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경북도당에서 열린 핵심 당직자 간담회에서 당권 주자인 이준석, 주호영, 나경원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위로 본경선에 안착하며 돌풍을 이어갔다. 나경원 전 의원(4선), 주호영(5선)·홍문표(4선)·조경태(5선) 의원이 뒤를 이어 본경선에 진출했다. 김웅·김은혜(초선), 윤영석(3선) 의원은 ‘컷오프’됐다. ‘0선’인 이 전 최고위원이 4·5선 중진들과 겨루는 ‘1 대 4의 세대 대결 구도’가 이뤄진 것이다.
보수정당 세대교체의 상징이 된 이 전 최고위원은 예비경선에서 중진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본경선에선 당원 투표 비율이 70%로 늘어나고 ‘중진 단일화’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6·11 전당대회 최종 결과는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본선 진출자 5명의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종합 득표율 41%로, 2위인 나 전 의원(29%)을 큰 표 차이로 제친 것으로 확인됐다. 3위는 주호영 의원(15%)이었고 홍문표(5%)·조경태(4%) 의원 차례였다. 50%를 반영한 당원 득표율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31%)은 나 전 의원(32%)한테 근소한 차이로 뒤진 2위를 차지했다. 3위인 주 의원(20%)보다 무려 11%포인트 앞섰다. ‘이준석 돌풍’을 이끈 민심에 당심도 동기화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선관위 관계자는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 후보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1위를 기록한 예비경선 결과는 세대교체 열망이 신진 주자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그에게 집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도권 한 의원은 “세대교체를 향한 열망이 김웅·김은혜 지지표를 ‘대세 이준석’한테 몰아주는 결과를 만들었다. 당원들과 국민들이 신진 세력 단일화를 해주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웅·김은혜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이 전 최고위원이 ‘자동 단일화 효과’를 누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혼자 살아남은 이 전 최고위원이 ‘신진 주자 단일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본경선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중진들의 거부감과 두려움이 강하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4·5선 그룹에서는 본인들이 밀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준석이 대표가 되면 탈당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비토는 ‘반이준석 단일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중진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정말 당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나경원-주호영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나경원 후보로 결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각 캠프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나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당원들이 중진 단일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야합이 아닌 아름다운 단일화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 후보 캠프 관계자도 “단일화 요구 등 다양한 당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예비경선에서 반영 비율 50%였던 당원 투표가 본경선에선 70%로 늘어나는 것도 중진 주자들에게는 유리한 요소다. 나 전 의원(32%)과 주 의원(20%)의 예비경선 당원 득표율을 합산하면 절반을 넘는다. 예비경선 결과를 당원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로 환산하면 이 전 최고위원 37%, 나 전 의원 30.2%로 격차도 줄어든다.
이 전 최고위원의 위력을 확인한 이날 중진 주자들은 집중 견제에 들어갔다. 나 전 의원은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정권교체 리더십은 변화만으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통합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주 의원도 “(대선 때) 공정한 경선관리가 중요하다.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는 사람은 안 된다”며 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계라는 것을 부각하는 ‘계파 공격’을 이어갔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단일화 차단에 나섰다. 그는 대구시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0선이면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 등 나머지 후보들 선수를 더하면 거의 20선에 달한다. 0선을 이겨보겠다고 단일화한다면 상당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6·11 전당대회까지 남은 10여일, 당심의 향배에 따라 ‘세대 대결’의 최종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엇갈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세대교체에 대한) 전통적 보수층의 위기감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고, 당원 투표는 여론조사보다 적극 지지층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이 후보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선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정권교체라는 대의 앞에 민심이 당심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나래 오연서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