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 공사 비용에 삼성물산 회삿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자택 공사비도 삼성물산 등이 대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물산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벌 총수 일가가 자택을 수리하며 그 비용을 기업을 통해 대납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제보자와 함께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제보자는 곽상운 지스톤엔지니어링 대표다. 이 회사는 구조물 시공·유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접합 불량과 손상 부위를 처리하는 업체다. 곽 대표는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를 찾아 2005년부터 삼성물산 등과 계약을 맺고 진행한 30여건의 공사 내역을 제공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스톤엔지니어링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 한남동 총수 일가 자택의 방수와 콘크리트 결함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공사의 재료 개발 실험에 동원됐다”며 “공사비용 전액은 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 등을 통해 정산받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곽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이 참여한 이부진 사장 자택 실내 연못의 방수처리, 이 사장 자택 수영장 신축 관련 방수실험, 용인 스피드웨이 방수처리 공사 등을 하고 삼성물산으로부터 공사대금용으로 받은 세금계산서를 공개했다.
앞서 검찰은 2009~2014년 이건희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공사 비용 33억여원을 삼성물산이 회삿돈으로 대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로 임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정의당은 이 사건과는 별도의 건이 포착됐다며, 오는 11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윤 원내대표는 “검찰은 이부진 사장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자택 수리를 한 삼성 총수 일가의 공사대금 출처를 분명히 확인하고 차명계좌의 연관성과 함께 삼성물산의 배임 의혹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쪽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정상적인 도급 계약을 맺어 우리가 업체에 돈을 (먼저) 주고 이후 이부진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어 “이부진 사장 집의 수영장과 관련해 미니어처 등으로 방수실험 등을 했지만, 이 사장은 최종적으로 수영장을 짓지 않았다”고 했다. 용인의 스피드웨이 공사에 대해서도 “소유자인 에버랜드 쪽과 삼성물산이 정식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정상 절차대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김태규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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