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출범식 직후 경청버스에 올라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 소장파의 선전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자, 더불어민주당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당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야당의 역동적 모습과, 쇄신 타이밍을 ‘어물쩍’ 넘기며 활기를 잃어버린 여당의 분위기가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는 것도 민주당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25일 <한겨레>에 “국민의힘 8명의 당 대표 후보 중 우리 당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라며 “이 전 최고위원이 1위를 한다면 순식간에 우리 당이 너무 뒤처진 꼰대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도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새로운 정치판을 짜면서 우리는 완전히 고인 물이 되고 있다”며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되는 순간 민주당이 대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국민의힘은 본래 변화가 느리고 잘 안 움직이는 정당인데 젊은 정치인들이 주목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기운을 예고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4·7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사퇴하자 부랴부랴 전당대회를 열었지만 50~60대 중진의 ‘익숙한 후보’들이 출마해 ‘친문이냐 비문이냐’의 계파구도만 답습하다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끝나 버렸다. 쇄신론도 ‘문자폭탄’ 논란으로 협애화돼 옥신각신 공방만 주고받다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은혜(오른쪽 둘째부터)·주호영·나경원·홍문표·윤영석·조경태·김웅·이준석 후보 등이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지난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광주 무릎 사과’ 이래 국민의힘 의원들의 잦은 방문은 보수 정당에 닫혔던 호남의 마음을 조금씩 여는 모양새다. 정운천·성일종 의원이 5·18 유족회 초청을 받아 추모제에 참석하는 등 국민의힘의 ‘서진 정책’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끼어 있던 5월3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전국 성인 2010명 대상·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에선 국민의힘 광주·전라 지지율이 21.9%를 기록해 5월 2주차 12.5%보다 9.4%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40% 후반부의 정체 상태를 유지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우리가 부끄러운 당, 위기의 당으로 전락하면서 호남의 파이도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 지도부도 ‘행동’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서울·부산 청년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기후 위기 및 환경 문제에 천착해온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의 경력을 설명하면서 “꼰대정당을 벗어나는 방법은 공허한 주장보다 구체적인 현안을 밀고 나가는 데 있다”고 썼다.
한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여권 주자들도 ‘이준석 바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논쟁을 벌였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젊은 사람의 도전과 새바람을 독려해야 할 시점에 장유유서, 경륜이라는 말로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도전에 머뭇거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는 데 대해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 문화도 있다”며 “변화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보지만 (국민의힘도 대선 때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데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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