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본격적인 합당 논의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당명부터 당헌, 정강정책을 모두 바꾸는 ‘신설 합당’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이제껏 논의되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5일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합당 관련 입장문에서 “통합 야당은 당헌과 정강정책을 통해 중도실용 노선을 정치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당은 지분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의힘은 더 많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희생과 헌신을 보여줘야 한다”며 “당 대 당 통합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양당 통합은 흡수합당이 아니라 외연 확장을 통한 정권교체”라며 “신당에는 그런 가치가 녹아들어야 하는데 당명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외연 확장이 될 수 있는지 논의를 해야 된다고 판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정당의 정체성을 ‘중도실용’으로 명확하게 하려면 당명까지 바꾸는 ‘신설 합당’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안 대표의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까지 합의된 사항과는 좀 다른 내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제가 주호영 전 대표로부터 인수인계받은 것도 그렇다”고 말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주호영 전 대표 권한대행과 안 대표가 접촉할 때도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은 지난해 9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작품’이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미래통합당이었던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첫머리에 배치하는 등 ‘파격’과 ‘쇄신’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는 당 지지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당명을 다시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다. ‘흡수’가 아닌 ‘신설’ 방식으로 합당되면 당 이름이 바뀌는 것은 물론 공동대표 체제가 들어설 수도 있다.
그간 두 당은 합당 논의를 둘러싸고 ‘지분’과 ‘기득권’을 버리라며 실무협상 전부터 기싸움을 벌였다. 이 대표는 앞서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당의 지역위원장 공모를 겨냥해 “소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다. 하지만 지금 갑자기 급조하고 계신 당협 조직이나 이런 것들은 한푼도 안 쳐 드리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15일 <한국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의) 지분 요구도 안 되지만 (국민의힘의) 기득권 주장도 안 된다”고 말했다.
통합 방식을 두고 두 당이 이미 시각 차이를 드러낸 상황에서 이 대표와 안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만나 합당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국민의당은 실무협상단 구성을 마무리한 상태다. 권은희 원내대표가 단장을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고, 국민의힘은 재선급 의원을 내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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