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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문재인 정부 개혁 성공 ‘세 갈래 길’

등록 2019-05-10 05:00수정 2019-05-10 07:14

앞으로 3년, 무엇을 할 것인가
2020년 4월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최대 변수 될 듯
준연동형 선거법 개정 실패하면 문재인 개혁 과제 물거품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석 5분의 3 이상 확보는 불가능
개혁 지지 야당들과 개혁입법 연대로 패스트트랙 올려야
여·야·정 국정협의체 재가동하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 가능
인재풀 넓히고 권력형 비리도 경계해야…논쟁 밀리면 위험
문재인 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여권 전략가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3년의 변수가 무엇인지 정리해 보았다.

모든 것은 정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변수도 정치적이다. 정치에서 선거는 알파요 오메가다. 선거에서 이겨야 일을 할 수 있고, 일을 잘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는 2020년 4월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2022년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놓여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불리하고, 대통령 선거는 유리하다. 왜 그럴까?

국회의원 선거는 회고 투표다. 정권 심판 프레임이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선거는 전망 투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등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지만, 이낙연·박원순·김부겸·이재명·유시민·김경수 등으로 흩어져 있는 여권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는 황교안 대표를 포함한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보다 훨씬 높다. 정권교체보다는 정권유지를 원하는 유권자들이 더 많다는 얘기다.

아무리 그래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물 건너간다. 국회의원 선거는 단순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는 입법부다.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국회라는 두 개의 선출 권력이 상호 협력과 견제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분립형 권력구조다. 총선으로 하나의 권력을 창출하는 의원내각제와 다르다.

미국은 대통령제의 이런 원리가 작동한다. ‘트럼프 행정부(administration)’라는 말은 있어도, ‘트럼프 정부(government)’라는 말은 없다. 대외적으로는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하지만, 대내적으로는 행정부의 수장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있어도, ‘문재인 행정부’는 없다. 대통령이 무한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대통령제를 잘못 운용하고 있다. 독재와 권위주의의 잔재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탓이 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의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의 불일치는 가장 큰 정국 불안 요인이었다. 집권세력은 영입, 합당, 연립 등으로 몸집을 불린 뒤 국회에서 예산안과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방법으로 국정을 이끌어 갔다.

하지만 2012년 국회법 개정 이후 법안 강행 처리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로 규정하고 전면 투쟁을 하는 상황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정 과제를 완수할 방도가 없다.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부결되고, 정부가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을 자유한국당이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차가운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목을 매는 이유다.

간단한 산수를 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안에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더불어민주당이 의석 5분의 3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다.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 때도 152석에 그쳤다. 더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1당과 2당 의석이 지금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찬성하는 야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을 합쳐서 5분의 3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은 있을까?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뒤 이들 세력을 묶어 개혁입법 연대를 구축한다면 공정거래법·상법·국정원법 개정안 등 중요한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다.

개혁입법 연대의 필요조건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왜 그럴까? 270일 뒤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부결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도 모두 부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빈손으로 중간 평가를 치러야 한다. 성적이 좋을 수 없다.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법안은 모조리 떠내려간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든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기본 틀이 유지된다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지역구 의석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개혁입법 연대, 개혁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본회의 통과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21대 국회 임기는 2020년 6월에 시작된다. 원 구성 협상에 한두 달은 걸린다. 2020년 가을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면 국회 본회의 표결은 2021년 여름 이후에나 가능하다. 대통령 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이 시기면 여권 내부의 권력이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권력의 이동은 개혁 법안 통과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부터 내년 4·15 국회의원 선거 이후, 그리고 임기 말까지 3년 내내 상당한 수준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정치인이다.

많은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야당과의 대화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지난해 11월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소상공인·자영업·저소득층 지원 법안 처리,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무려 12개 항의 합의를 내놓았다.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 혁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까지 들어 있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합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했다.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재가동하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선거법 개정안, 교착 국면에 빠져든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은 자유한국당에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대화와 타협을 문재인 대통령 혼자 할 수는 없다. 황교안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차기 대선주자 입지를 확고히 굳힌 상태다. 남은 3년, 적어도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 정국의 절반은 황교안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

황교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에 나설까? 당장은 비관적이다. 황교안 대표는 전국을 돌며 차기 대통령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원내 제1야당이 장외투쟁만 계속할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는 그럴 의지도 없고 돈도 없다. 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국회로 돌아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력에는 인사, 도덕성, 언론 정책 등 정권 관리 능력도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의 인재 풀은 너무 좁다. 어떻게든 넓혀야 한다. 코드가 맞아야 하지만, 탕평을 해야 한다. 정권 후반기에 으레 터지는 권력형 비리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감독을 늦춰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 정책이 없다. 홍보도 없다. 이른바 보수 신문의 공격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큰 부담이다.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논쟁에서 계속 밀리면 위험하다.

경제 살리기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구조적 변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성과보다는 태도가 민심을 좌우한다. 결국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문제다. 막연한 낙관론도 무책임한 비관론도 옳은 태도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한 국민은 신뢰를 거두지 않을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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