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18년 10월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취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가짜뉴스를 바로잡겠다는 코너에서 그는 ‘유시민 본인’을 첫 회 주제로 잡았다. 정계 복귀, 대통령 대망론.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그는 그런 전망도 자신의 뜻과 배치된 잘못된 정보, 가짜뉴스라고 본 듯했다. 그가 정치권 경계 바깥으로 발을 더 뺄수록 인물 주목도와 파급력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7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방송 ‘고칠레오’ 1회분에서 정계복귀설을 일축했다. 그는 “정치를 다시 한다고 생각하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365일 을의 위치로 무조건 가야 한다. 저뿐만 아니라 저의 가족도 다 을(이 된다)”이라며 “대통령은 최고책임자로서 국가의 강제권력을 움직여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그런 무거운 책임을 안 맡고 싶다”고 말했다. ‘고칠레오’는 지난 5일 0시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알릴레오’의 한 코너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소문부터 정리한 뒤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코너 성격에 집중하려는 듯 ‘유시민 정치복귀 여부’로 첫 회를 꾸몄다.
최근 언론사 여론조사에선 유 이사장이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하거나, 여권 잠재적 후보 가운데 2위에 오른 결과들이 나왔다. 정치권 바깥의 유 이사장이 1·2위를 차지하자 여론이 그를 다시 정계로 호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졌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대권 유력 주자’로 오른 것에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이면 ‘기분 좋다’고 할 수도 있는데 10여년 정치를 한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그는 2022년 대선 뒤 정치 현장이 아닌 낚시터에 있는 자신을 ‘4년 뒤의 모습’으로 떠올렸다. 그는 “3년 반쯤 후에 대선이 있다. 때 되면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무도 완수하고 날씨만 좋다면 낚시터에 앉아 있지 않을까”라며 “제 삶에 대한 선택을 존중해주셨으면 한다”며 지지층에 양해를 구했다.
‘정치인 유시민’의 기대가 다시 불거진 건, 그가 최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아서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잇는 확실한 적자라는 정통성을 각인하는 효과”가 더 커졌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정치하지 말고 글을 쓰라”고 했던 ‘노무현의 말’로 그런 모든 기대를 밀쳐냈다.
그는 2009년 4월20일 봉하 사저를 방문한 자신에게 노 전 대통령이 “보통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본목적인데 그걸 위해 나의 행복을 어떻게 했느냐,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물을 가르고 온 것 같다. 자네는 정치하지 말고 글 쓰고 강연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이사장은 “그 뒤에 정치를 해보니, ‘괜히 했어. 잘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인정해준 것도 아니고 행복하지도 않았고 대통령 말씀 들을걸’ 그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계 복귀에 강하게 선을 그었지만, ‘유시민 인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방송 공개 사흘째 ‘알릴레오’ 첫 방송 조회수는 221만을 넘겼고, 이날 오전 11시에 공개된 ‘고칠레오’ 1회도 50만여회를 기록했다.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54만명을 돌파했다.
한 원로 정치인은 “유 이사장이 시원하게 설명하고 길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인기를 얻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본인이 ‘어용 지식인’이 된다고 했을 정도로 작가·방송인으로서 문재인 정부를 적극 옹호했고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각인한 것이 최근 높아진 인기의 비결”이라고 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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