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영선 의원이 황교안 장관에게 질의하는 모습. 박 의원은 “아마 장관님은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희가 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질문드리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어 연 이틀 ‘김학의 성상납’ 사건과 관련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청문회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대표에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임명을 만류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번엔 황 대표를 만났던 당시 구체적 일정표 등을 공개하며 “진실을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 법무장관님과 만난 일정을 일정파일에서 찾았다”며 ‘2013년 3월13일 16시40분, 법제사법위원장실, 법무부 장관 인사’라고 적힌 일정표를 공개했다. 자유한국당이 △황 대표의 법무장관 임명이 3월11일 △김 전 차관 임명이 15일 △김 전 차관 사퇴가 21일이라는 점을 내세워 ‘11~21일 사이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박 후보자와 황 대표의 만남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만난 3월13일은 김 차관의 내정 사실을 청와대가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당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오후 2시께 내정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그로부터 2시간40분 뒤인 오후 4시40분께 박 후보자와 황 대표가 만난 셈이다.
박 후보자는 2013년 6월1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당시 장관이었던 황 대표에게 질의하는 동영상도 공개하며 “2013년 저는 야당 법사위원장이었지만 대한민국이 발전해야 한다는 성심으로 당시 황 장관님을 존중해드렸다”며 “이제 진실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질의 동영상을 보면, 박 후보자는 “아마 장관님은 김학의 차관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것이다. 저희가 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질문드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황 대표는 박 후보자가 이런 발언을 하는 동안 눈을 끔벅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박 후보자는 이 동영상 아래에 “시디(CD)를 같이 보지는 않았지만, 당황해서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개지시면서 자리를 뜨던 그날 오후의 대표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다”는 글을 덧붙였다.
한때 ‘박 남매’라고 불릴 정도로 박 후보자와 공조를 해왔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날 “2013년 3월 당시 박 후보자가 황 대표를 만난 뒤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황 장관 얼굴이 빨개졌더라’라고 얘기한 사실을 기억한다”고 했다. 또 ‘3월13일 오후 5시15분 황교안 법무장관, 김주현 기조실장 면담’이라고 적힌 자신의 일정수첩을 공개했다. 당시 황 장관이 박영선 법사위원장을 면담한 뒤 35분쯤 뒤에 박지원 의원을 면담한 셈이다. 김주현 당시 법무부 기조실장은 두 의원을 면담한 자리에 모두 배석했다고 한다.
또 박 의원은 박 후보자가 황 대표에게 언급했다고 한 시디와 관련해 “제가 2013년 3월 초에 경찰 고위 간부로부터 입수해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2013년 3월13일 당시 경찰도 확보하지 못했다던 시디를 박 후보자 등이 확보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의 허위사실로 공격한 부분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애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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