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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외국인 학자가 본 ‘케이 팝·드라마’ 성공 비결

등록 2021-11-11 08:27수정 2021-11-11 11:09

미 스탠퍼드대 동아시아연구센터장 “공감력” 꼽아
2016년 BTS의 파리 공연 장면. 위키미디어 코먼스
2016년 BTS의 파리 공연 장면. 위키미디어 코먼스
21세기 들어 본격화하기 시작한 한류 바람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이후 6곡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린 데 이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세계를 대상으로 연설을 했고,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지금 세계적인 열풍의 한가운데에 있다.

최근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한국어에서 유래된 26개의 단어를 새로운 영어로 무더기 등재했다. 할류(한류), 언니, 누나, 오빠, 트로트, 대박, 만화, 케이드라마, 먹방 등 한국 대중문화와 관련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새로 사전에 오른 단어 중 한류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케이-’ 복합어다. ‘케이-’에 대해 옥스퍼드 사전이 내린 정의는 “한류(K-wave)에서 축약된 말”이다. 옥스퍼드는 “‘케이-’는 20세기 말 케이-팝(1999)을 시작으로 케이-드라마(2002), 케이-뷰티, 케이-컬처, 케이-푸드, 케이-스타일처럼 한국 및 한국의 인기 문화와 관련된 명사를 이룬다”며 용례를 곁들여 설명했다.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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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스토리에 한국식 반전으로 양념

외국인 문화연구자의 눈에 비친 세계적인 한류 문화 콘텐츠 바람의 비결은 뭘까?

미국 대학생들도 이에 관심이 많은 듯, 스탠퍼드대 대학신문이 한국 문학과 영화, 대중문화를 가르치는 다프나 주르(Dafna Zur) 동아시아연구센터장(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주르 교수는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정말 좋기 때문”이라며 그 핵심을 관객 및 팬들과의 ‘공감력’으로 요약했다.

그는 우선 한국 드라마의 특징에 대해 “예측성과 독창성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는 예측 가능한, 즉 뻔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가난한 사람이 성공해 부자가 되고, 부자 소년과 가난한 소녀가 사귀며, 자녀들은 부모의 바람을 거역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들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여기에 한국식 반전이 양념으로 가미된다. 그는 “등장 인물들은 어른에게 공손하고, 자식들은 부모에 대한 효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드라마 대본에는 유머들이 넘친다”며 “물론 종종 어두운 반전이 있으나 한국 드라마는 가장 냉혹한 부자마저 인간적으로 표현해서 시청자가 관심을 갖도록 끌어들인다”고 덧붙였다.

2018년 BTS 파리 공연 장면. 위키미디어 코먼스
2018년 BTS 파리 공연 장면.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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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팝 성공을 이끈 건 재능과 춤, 카리스마

케이팝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아이돌의 음악적 재능과 놀라운 춤 실력, 엄청난 카리스마를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아이돌들은 정말로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할 뿐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말할지, 팬과 어떻게 소통할지를 알고 있다. 이미지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행동은 매우 높은 수준의 기준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돌은 진심이 묻어나는 듯한 방식으로 재미있고 친절하게 팬들에게 다가가고, 그 대가로 팬들은 스포츠팬이 팀에 충성하듯 케이팝 아이돌에게 충성을 다하는 ‘아이돌과 팬의 역학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아이돌은 잘 다듬어진 소통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의 성공에서 팬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인정한다. 그리고 팬들은 맹렬하게 아이돌을 보호해준다. 고의적으로 아이돌과 똑같은 비행기를 예약하는 등 지나치게 강박하는 팬은 퇴출당한다. 그는 “아이돌과 팬들 사이엔 아주 강력한 유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속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약해 한국 연예계에서 상대적 약자로 출발한 BTS의 성공은 그들의 재능과 더불어 ‘아미’라고 불리는 팬들의 열정과 충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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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팬들,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알고 싶어해

다프나 주르 교수. 스탠퍼드대 제공
다프나 주르 교수. 스탠퍼드대 제공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히브리대를 졸업한 주르 교수(한국명 주다희)는 1990년대 초반 태권도 검은띠를 따기 위해 서울에 오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그는 “당시 나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으나 오늘날의 학생들은 한국의 대중문화와 함께 자랐다”며 “ 그들이 알고 있는 케이팝그룹은 엑소, 블랙핑크, 소녀시대, 세븐틴 등 단숨에 다 말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의 학생들은 대중문화만이 아니라 문학, 영화, 정치, 역사, 언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을 알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자연 자원이 부족한 작은 나라가 어떻게 거대한 경제를 형성하고 문화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는지, 남한은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위협 속에서 어떻게 번영을 이룩했는지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한국은 “오늘날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수수께끼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나라”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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