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 푸른색의 유엔기와 태극기가 걸려 있다. 육군본부 누리집
유엔군사령부가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국방부의 공식적인 유권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유엔사가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까지 불허하는 등 월권을 넘어 주권침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분명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유엔사의 비무장지대 출입 승인 권한이 군사적인 것에만 속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전협정 서언에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여태까지 국방부는 같은 질문에 즉답을 꺼리며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 출입 및 군사분계선(MDL) 통과 등에 대한 승인 권한을 보유”한다며 사실상 유엔사의 ‘포괄적’ 권한을 인정하는 취지로 답해왔다. 통일부는 같은 날 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2018년 이후 유엔사는 ‘안전’ 등을 이유로 남북교류협력사업 관련 DMZ/MDL 통과를 거부한 바 있다”며 “정전협정에서는 유엔사의 권한에 대해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유엔사의 조치는 정전협정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 실무자는 수시로 모여 유엔사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전협정 서언과 1조 7~9항의 내용을 종합하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사안에 한해 비무장지대 출입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특별한 기준 없이 비군사적인 출입도 제한해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켜왔다. △2018년 8월 남북철도 경의선 북쪽 구간 현지조사 통행 △2019년 2월 새해맞이 금강산 남북 민간 행사 취재 장비 반출 △2019년 6월 태봉국 철원성터 남쪽 지역 현지조사 △2019년 6월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고성 감시초소 방문 △2019년 8월 통일부 장관 대성동 마을 방문 기자단 출입 △2019년 10월 전국체전 100회 기념 공동경비구역 성화 봉송 등을 모두 불허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사에서 (출입 승인을 불허할 때마다) ‘안전’한지를 증명하라고 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이미 국방부는 비무장지대에서 미확인, 유실 지뢰로부터 안전이 확보된 곳에 한해서만 승인 요청을 해왔고, 안전 문제도 국방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엔사가 ‘안전’을 이유로 출입을 허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전해철 의원은 “순전히 군사적인 성질에 해당하는 극히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우리 정부의 통지만으로 완료되는 신고제로 운용될 수 있도록 유엔사와 협의하고 별도의 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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