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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장애인 비하’ 아니라는 추미애 반박에 장혜영 “적절치 못했다 하면 끝날 일”

등록 2021-04-26 14:51수정 2021-04-26 14:55

추, ‘외눈·양눈’ 사전적 의미 대며 반박
장 “의도 없었다고 차별 아닌 건 아니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한겨레 사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한겨레 사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외눈·양눈 표현이 “장애인 비하가 아니었는데 정치인들이 오독·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장애인 비하 발언이 맞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추 전 장관은 26일 페이스북에 ‘팩트체크는 기본입니다’라는 제목을 글을 올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견지해 왔던 ‘진실보도의 정신을 지지하는 글’의 극히 일부의 표현을 놓고, 일부 정치인들이 오독하고 왜곡한 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운을 뗐다. 문제가 된 부분은 지난 23일 추 전 장관이 페북에 쓴 이 문장이다.

“뉴스공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라 언론상업주의에 빠져있는 재벌언론, 언론재벌들이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문제이며 시민 외에 눈치볼 필요가 없이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추 전 장관은 “일부 정치인들은 ‘외눈’이라는 단어만 쏙 뽑아내 ‘장애인 비하’라고 하면서 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며 접두사 ‘외’의 사전적 의미를 제시했다. “접두사 ‘외-’는 ‘혼자인’ 의 뜻도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이란 뜻도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볼때, ‘외눈만 쌍꺼풀이 있다’, ‘외눈으로 목표물을 겨누다, ‘외눈하나 깜짝 안하다’는 표현에서 ‘외눈’은 시각 장애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장애인 비하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은 추 전 장관의 페북 글 전문.

<팩트체크는 기본입니다>

최근 제가 sns에 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견지해 왔던 '진실보도의 정신을 지지하는 글'의 극히 일부의 표현을 놓고, 일부 정치인들이 오독(誤讀)하고 왜곡한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게시글에서 "뉴스공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라 언론상업주의에 빠져있는 재벌언론, 언론재벌들이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문제이며 시민 외에 눈치볼 필요가 없이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 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은 '외눈'이라는 단어만 쏙 뽑아내 "장애인 비하"라고 하면서 저에게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어느 언론보다 열심히 팩트체크하고 이에 기반한 시민의 알권리에 충실한 진실보도의 자세를 견지해온 김어준 뉴스공장이 폐지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애써 외면하고, 팩트체크는 관심없이 노골적으로 정치하는 언론들이 득세하는 이 상황에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장애인 비하"로 폄하하여 매우 억지스럽게 만든 것도 유감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일부 언론들은 정치인의 이런 지적을 기다렸다는듯이 검증도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제가 정말 '장애인 비하' 표현을 쓴 것인지 "팩트체크" 해볼까요?

국어사전에 '외눈'은 (1)짝을 이루지 않고 하나만 있는 눈, (2)'두 눈에서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볼 때 뜬 눈'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접두사 '외-'는 '혼자인' 의 뜻도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이란 뜻도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외눈만 쌍꺼풀이 있다", "외눈으로 목표물을 겨누다", "외눈하나 깜짝 안하다"는 표현에서 '외눈'은 시각 장애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장애인 비하는 더더욱 아닙니다.

저는 진실에는 눈감고 기득권과 유착되어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편향성을 지적했습니다. 장의원과 이의원은 문맥을 오독하여 제 뜻을 왜곡한 것입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장애인, 비장애인 차별없는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며 정치적•제도적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도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 진심과 저의 꿈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추 전 장관께서 저의 발언을 오독하고 계시다”며 즉각 반박했다. 장 의원은 이날 페북에 올린 글에서 “뉴스공장을 ‘양눈으로 보도하는’ 매체로, 다른 언론들을 ‘외눈으로 보도하는’ 매체로 비유하며 뉴스공장을 두둔하신 발언은 장애 비하 발언이 맞다”며 “‘외눈’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눈’이라는 단어를 ‘양눈’보다 가치가 덜한 것, 편향적인 것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사용하신 점에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추 전 장관님의 글에서 ‘외눈’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정상성의 기준으로 제시된 ‘양눈’이라는 표현에 대비되어 비정상성의 비유로 사용됐다”며 그 발언이 왜 문제인지 설명을 더했다.

장 의원은 이어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큰 피진정인의 발언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의식·무의식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것일 뿐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혐오를 공고화하여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나 차별을 지속시키거나 정당화시키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도 인용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에 대해 인권위가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피해자를 비롯한 장애인들에게 위축감과 모욕감, 좌절감을 줄 뿐 아니라 나아가 자기비하와 자기부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시”한 내용이다.

장 의원은 “아무리 차별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차별이 차별이 아니게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추 전 장관의 재반박 이후 “수많은 다른 장애 비하 발언이 양산되고 있다”며 추 전 장관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장 의원은 “‘내 표현이 적절치 못했다’, 그 한 마디면 끝날 일”이라며 글을 마쳤다. 다음은 장 의원 글 전문.

먼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추미애 전 장관님의 진심과 꿈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의원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만 추 전 장관님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과 이번에 장애 비하 표현을 사용하신 행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앞의 것이 뒤의 것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제가 추 전 장관님 발언을 오독했다 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추 전 장관님께서 저의 발언을 오독하고 계십니다. 추 전 장관님이 뉴스공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쓰신 것을 두고 제가 '추 전 장관님이 뉴스공장을 비판하더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오독이겠죠. 하지만 제가 드린 말씀은 추 전 장관님의 페이스북 글에 섞인 장애 비하 표현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한 것입니다.

추 전 장관님이 쓰신 해당 표현이 왜 장애 비하 표현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추 전 장관님이 뉴스공장을 ‘양눈으로 보도하는’ 매체로, 다른 언론들을 ‘외눈으로 보도하는’매체로 비유하며 뉴스공장을 두둔하신 발언은 장애 비하 발언이 맞습니다. ‘외눈’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눈’이라는 단어를 ‘양눈’보다 가치가 덜한 것, 편향적인 것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사용하신 점에서 그렇습니다. 팩트체크라고 예를 드신 ‘외눈만 쌍꺼풀이 있다’ ‘외눈으로 목표물을 겨누다’‘외눈 하나 깜짝 안하다’는 표현은 장애 비하 표현이 아닙니다. ‘외눈’이라는 단어를 양눈과 비교해 가치가 떨어지는 무언가에 빗대는 비유로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추 전 장관님의 글에서 ‘외눈’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정상성의 기준으로 제시된 ‘양눈’이라는 표현에 대비되어 비정상성의 비유로 사용되었습니다.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큰 피진정인의 발언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의식, 무의식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것일 뿐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혐오를 공고화하여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나 차별을 지속시키거나 정당화시키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피진정인의 장애인 비하발언이 개인에 의해 사적 영역에서 비공개로 이뤄진 표현행위가 아니라, 언론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위에 인용한 글은 지난 2020년 초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장애비하발언에 대한 국가인권위 결정문의 일부입니다. 해당 결정문은 또한 당시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피해자를 비롯한 장애인들에게 위축감과 모욕감, 좌절감을 줄 뿐 아니라 나아가 자기비하와 자기부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시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장애 비하 표현들이 일상적으로 만연해 있습니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은 장애를 비하할 의도를 조금도 갖지 않은 채 장애 비하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차별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차별이 차별이 아니게 되지는 않습니다. 차별금지법이 금지하고자 하는 차별은 ‘나쁜 의도를 가진 차별’만이 아닙니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자행되는 차별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지 추 전 장관님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추 전 장관님이 쓰신 글의 주된 내용이 뉴스공장과 다른 언론에 대해 견해를 밝히신 내용임을 압니다. 아마 그 내용이 아니라 글에 쓰인 특정한 표현을 가지고 문제제기하는 점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표현’이라도, 우리 사회 약자들의 삶의 존엄을 훼손한다면, 더욱이 그것이 추 전 장관님과 같은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표현이라면 그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약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헌법적 가치입니다.

추 전 장관님의 장애 비하 발언에 대해 저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님께서 문제를 제기한 이후, 해당 장애 비하 발언을 옹호하기 위해 수많은 다른 장애 비하 발언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멈추실 수 있는 분은 다름 아닌 추 전 장관님입니다. 다시 한번 요청드립니다. 추 전 장관님께서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 사용하신 장애 비하 표현에 대해 성찰하고 진정성있게 국민 앞에 사과하십시오. "내 표현이 적절치 못했다." 그 한 마디면 끝날 일입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관련 기사 : ‘뉴스공장’ 옹호한 추미애의 ‘외눈·양눈’…“장애인 비하,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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