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이 추천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3명 가운데 2명을 자격 미달을 이유로 대통령이 재추천을 요구한 데 대해 “국회 무시”라고 주장하며 “다른 당이 추천한 위원들도 제척 사유가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에 명시된 조사위원의 ‘자격 요건’과 ‘제척 사유’를 의도적으로 뒤섞어, 소속 의원들의 ‘5·18 망언’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모면하려고 ‘물타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문의나 통보 없이 (한국당이 추천한 권태오·이동욱 조사위원 후보의) 임명을 거부했다”며 “여권이 추천한 위원들의 제척 사유는 눈감았다. 국회와 자유한국당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추천한 송선태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이윤정 조선대 연구교수는 “5·18 당시 구속된 사건의 피해자”이고, 국회의장과 바른미래당이 각각 추천한 안종철 5·18기록물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등재추진단장과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는 “5·18 사건에 관한 수사나 재판에 관여한 경우”여서 제척 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이들의 제척 사유는 넘기고 한국당 추천 위원들의 자격만 문제삼았다는 것이다.
법률 용어인 ‘제척’은 특정 사건과 관련된 법관을 그 재판에서 배제하는 제도다. 5·18 특별법에선 위원회가 조사할 특정 사건의 ‘가해자나 피해자, 또는 친족관계이거나 수사·재판에 관여한 경우, 증언·감정을 하거나 희생자·피해자의 대리인으로 관여했을 경우’를 제척 사유로 규정했다. 이런 경우 조사위원이 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진상규명 활동을 벌이되 본인과 관련한 사건의 조사 결과를 심의·의결할 때만 배제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추천한 권태오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처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는 5·18 특별법에서 정한 조사위원 5가지 자격 요건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법조인 또는 법의학 관련 업무, 국내외 인권분야 민간단체 등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 등이 필요하지만, 두 사람이 이런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이 위원으로 추천한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제가 5·18 관련 사건의 증언·감정을 했다는데 저는 수사에 관여한 것도 없고 법원에 간 적도 없다. 논문 쓴 게 전부인데 무엇이 제척 사유라는 건지도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당이 우리에 대해) 그동안 아무 말도 않다가 한국당 추천 위원들의 자격 미달이 드러나니 지금 문제를 삼는 건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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