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직원들의 일탈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여권에서조차 ‘이제는 청와대를 전면 쇄신해야 할 때’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드러난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수사 개입 사건에서 보여준 ‘뒷북 대응’은 청와대 참모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은 30일 조국 민정수석의 경질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 여론 비판 키운 청와대의 무책임한 대응 공직감찰 업무를 맡았던 김아무개 특별감찰반 계장이 지난 10월 경찰에 지인의 뇌물사건 수사 상황을 캐물은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비위행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부로 복귀해 징계는커녕 특별승진을 신청했다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실제 (비위 사실) 통보를 받았다면, 그가 핵심 기관인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단 외곽으로 보낸 뒤 감찰 등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조용히 넘어가려’ 했거나, 그도 아니라면 비위의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 보도 등으로 사안이 심각해지면서 청와대는 ‘특별감찰반 전원 원대복귀’라는 강수를 뒀지만, 이후 내놓은 설명은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근무시간 골프 등의 상상할 수 없는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조국 민정수석은 “비위와 무관한 특감반원의 피해”를 언급하며 “업무 원칙상 감찰 사안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또 “(민정수석실은) 조직쇄신 차원에서 전원 소속청 복귀 결정을 건의했다”며 “검찰과 경찰에서 신속 정확하게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책임을 소속기관에 떠넘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는 최소 3주의 자체 조사 기회가 있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번 기강 해이에 가장 책임이 큰 인사가 한 발언이라고는 믿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청와대의 안이한 상황 인식은 민정수석실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경호실 직원 폭행사건,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등이 연이어 터지자 임종식 비서실장은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당부했을 뿐 가시적인 조처를 내놓지는 않았다. 지난 29일 김의겸 대변인은 ‘잇단 기강 해이 사건’에 대한 대변인의 공식 입장을 묻자 “임 실장이 보낸 이메일로 충분하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 여당에서도 “청와대 쇄신, 때가 왔다” 청와대 직원들의 일탈이 이어지자 여당에서는 ‘하인리히 법칙’(대형 사고가 터지기 전에 크고 작은 조짐이 나타나는 현상)을 언급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 이하 청와대 참모들을 전면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주문이 강한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큰 선거를 다 치렀으니 (청와대가) 이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사건들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지만 큰일 나기 전에 생기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민정수석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짚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의원도 “청와대의 업무 강도 때문에 오래 일하면 쉽게 지친다. 이제는 후반기 국정운영의 로드맵을 점검하고 인재들을 재배치할 시점이 왔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하고 (지지율이) 떨어질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참여정부의 교훈이 있는데 ‘왜 저기(청와대)만 들어가면 저러냐’고 걱정하는 의원이 많다”며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부산 지역이나 수도권 의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경제상황도 안 좋고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반전 카드가 없어서 청와대 인적 쇄신, 분위기 일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총선을 1년여 앞둔 내년 3월쯤 청와대 개편이 예상됐지만 더 서두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수석을 거듭 겨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감반을 책임지는 조국 민정수석이 에스엔에스(SNS)만 하니 근무기강이 해이해진 것”이라며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러지 말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는 게 정답”이라고 비판했다.
김태규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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