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연설에 여·민노, 대국민 사과 요구
이명박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한 연설 내용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뒤늦게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장은 1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시장이 ‘아시아의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에 얽매여 국가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 분의 역사의식이 천박한 수준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고 밝혔다. 유 의장은 “한-일간에 걸어온 역사를 둘러싼 갈등이나 차이점들에 대해 한국에 책임이 있는 듯한 뉘앙스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유 의장은 이 시장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노동당도 이 시장 비판에 가세했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 시장의 발언은 일본 우익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일본 정부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민의 사과 촉구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근본적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며 “이 시장이 계속 대권의 꿈을 키우려 한다면 국민에게 겸허히 사죄하고 역사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당시 연설에서 “많은 국내외 정치 지도자들의 사고방식과 행태가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한 뒤 문제의 발언을 했다. 이 시장은 또 “유럽에서는 독일 아데나워와 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진정한 반성과 이웃에 대한 배려로 2차 대전 이후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위해 화해와 협력을 한 것과 달리, 아시아에는 아데나워와 같은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현재 중국, 일본,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한편으로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주장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 대화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국회 기자실을 찾아 반박에 나섰다. 정 부시장은 “이 시장은 일본의 지도자들이 독일의 아데나워처럼 솔직히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려 했던 것”이라며 “여권 등에서 불순한 의도를 갖고 악용하고 있는 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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