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수동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본사 이세영 논설위원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난 누굴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답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이 있던 10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도 “정치하면서 누굴 기다려본 적이 없다”고 그는 단언했다. 그러나 무언가를,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삶이 있을까? 그것이 신이든 지고한 이상이든, 민주나 평화, 국가발전 같은 지상의 가치이든, 무언가를 향한 애정은 항상 기다림의 초조함을 동반하지 않던가.
윤석열이란 이름 석자를 그 앞에서 꺼냈을 때 돌아온 답은 “나한테 묻지 마라”였다. 준비된 단호함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누군가를 돕는 그런 짓은 안 하려고 한다”는 그의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분명히,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그 대상이 특정한 인물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어떤 사태나 국면, ‘경세가 김종인’의 개입을 요구하는 비상 상황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그의 출사를 요구한 때는 대체로 권력의 무게추가 빠르게 기울어 힘의 균형이 붕괴하려는 파국의 전야였다. 2015년 민주당 분당 직후와 2020년 총선 직후의 한국 정당판이 그랬다. 그러나 그런 비상 국면이 1~2년 안에 다시 도래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궁금증은 인터뷰 막바지로 가면서 조금씩 풀렸다. 그가 기다리는 건 정치적 힘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권력구조의 개편, 분권형 개헌이었다. 이런 구상 안에서 윤석열이란 개인은 개헌이 불가피한 상황을 촉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매개자에 가까워 보였다. 상황에 따라 윤석열 아닌 누구로도 대체 가능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회견이 있었다.
“대통령 평가는 국민이 하는 거지,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자평하는 건 아름답지 못하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코로나 위기 전 경제수준을 회복했고, 11년만에 4%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기저효과가 작동한 걸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중국 같은 나라 봐라. 얼마나 빨리 회복했나? 그리고 시기적으로도 지금은 그런 얘길 하는 게 적절치 않다. 4·7 재보선은 여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처음으로 25개 모든 구에서 패배한 선거다. 거기에 대한 분석을 냉정하게 하고서 4주년 평가를 해야 맞지 않나? 그리고 정권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하면 끝나는 거다.”
―재보선 후 <한겨레>가 ‘정당 소생술사’라는 새로운 별명을 사용한 뒤 언론에 제법 퍼졌다.
“뭐,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부를 일은 아니고. 내가 5년 전에는 민주당 가서 비대위원장 하고, 이번에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했는데, 개인적 영달을 위해 자리 하나 얻으려고 그런 게 아니다. 2016년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구실을 못하고 무너질 상황이었다. 국민의힘도 작년 4·15 총선에서 너무나 처참하게 패해 정당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어느 한쪽 정당이 너무나 무력해지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민주당 요청도, 국민의힘 요청도 수락한 거다. 여야가 균형을 맞춰야 제대로 굴러가는 게 정당정치다.”
―4·7 재보선 승리를 이끈 다음날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을 나왔다. 하지만 “김종인 나가자마자 ‘도로 한국당’ 되게 생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정짓긴 이르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서 전당대회를 제대로 치르면 된다. 과거 회귀 전당대회가 되면 작년 1년의 노력이 다 허사가 되어버린다. 과거 정치와 인연이 없는 사람을 대표로 뽑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거다.”
―김웅 의원 말인가? 그다지 현실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현실성? 정당의 대표라는 자리가 과거처럼 정치경험이 많아야할 필요는 없다. 영국 노동당은 마거릿 대처 이후 15년동안 야당으로 지내다 토니 블레어 같은 신인을 내세워 집권했다. 보수당도 노동당에 밀려 야당으로 있다가 36살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수로 뽑아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같이 정치를 했던 분들이 또 국민의힘을 움직인다고 그러면,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저 당이 변화를 위해 애쓰는구나’라고 평가하겠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수동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이세영 논설위원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 ‘별의 순간’이란 표현을 사용해 화제가 됐다.
“독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에서 가져온 말이다.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운명적인 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면 자기 구상을 실현할 수 있고, 못 잡으면 그 순간도 헛되이 지나가 버린다.”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선 같은 의미로 ‘신의 발자국 소리’란 표현을 썼다.
“그건 비스마르크의 표현이다. 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으면 기회를 포착해 신의 옷자락을 잡아채야지, 아무 준비도 없이 가만 있으면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다.”
―윤석열처럼 준비가 부족한 이가 신의 소맷자락 끝이라도 붙들려면, 김종인같은 경세가의 조력이 필요하지 않나?
“본인이 판단할 몫이다. 내가 윤석열 전화나 기다리는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의 요청을 기다리나? 지금껏 한번도 내가 먼저 가서 (누군가를 도와주겠다고) 해본 적이 없다. 찾아와서 부탁하면, 내가 판단해 보고 결심한 거지. 그런데 내 도움 받은 사람들이 잘 됐으면 나도 즐거울텐데, 다들 결과가 좋지 않으니 내 부담감만 커진다. 그래서 이제 그런 짓 다시는 안 하려고 한다.”
―그쪽에선 아직 기별이 없나?
“나한테는 묻지 마라. 난 누굴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변화’를 꼽았다. 시대정신이라기엔 너무 막연하다.
“지금까지 해오던 정책을 전반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 위기가 안그래도 심각했던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더 악화시켰다. 이를 해소·완화하려면 기존의 정책 갖고선 안 된다.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든, 노동시장 양극화든, 출산율 급락이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치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의 불신만 받아선 아무것도 해결 못한다.”
―양극화·불평등 대처가 핵심이고, 변화도 이를 위해 필요하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지난 재보선을 보자. 다들 부동산값 폭등 때문에 민주당이 졌다고 하는데. 부동산 가격 오른 것 자체가 패인은 아니다. 투기를 잡는다고 세금만 자꾸 올렸다. 재산세에 보유세, 거기다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한다고 했다. 그러면 집 가진 모든 사람이 내야할 세금이 올라간다. 그러니 거기에 대한 저항이 집단적으로 분출한 거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세금과 정치의 관계를 모른다. 세금의 역사는 정치혁명의 역사다.”
―프랑스혁명, 미국혁명 말인가?
“그렇지. 사람들은 줘서 고마운 건 금방 잊지만, 부담이 느는 건 절대 못 참는다. 민주당이 텃밭이던 서울 노원· 도봉·강북·은평·관악에서 왜 졌나? 공시지가 올려놓으니 세금 늘까 반발한 거다. 원래 세금 중에서도 재산세가 조세저항이 가장 심한 법이다.”
―부동산값 잡으려다보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 않나.
“세금으로 그걸 잡겠다는 것 자체가 낡고 잘못된 사고방식이란 거다.”
―그럼 ‘김종인표 부동산 정책’은 뭔가?
“1990년에 내가 청와대 경제수석 할 때도 부동산 투기로 2년 동안 난리가 아니었다. 그때도 난 세금으론 절대 부동산 못잡는다고 했다. 집은 땅 위에 짓는 거니 땅값이 오르면 집값은 당연히 따라 오른다. 땅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여야하니, 재벌들한테 갖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 팔라 하고, 새 부동산은 못 사게 했다. 그랬더니 집값이 잡혔다.”
―지금은 그때처럼 재벌들한테 팔라고 할 땅도 없고, 신도시 조성해 아파트 2백만채 지을 형편도 안 된다.
“본질적인 문제부터 시정하고 시작해야지. 3년 동안 똑같은 방법으로 24번 부동산 대책 내놓은 거 아니냐. 세금만 유일한 수단인 줄 알아선 안 된다는 거다. 세금 올리면 부동산 값은 더 올라간다. 세금은 항상 집값에 전가하게 돼 있으니까.”
―문재인 정부도 세금과 대출규제로 집값이 안 잡히니 공급대책을 내놓았다.
“제대로 내놔야지.”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에서 모두 대표를 다 해봤는데, 어느 당이 더 변화에 능동적인가?
“누가 낫다고 할 것도 없다. 그런데 민주당 보니, 선거에 지고나서 뚱딴지처럼 개혁이 미진해서 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면 이미 끝인 거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소수다.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아직까지 종합된 의견이 안 나오는 것 아닌가.”
―내년 대선 전망은 어떻게 보나?
“정권교체 가능성이 70% 정도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렸다.”
―윤석열 전 총장은 왜 빼놓나?
“지금 대통령 후보로 특정인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 야권의 적절한 대통령 후보감으로 어떤 사람이 나올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재보선 직후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나서 ‘제3지대라는 건 없다’고 한 것은 무슨 맥락인가?
“금 의원한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지금은 옛날하고 세상이 달라졌다. 국민 지식 수준이 높고 정보도 풍부하다. 과거처럼 정당의 여론수렴 및 확산, 동원 기능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특히 대선에서는 국민에게 지지받는 후보자 한 사람만 나오면, 그 자체 세력만 갖고도 선거를 치를 수 있고, 기존정당이 거기 합류할 수도 있다.”
―대선 같은 특수 상황에선 제3지대의 세력권이 더 커진다는 뜻인가?
“대선은 다른 선거와 달리 정당보다는 후보자의 중요성이 크니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수동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본사 이세영 논설위원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주 제주에서 “한국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것은 진보·보수를 표방하는 정당 간의 경쟁인데, 촛불시위와 탄핵 이후 정당 간의 세력 균형이 무너지면서 민주주의 위기가 왔다”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내 생각하고 정확히 같다. 이 정권 사람들이 촛불혁명, 촛불혁명 하는데,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정치적 의사표시를 한 거지 혁명을 한 게 아니다. 모든 것이 전복되고 바뀌는 게 혁명이다. 그런데 2016~2017년은 의회가 해산된 것도 아니고, 정권도 (대통령) 선거를 통해 바뀌었다. 게다가 촛불시위에 찬동한 절대다수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것도 아니고, 41% 정도만 찍었다. 그러니 혁명정부라도 되는 양 독주하면 안 된다. 민주주의는 정당끼리 균형을 유지하며 경쟁해야 발전한다. 균형 없이 민주주의도 없다.”
―결국 중요한 건 힘의 균형인가? 여와 야, 보수와 리버럴 사이의 균형.
“그렇다.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180석을 차지했다. 1987년 이후 이렇게 국회가 불균형하게 구성된 적 없었다.”
―1990년 3당합당 직후는 불균형이 더 심각했다.
“인위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놨으니 그 다음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도 확보 못한 거다. 이번엔 국민들이 그렇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자기 권력을 자제하지 못하고 오만하게 국회를 제멋대로 운영했다. 그러면서 이게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잘 헤아리지 못했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당신들한테 그만큼 줬으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도대체 이게 뭐냐?’라는 민심의 표출이다.”
―경제민주화라는 것도 경제세력과 정치세력 사이의 균형을 지향하는 것이니, 일관성이 있다.
“자본주의가 발전한 것도 의회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조화를 이룬 덕이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강자의 독식과 횡포를 의회가 제도적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목표인가?
“뭐, 이름이야 뭐라고 부르든 상관 없다.”
―어느 인터뷰에선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변신을 아주 잘 할 수 있는 소양을 가진 사람이라고 본다.”
―‘변화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이란 뜻인가?
“변화에 어떤 방법으로 적응하는지를 보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었는지 아닌지가 판가름 날 거다.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한다. 무조건 변신, 변화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기본소득 같은 정책방향은 옳다고 생각하나?
“나도 기본소득은 장기적 과제로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 지사가 얘기하는 기본소득은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다. 진짜 기본소득을 이해하고 얘기하는 건지, 정치적인 용어로 얘기하는 건지.”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기본소득은 과거 계몽주의 시대부터 인도적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됐는데, 실현이 되지 않고 지금까지 온 거다. 최근에는 양극화가 극심해지니 그걸 완화시켜보려는 취지에서 기본소득이 거론된다. 한편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기계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게 되면 실업이 구조화된다. 미국만 해도 일자리 47%가 사라진다고 하잖나. 그만큼의 소비능력이 사라지면 경제가 굴러갈 수 없다. 그러니 최소한의 소비를 할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기본소득이 얘기되는 거다. 아무튼 기본소득이란 건 전국민에게 일정수준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건데, 문제는 재정을 어디서 조달하느냐다. 그동안 정부가 시행해온 복지제도를 어떻게 통합해서 기본소득으로 연결시킬 것인지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 고민이 동반되지 않는 기본소득은 아무리 떠들어봐야 국민이 꿈쩍 안 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수동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본사 이세영 논설위원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선 굉장히 평가가 야박하다.
“그 사람 얘긴 더이상 안 하려고 한다. 이미 지나간 사람 얘길 해서 뭣하나?”
―그래도 야권에선 일정한 정치적 지분을 가진 분인데.
“지지도 조사하면 기껏 3%정도 나오는데 무슨 지분이 있다고 그래? 안철수는 딱 1963년의 허정 같은 사람이다. 그해 대선을 앞두고 할아버지(가인 김병로)가 박정희에 맞서 윤보선·허정 후보 단일화를 이루려고 이범석까지 넷이 자택 2층에서 만나 12시간 동안 담판을 벌였다. 그런데 ‘당신이 양보해라’만 반복하다 끝났다. 결국 윤보선, 허정 둘 다 후보 등록을 하고 레이스가 시작됐는데, 허정이 해보다가 안 될 것 같으니 중도 포기했다. 그때 깨달은 게, 어차피 안 될 사람에 대해선 처음부터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어야 한다는 거다. 나는 할아버지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이번에 오세훈을 끝까지 후보로 밀어 관철시켰다.”
―시대정신을 얘기하면서 ‘정치가 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 변화에는 개헌도 포함되는가?
“지금 같은 권력구조로 73년동안 국가를 운영했는데, 국민 대다수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나? 이쯤 되면 권력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건 다 알게된 거다.”
―그래도 개헌은 대선 주자들의 강한 의지, 거대 정당 간 합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내년에 새 정권이 출범하면 개헌 문제는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앞서 내가 정권교체 가능성이 70% 정도 된다고 했다. 만약 야당이 정권을 잡았는데, 국회가 민주당 180석 구조 그대로면 정부 구성이 되겠나? 그러면 무슨 방도를 짜내지 않을 수 없다. 권력구조 문제가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거다.”
―예언대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민주당이 의회권력을 쉽게 포기하겠는가?
“그 사람들도 그때 가면 처지가 바뀐다. 난 새로운 정치세력이 다음 정권을 잡으면, 현재의 정당들이 지금처럼 존속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에마뉘엘 마크롱 얘길 자꾸 하는 거다.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 되니까, 프랑스의 거대 양당이 부서져버렸잖아.”
이세영 논설위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