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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커피콩 없는 커피…‘대체커피’를 둘러싼 상황은 복잡하다

등록 2021-11-04 09:59수정 2021-11-04 10:19

탄소 배출 줄인 커피 생산 기술 개발 잇따라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커피나무 재배 대신 기술을 이용해 커피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픽사베이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커피나무 재배 대신 기술을 이용해 커피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픽사베이

모든 농작물 경작은 환경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농작물의 성장과 수확은 기본적으로 기후의 영향을 받지만, 역으로 농경지를 만들고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 자체도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커피 농장을 만들기 위해선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삼림을 벌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커피는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7kg에 이른다. 식품 중에서 탄소배출량이 쇠고기, 양고기, 치즈, 초콜릿에 이어 5번째로 많다. 기후 변화로 재배에 적합한 자연 환경을 갖춘 지역도 줄어들고 있다. 30년 후에는 현재 커피 농장의 절반이 재배 부적합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늘어만 가는 커피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도 환경을 해치지 않는 대체커피 생산 방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아토모가 한시판매한 캔 분자커피. 아토모 제공
아토모가 한시판매한 캔 분자커피. 아토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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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폐기물 성분 섞어 만든 분자커피

1인당 커피 소비 1위인 핀란드에선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 방식의 하나로 배양커피를 개발하고 있다. 동물 세포를 증식해 배양육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커피잎의 세포를 증식해 커피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세계 최대 커피 수입국 미국에서도 핀란드의 세포 배양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커피콩 없는 커피 개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본산인 시애틀에선 합성 방식의 분자커피를 생산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아토모 커피(Atomo Coffee)라는 이 신생기업은 ‘세계 최초의 분자 커피’라는 이름을 내걸고 지난 9월 온라인을 통해 콜드브루 커피를 한시 판매했다. 가격은 1캔에 5.99달러. 올해 안에 한 번 더 한시 판매할 예정이다.

아토모 커피의 시험 생산 시설. 아토모 커피 제공
아토모 커피의 시험 생산 시설. 아토모 커피 제공

분자커피는 식물 폐기물을 분해한 뒤, 여기서 커피 생두에 있는 것과 같은 성분을 뽑아 만든 화합물을 커피콩과 같은 고체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이를 커피콩과 마찬가지로 볶고 분쇄해서 끓이면 분자커피가 된다. 대추씨 추출물,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등이 분자커피의 재료로 쓰인다.

아토모는 “이 방법을 이용하면 벌채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은 93%, 물 사용량은 94%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토모는 현재 하루 약 1000명분의 커피와 맞먹는 양의 인공 원두를 생산하고 있다. 내년엔 하루 최대 1만명분, 그 다음해엔 3000만명분까지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컴파운드 푸즈 직원들이 발효 공정을 통해 생산한 커피를 시음하고 있다. 컴파운드 푸즈 제공
컴파운드 푸즈 직원들이 발효 공정을 통해 생산한 커피를 시음하고 있다. 컴파운드 푸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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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선 컴파운드 푸즈(Compound Foods)라는 업체가 커피 열매의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공정을 통해 원두 없는 커피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 창업자인 마리셀 사엔스(Maricel Saenz)는 주요 커피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코스타리카 출신으로, 커피의 미래와 환경 영향에 대한 관심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커피는 기후 변화의 주요 희생자이자 기여자”라며 “이것이 커피를 둘러싼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발효 방식을 통한 커피 라이프사이클을 평가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과 물 사용량을 9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2년 말까지 발효 커피를 출시할 계획이다. 사엔스 대표는 “미생물을 적절히 조절하면 소비자 취향에 맞는 풍미와 향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나무 잎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커피 덩어리(오른쪽)와 이를 로스팅한 커피(왼쪽). 핀란드 VTT기술연구센터
커피나무 잎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커피 덩어리(오른쪽)와 이를 로스팅한 커피(왼쪽). 핀란드 VTT기술연구센터

그러나 첨단기술을 이용한 ‘커피콩 없는 커피’가 소비자들한테 얼마나 먹혀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캐나다 달후지대의 2019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72%는 실험실에서 만든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또 실험실에서 탄생한 커피를 주된 생계수단으로 삼는 개발도상국의 커피 농민,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와도 충돌한다. 컴파운드 푸즈는 커피기업과는 시장을 다투지만 커피 소농과는 협력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 원두를 쓰지 않은’ 실험실발 대체커피들이 기후 위기에 따른 환경 의식 강화에 힘입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대체육의 뒤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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