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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여야 ‘연동형 비례제’ 논의 본격화…첫발 뗐지만 험로 예고

등록 2018-12-15 14:34수정 2018-12-16 11:17

손학규·이정미 단식농성 10일째
비판 여론-여야4당 연대 ‘압박감’
‘의원정수 확대 논의’ 물꼬 터

‘도입 위한 구체방안 검토’ 내용 모호
각 당 이견 탓 합의까지 진통 예상
문 대통령 “합의하면 국민 설득”
여야 5당 원내대표 선거제도 개혁 합의문.
여야 5당 원내대표 선거제도 개혁 합의문.
손학규(바른미래당)·이정미(정의당) 대표의 단식 농성 열흘째인 15일, 여야 5당이 큰 틀의 선거제도 개혁에 전격 합의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에 합의하고 ‘여론 반대’를 이유로 금기시해왔던 ‘의원정수 확대 논의’까지 합의문에 명시함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소중한 첫발을 내딛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이날 공동발표한 합의문 1항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 수를 배분해 비례성을 높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여야 5당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일찌감치 연동형 비례제 도입 원칙에 뜻을 모았지만 문제는 자유한국당이었다. 현행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도에서 오랫동안 과다대표됐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연동형 비례제에 따른 유불리 계산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를 촉구한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단식이 지속되고 이에 따른 여론의 비판이 고조되고 결국에는 여야 4당 연대에 포위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자유한국당의 입장 선회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건 자유한국당의 주장이었다. 일단 자유한국당은 ‘권력구조 개편 논의’라는 최소한의 명분을 챙기고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도 합의문에 ‘의원정수 확대’ 문구가 포함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행(지역구253석, 비례 47석)보다 비례 비율이나 의석 수가 더 늘어야 한다. 지역구를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전체 의원정수를 늘려야 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국민여론’을 이유로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의원정수 확대 반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못하겠다는 강력한 논거로 작용해온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자유한구당을 포함한 여야 5당은 합의문 2항에서 ‘의원정수 10% 이내 확대 여부’를 정개특위 합의에 따르기로 뜻을 모았다. 정개특위 합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정치권의 금기어나 다름 없었던 의원정수 확대 논의의 물꼬를 튼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의원정수 확대에 여야가 합의하면 국민 설득에 나설 계획임을 거듭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야 5당 합의문 발표 전 국회를 찾아 손학규·이정미 대표를 방문한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국회가 비례성 강화를 위해 여야 논의를 통해 (선거제 개혁) 합의안을 도출하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실장은 “의원정수 문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의 구체적 방안은 국회가 합의를 도출하면 (대통령도) 지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날 국회에서 합의문 발표 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저희가 세부적 내용에 대해서는 정개특위에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정개특위에서 국민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서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구제에 대해서 모든 걸 열어놓고 검토한다는 진일보한 입장을 내놨다. 만약에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와 더불어서 개헌이 반드시 돼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편에 방점을 찍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한 지 며칠 안되고 당내 상황도 복잡한 가운데 (손학규·이정미) 두 분 단식을 푸셔야 한다는 마음으로 통 큰 합의를 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대승적인 결단을 한 홍영표·나경원 원내대표에게 감사하다. 열흘 간 단식 하면서 여러움을 겪은 (손학규·이정미) 두 분 대표에게 특별히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10일간의 단식을 통해 연동형 비례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부분에 안타까움 느끼지만 늦게나마 5당이 뜻을 모은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제 개혁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정도까지만 합의문에 담겨있어, 실제 논의가 본격화되면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문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 사정이 복잡해서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의원총회를 열기에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여야 5당의 선거제도 개혁 합의문 전문.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5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합의한다.

1.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2.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3. 석패율제 등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도입을 적극 검토한다.

4.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

5.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한다.

6.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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