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21대 총선이 끝난 뒤 여러 정당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협치 내각’ 구성을 대통령께 적극 건의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 후보자가 행정부 2인자인 ‘총리’로 가는 것을 집요하게 비판했지만, 정 후보자는 “현직 의장이 총리로 가면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의원 신분”이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 전 국회의장의 총리행 첫 선례
야당 청문위원들의 공격 지점은 정 후보자의 총리 지명이 행정부·사법부·입법부가 서로 견제하는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데 맞춰졌다. 야당 위원들은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로 가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은 선례”라면서 “집권 여당이 행정부 견제 기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낙연 총리의 정계 복귀를 위해 전임 의장을 대타로 삼는 게 화가 나지 않느냐”고 정 의장의 자존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반면 여당 청문위원들은 “국회의원인 후보자가 국무총리를 맡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에 근거한 것으로 질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합당한 일”이라고 정 후보자를 두둔했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 들머리 발언을 통해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이 총리직을 맡는 일에 대해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면서 “삼권분립은 기능과 역할의 분리일 뿐 인적 분리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입법부 출신으로서 앞으로 국회와의 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자녀의 억대 결혼 축의금
정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두고도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2014년부터 공직자 재산신고 내용 등을 분석해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데, 출처가 불분명한 돈이 어디서 나왔느냐”고 캐물었다.
정 후보자는 “2014년 장녀가 결혼할 때 결혼식 식비를 (자신의) 카드로 썼고, 2015년 아들의 결혼·혼수 비용도 카드로 내 지출이 많았다”며 “자녀 결혼식 축의금이 각각 1억5천만원 정도 들어와서 그걸로 충당이 되고 남았다”고 해명했다. 또 정 후보자의 부인이 독립운동을 했던 아버지의 수급권을 받아 보훈연금을 1년에 2200만원 정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정 후보자는 자신의 논문이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인용하는 등 표절이 있었다는 주장에 “정치인이 논문을 쓰면서 표기가 부실할 수 있다. 유감이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정 후보자는 그러면서 “정치인은 가능하면 학위를 받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하니까 학위가 목적인 논문을 제출하지 말고 수료만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 대통령에게 협치 내각 건의 전달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머리발언에서 밝힌 ‘협치 내각’과 관련해선 “모든 정당과 손을 잡는 ‘거국 내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 후보자는 “지금처럼 안정적인 의석을 가진 정당이 없거나, 있더라도 국회선진화법하에서는 협치를 하지 않고는 국정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며 “여당과 함께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정파와 함께 내각을 구성해야 국민들이 필요로 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그런(협치 내각) 말씀을 할 수도 있다고 전달드렸다”고 했다.
이날 정 후보자의 발언은 국회가 지난해 말 연동형 비례대표제 부분 도입을 뼈대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21대 국회가 다당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총리직 제안을 수락한 것이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공포된 공수처법에 대해선 “공수처장은 여야가 함께 (추천에 관여)하게 돼 있다”며 “그걸 제때 하지 않아 계속 지연되어 법이 무력화되면 절대 안 되겠다. 총리가 된다면 행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집행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완 황금비 정유경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