)-제재를 둘러싼 협상의 교착을 뚫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에 대한 국제적 사찰을 진행하고 미국은 최소한 민생이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제재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을 현재의 교착 국면을 벗어나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설사 북미 협상이 완전히 깨진다고 해도 남북 교류협력과 군사 긴장 완화는 계속 진전시켜 ‘평화의 방화벽’을 건설해야 한다”며 “동맹은 평화의 수단이고 평화는 동맹에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다. 이 교수는 “미국이 베트남이나 중국과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대단히 강압적이고 장기적이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협상에 대한 미국 조야의 비판을 고려하면 한국은 비상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등 한미 군사동맹의 재조정과 남북의 군비통제는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체결을 넘어 새로운 미-중 관계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 교수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패권과 미중 관계의 역사적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초강대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패권 재건전략을 추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인종주의적, 경제적 보호주의의 국가재건노선을 추구한다. 이 교수는 “미국이 어떤 국가재건-패권전략-중국, 동아시아 전략을 제도화할지는 트럼프 이후 정부에서 분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구조적으로 보면 냉전의 ‘정상 상태’는 여러 분야에서 침식됐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의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한미 전략동맹은 해체됐다”면서 새로운 한반도 평화체제를 비롯한 ‘정상 상태’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32년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는 미-중의 새로운 관계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건설하는 보루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전략’ 발제를 통해, 북한의 핵포기 대가로 체제보장과 군사위협 해소조치를 병행하는 ‘포괄적 안보-안보 교환’ 방식을 제안했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제재 완화를 하지 않을 경우 북미관계 전망에 대해 “북한은 비핵화에서 역진하기는 부담이 된 상황“이라며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군사행동을 배제하는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설사 비핵화 협상이 어려워지더라도 군사행동 가능성은 줄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가 여기까지 풀려나온 만큼 남북미 3자 틀 속에서 중재자 및 당사자 역할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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