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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나라당의 새 이름 ‘디지털 불임정당?’

등록 2005-02-05 14:23수정 2005-02-05 14:23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박근혜대표를 비롯한 참석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예를 하고 있다. 연합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박근혜대표를 비롯한 참석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예를 하고 있다. 연합

[취재후기] 한나라 연찬회…비판언론 취재거부 논란

한나라당이 3, 4일 충북 제천에서 당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연찬회를 열었다. 의원들은 정치적 성향에 구분없이 ‘개혁’, ‘변화’, ‘선진화’ 등을 유달리 강조했다. 당안팎에 혁신적인 당의 변화가 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대선에서 또 다시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탓이다.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 선진화의 핵심 열쇠말 가운데 하나는 ‘디지털정당’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서 ‘인터넷에 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인터넷에 대한 콤플렉스가 강하다.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그토록 꿈꾸는 재집권은 어렵다는 것이 당내 전략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연찬회 주제발표에서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해 설정한 당의 3대 기본 방향 가운데 세번째로 ‘디지털정당화’를 꼽았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프로그램으로 디지털 홍보마케팅 총괄 위원장 제도를 신설하고, 사이버최고위원을 뽑아 당 최고의사결정기구에 참여시킨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1대38’의 콤플렉스, 디지털정당은 3대 핵심과제


인터넷세상에서 한나라당은 원내 120석의 대한민국을 호령하는 제1야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정당별 웹사이트 현황을 보면 한나라당 홈페이지의 하루평균 방문자는 7577명에 불과하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하루 평균 방문자인 1만8269명에 턱없이 못미치고, 민주노동당의 1만4537명에 비해서도 절반수준이다.

정치성향별 주요 인터넷사이트의 방문자 현황을 보면 결과는 더 참담하다. <좋은나라닷컴>, <짱노>, <프리존> 등 한나라당 지지성향 인터넷 사이트의 하루 방문자를 모두 합하면 4744명 수준이다(랭키닷컴 2005년 1월 기준). 반면 <서프라이즈>, <노하우 21>, <미디어 몹> 등 열린우리당 지지성향 사이트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7만3770명이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의 인터넷 경쟁력은 열린우리당에 비교해 1대38 수준에 불과하다.

디지털정당의 두 얼굴…비판적 인터넷매체에 대한 차별

한나라당은 이처럼 저열한 온라인 활동지수를 뛰어넘을 실질적인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오히려 이번 연찬회에서는 디지털정당 한나라당의 두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연찬회 취재를 나온 일부 인터넷매체 기자들의 취재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거센 반발을 샀다. 또 한나라당은 편파방송을 한다는 이유로 <시사투나잇> 취재진을 연찬회장에서 끌어내는 등 ‘말로는 디지털정당화, 언론의 자유를 외치면서 입맛에 맞게 비판 언론을 통제했다’을 비난을 샀다.

<오마이뉴스>, <데일리서프라이즈>, <미디어오늘>, <민중의소리> 등 평소 한나라당에 비판적이었던 인터넷신문들은 연찬회 전부터 취재 협조를 놓고 한나라당 대변인실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연찬회 취재 신청을 내려던 인터넷신문 기자들에게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국회출입이 허용된 한나라당 출입 정치부 기자단에만 취재를 지원한다. 당에 정식으로 등록이 안 된 언론사는 취재 협조가 곤란하다”는 공식 답변을 들어야 했다. 담당 실무자들도 “현실적으로 차량도 부족하고 장소도 좁아 인터넷 매체에 협조할 수 없다”며 “차량, 숙박시설, 송고시설 등 취재 전반에 대해 지원할 수 없다”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인터넷신문에 취재협조를 할 수 없다던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데일리안>, <프레시안> 등 일부 인터넷매체에게는 차량과 숙박지원 등 취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형평성과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었다.

<데일리서프라이즈>, <미디어오늘> 등은 한나라당의 이같은 태도를 “사실상 한나라당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던 인터넷 매체에 대한 취재거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3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가 열린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리조트 입구에서 과거청산국민위원회와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국민위원회 등 회원들이 과거사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인터넷신문 기자들 “좀도둑 취급, 모멸감 느껴”
“편파방송 <시사투나잇>과 인터뷰 안 하는 것이 당론”

연찬회 시작 전부터 불붙기 시작한 한나라당과 인터넷매체 기자들과의 마찰은 연찬회 취재과정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연찬회에는 중앙일간지, 방송, 지방지, 인터넷매체 기자를 포함해 취재진 100여명이 몰렸다. 그러나 인터넷매체 기자들은 등록 기자단과 달리 한나라당이 대절한 기자단 버스를 이용할 수 없었으며 잠자리도 따로 마련해야 했다. 또 기자실의 취재부스는 85개로 절대 부족했고, 그나마 인터넷매체에 배정된 부스는 5개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13개사 20여명의 인터넷매체 기자들은 취재부스, 기사전송용 랜 등을 확보하지 못해 복도에서 작업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인터넷매체들의 기자실 출입 자체를 통제해 말썽을 빚는 등 양쪽의 감정대립은 극에 달했다.

한 인터넷매체 기자는 “대변인실에서 등록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며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데도 ‘등록기자들한테 방해된다’며 출입을 막아 황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매체 기자도 “당직자가 기자실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등록기자들의 노트북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좀도둑 취급을 하더라”며 “차별은 고사하고 인간적인 모멸감마저 느꼈다”고 토로했다.

연찬회를 취재하려던 한국방송 <시사투나잇> 취재진도 “편파방송을 하는 <시사투나잇>과는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한나라당 당론에 따라 연찬회장 밖으로 끌려나왔다.

김기현 원내부대표는 자유토론에 앞서 “KBS <시사투나잇>과는 일체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이 당의 방침”이라며 “이번 연찬회에서도 <시사투나잇>의 인터뷰는 응하지 말아 달라”고 공식적으로 의원들에게 주문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9월 ‘탄핵 때부터 편파방송을 한다’며 <시사투나잇> 취재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시사투나잇> 이정훈 PD는 “한나라당이 이런 식으로 취재를 방해한다고 시청자의 눈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며 “한나라당이 말하는 언론자유는 이중적”이라고 바판했다.

이재오 “졸렬한 행동”-전여옥 “명예를 걸고 차별하지 않았다”

인터넷매체와 <시사투나잇> 취재거부에 대한 논란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소용돌이 쳤다.

고진화 의원은 3일 밤 자유토론에서 “감성과 문화의 시대를 주창하면서 특정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는 정파적 언론통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벌어졌다”며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열린우리당과 비교해 인터넷 경쟁력이 1대 38인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계할 대책이 나올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맹형규 의원도 “우리에게 비판적인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매체의 취재를 거부한 것이 사실이냐.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좁은 마음으로 언론에 다가가면 성공할 수 없다”고 당의 언론정책을 비판했다. 맹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의원들이 일제히 웅성거리자, 전여옥 대변인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3선으로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 이재오 의원은 “잘못된 것이 있으면 정정보도를 요청해야지 디지털정당을 추구하면서 취재를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 비판언론에 대한 취재 거부는 졸렬하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전여옥 대변인은 “기자실의 공간이 비좁아 오래 출입한 기자들을 배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명예를 걸고 인터넷매체를 차별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 3일 강원도 원주 36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대표가 사병과 점심을 같이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
이와 관련해 <데일리서프라이즈>는 4일 “전여옥 대변인이 <일본은 없다> 표절 소송과 관련된 <오마이>와 <데일리서프라이즈> 등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증오’하는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의 인터넷 이미지가 전여옥 대변인의 사적인 감정으로 망가지고 있는 셈”이라고 맹비난했다.

인터넷기자협회 “블랙리스트 있으면 공개하라”
인터넷을 정파적으로 재단하는 굽은 시각부터 벗어나야

한편, 한국인터넷기자협회(인기협, 회장 윤원석)는 4일 논평을 내어 “당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매체에 대해 일체의 취재지원을 해 줄 수 없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며 “국회에 정식 등록된 인터넷매체의 취재를 거부하고 방해한 행위는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위와 나아가 국민에 대한 도전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인기협은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인터넷 매체 등에 대한 특별 관리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있다면 당당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인터넷과 인터넷매체가 차지하는 역할과 사회적 기능이 나날이 커지는 현실에서 인터넷언론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중잣대는 낡고 고루한 ‘기득권정당’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것은 한나라당 개혁의 출발지점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진정 디지털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이번 연찬회를 반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터넷세상을 정파적으로 재단하는 굽은 시각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영원히 넷심을 얻지 못하는 ‘디지털 불임정당’이 될지 모른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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