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 회의실에서 <한겨레> 신승근 논설위원과 직격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원희룡 제주지사는 4·15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경험한 미래통합당에 남은 몇 안 되는 대선주자로 꼽힌다. 그는 “공정의 문제, 혁신을 가로막는 우리 사회 여러 장벽으로 절망하고 있는 2030 젊은 세대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대한민국을 선도할 수 있도록 대혁신의 주역이 되겠다”며 2022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원 지사는 “지금 야권이 한국 사회를 1970년대로 퇴행시켰다면 현재 여권 세력은 1980년대로 퇴행시켜서 대한민국을 70년대와 80년대가 싸우고 있는, 그런 정치를 만들고 있다”며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특히 미래통합당에 대해선 “국민은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싶은데, 과연 우리 야당이 정권 심판을 담아 놓을 수 있는 그릇인가, 신뢰할 실력이 되는가 묻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야당에 던져진 이 시험을 우리는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며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 잘못에 대해선 과감하게 ‘파사현정’(사악한 것은 깨뜨리고 올바름을 밝힌다)하고, 시대 과제에 대해선 정면돌파하고, 힘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는 광폭의 포용 정치를 해야 한다”며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해 “친문도 반성하고 나오면 다 손잡는 광폭의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사유재산 침해라며 다주택 해소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정치인은 고통전담의 자세를 가져야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있다”며 “솔선수범해서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소한 정책을 다루는 사람은 그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고 결백해야 한다”며 다주택 의원을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배제하는 방안에 대해 “너무 당연하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와 인터뷰는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제주도청 서울본부’에서 이뤄졌다.
―4·15 총선 뒤 “대선 도전, 마다할 이유 없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예! 4·15 총선 이후 나라 상황에 대해 걱정도 커졌고, 요청도 많아졌고, 그래서 단단히 준비해서 대선에 임할 수 있도록 지금 시동을 걸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왜 지금, 원희룡’인가?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대전환의 세상이 더 가속화하고 있고, 디지털 세상을 선도할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 주력인 2030세대는 공정의 문제,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우리 사회 여러 장벽으로 인해 절망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맞아 대전환과 혁신을 젊은 세대와 함께하겠다. 제가 대선에 나서려는 이유다.”
―대선주자로는 지지율이 미약한 한계를 갖고 있는데.
“그동안 중앙 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대선주자 여론조사 대상에서도 빠졌다. 국민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을 얼마나 탄탄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지지율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앞으로 1년 반의 기간을, 도전자로서 가장 치열하게 이끌어갈 것이다.”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야권 1위로 나온다. 국민이 원 지사를 포함한 기성 정치인보다 새 인물을 원하는 것 아닌가?
“현재 윤석열 총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대선주자보다는 문재인 정부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검찰총장에 대한 국민의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의 영역에서 응원받는 것과 정치의 영역에서 지지를 받는 것을, 그동안 우리 정치에 많은 사례가 있었듯이 바로 연결하는 건 무리가 있다.”
―정치권에 들어오면 윤 총장 거품이 꺼진다고 보는 건가?
“거기는 거기대로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밖에 있든 안에 있든, 경륜이 많건 적건 누구나 거쳐야 할 험난한 공통필수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 벽면에 걸린 한라산 사진 앞에 선 원희룡 제주지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통합당은 2016년 총선부터 4개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통합당이라는 보수 정당 자체가 근본적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닌가?
“야권이 근본적 한계 다다른 것은 이미 상당히 시간이 지난 문제다. 현재 여권도 근본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쉽게 얘기해 지금 야권이 한국 사회를 1970년대로 퇴행을 시켰다면 현재 여권 세력은 1980년대로 퇴행시켜서 대한민국을 70년대와 80년대가 싸우고 있는, 그런 정치를 만들고 있다. 국민은 2020년에 있고, 우리 젊은 세대는 2030년대와 2050년대를 묻고 있다. 2020년, 2030년, 2050년의 정치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려면 지금 야권은 야권대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여권도 퇴행, 과거 집착, 민주화라는 과거의 기반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군림하려 하는데 이미 세대 격차, 미래와 격차 때문에 안 먹혀들고 있다. 양쪽 다 혁신해야 한다.”
―통합당, 보수세력의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2030세대를 주력 본진으로 세우는 것이다. 2030년에 맞춘 비전과 정책과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 과거 이회창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결 이후에 젊은층의 지지와 젊은층의 참여에서 계속 약세를 보였던 부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사고방식 자체를 젊은 사고로, 디지털 대전환에 맞게 무장해야 한다. 인물도 2030 세대, 80년대 90년대 태어난 세대로 바꿔야 한다. 정치 방식, 선거 캠페인 방식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도 새로운 정치를 말만 했지 그 실체와 운동을 못 보여줬다. 야권은 이미 해야 했을 지체된 개혁들 숙제가 너무 쌓여 있어서 그 무게가 버겁기는 한데, 이게 꼭 야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주역’으로 당 주류나 세상을 향해 혁신적 목소리 냈는데 지금 통합당에선 소장파 목소리가 안 나온다. 되레 80대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혁신을 도모하고 당에 강요한다.
“20년 동안 야당 혁신을 외쳐온 남원정 소장파가 미션을 완수하지 못한 것이다. 그다음 젊은 세대를 영입 육성하고 젊은 세대를 주역으로 참여시키는 과정에 너무 게을렀고 심지어 역행하는 행태를 너무 많이 보여왔다. 계파 줄세우기, 청년 정치 역량을 선거 때만 써먹고 버리면서 청년층 전체에 대한 신뢰도 약해졌다. 청년 세대가 답답해하는 것에 대해 치열함이 없었기에, 그것들이 쌓여 이 상황이 온 것이다.”
―통합당 특강에서 “2022 대선 승리를 위해 ‘찐문’ 빼고 다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지금 정권의 문제는 1980년대로 퇴행해 있다는 것이다. 자기 이념과 진영 논리 갇혀 배제의 정치를 하고 있다. ‘조국 사태’나 부동산 문제, 공정 문제에 있어 젊은이들이 공정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데, 말과 행동이 다르다. 집권 뒤 위선과 반박 강박증에 걸려 있다. 가르치려 하고 남 탓, 과거 탓, 언론 탓을 한다. 지금 소위 친문들이 여기에 갇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민의 상식과 시대적 변화 요구, 또 집권 세력이 져야 하는 책임에 비춰봤을 때 민심 이반이 있을 것이다. 집권 세력 안에서도 상식과 정의감이 있는 사람들은 계속 분화될 수밖에 없다. 공학적으로 누구를 데려오고 손잡자는 게 아니라 상식과 정의 편에 서야 하고 국민의 목소리, 시대 변화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과 단단히 함께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고립되고 포위되어 있었는데 앞으로 ‘찐문’에 대한 고립과 포위를 우리가 적극적이고 치열하게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당으로 그런 연대가 가능할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파사현정을 하고, 시대 과제에 대해선 정면돌파하고, 힘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서는 광폭의 포용 정치를 해야 한다.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과는 과거 잘못을 뛰어넘어, 모든 것을 뛰어넘어 새롭게 대한민국을 재구조화하기 위한 광폭의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다. 포용해야 한다. 현재 친문도 반성하고 나오면 다 손잡아야 한다. 그런 의미다.”
―통합당 지도부는 내년 4월 재보선을 겨냥해 국민의당과 통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후보 연대를 구상한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주목할 것은 2가지다. 하나는 야당의 혁신에 대한 성적표를 국민들한테 받는 자리다. 혁신에 대한 평가가 높을수록 후보는 누가 나가든 승리 가능성이 커지고, 혁신이 안 되면 후보 누가 나가도 힘들다고 본다. 후보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은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싶은데 과연 우리 야당이 정권 심판을 담아 놓을 수 있는 그릇인가, 신뢰와 실력이 되는가 묻고 있다. 탄핵 이후 야당에 던져진 이 시험을 우리는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지금 반사적 지지도가 나온다 하는데, 허망한 이야기다. 탄핵 이후 국민에게 기본 자격 자체를 박탈당했던 야당이 자격시험에 통과했느냐,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선거가 되려면 소위 ‘찐문’ 빼고는 누구나 다 손잡을 수 있어야 하고, 야권의 변화를 전제로 한 통합을 실현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누구냐, 그건 아직 이르다.”
―안철수 대표도 연대 대상인가?
“혁신과 야권 연대를 위해 명확한 역할을 해나간다면 기회는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통합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가리려는 여권의 정략이라며 의원 다주택 해소에 소극적이다. 통합당 의원 다주택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공직자 다주택 문제가 부동산 해법은 아니다. 문제는 공직자 신뢰의 전제인 솔선수범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정책 결정권자들, 국회에서 정책을 논의하는 사람이 다주택자라면 아무리 본인이 공정하다고 말한들 국민이 불신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주택 문제를 가지고 헌법이나 법을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과거 원정출산, 군대 면제도 다 합법이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지 국민은 법을 지켰다고 그것을 리더라고 보지 않는다. 정치인은 고통전담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리더들이 고통을 전담해야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있다.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 나는 헌법과 법에 따라 보호받는 권리를 지킨다고 하면, 그건 정치할 자격이 없다.
―통합당의 다주택 의원들이 솔선수범해 처분해야 한다는 것인가?
“당연히 솔선수범해 처분해야 한다.”
―경실련은 다주택 의원들을 국회 기재위, 국토위 등 상임위에서도 빼라고 한다.
“너무 당연하다. 국회 정무위는 2005~2007년에 주식과 부동산 백지신탁 문제를 논의했고, 주식은 백지신탁 제도가 도입됐다. 부동산은 막상 하려니 내용적으로 문제가 복잡해 일단 보류한 것이다. 문제를 다 해결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정책을 만지는 사람은 그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고 결백해야 한다. 법관도 가족이나 친인척 이해가 연결되면 재판에서 제척된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국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여의도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에 앞서 대화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여권발 ‘행정수도 완성론’이 뜨거운 논란인데.
“수도 이전 문제는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 검토할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 실패 국면을 전환하려 하루 전 대통령 시정연설에도 없던 것을 당·정·청이 갑자기 작전하듯 밀어붙이는 건 논의 자체가 불순하고, 본래의 목표 지점으로 갈 수도 없다. 수도 이전 문제는 지방균형발전과 국토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러려면 광역시·도 통합을 포함한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변죽만 울리고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 반사이익만 챙기는, 정책 실패를 모면하는 이런 접근은 안 했으면 좋겠다.”
―제주도 현안 질문 몇가지 드리겠다. 제주 제2공항 계획이 공식 발표된 이후 5년째 논란이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국토교통부와 전문기관에 의해서 ‘현재 공항은 안 된다, 제2공항으로 가야 한다, 입지는 성산’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줄기찬 반대가 이어진다. 시간이 걸려도 끈기를 갖고 충분한 토론을 할 것이다. 현재도 반대 대책위와 국토부가 쟁점 확인하는 토론을 진행 중이다. 도는 찬성이나 반대, 제 3 요구 등을 다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제주도청은 시간이 걸려도 도민 의견 반영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도지사 임기 동안 정리하려면 시간이 촉박한데.
“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법적 구속력 있고, 다음은 사업 진행이다. 고시 전 여론 수렴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안에 결론이 날 것이다.”
―비자림로 공사가 전국적 논란이다. 더는 추진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
“환경을 파괴하며 강행할 이유는 없다. 비자림로는 감귤이 제주시로 오는 주요 농산물 수송로인데, 편도 1차선이다. 이 구간 빼고 다 4차선이라 지역의 숙원 사업이다. 최대한 환경생태 보호를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오라관광단지 개발은 도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절대 아니다. 민간단체가 하겠다는 것을 도가 엄격하게 자본조달 뿐 아니라 사업 내용까지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선 부정적이다. 과연 5조원을 들여 만들겠다는 사업 내용이 투자한 게 회수되는 사업구조가 아닌데…. 믿을 수가 없다. 현재 사업 계획으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함부로 난개발해서 분양하고 돈만 벌고 빠져나가는 그런 사업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도지사로서 저의 확고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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