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11번째 이륙을 위해 대기 중인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 ‘B1051’. 스페이스엑스 제공
올해 세계 최고 억만장자에 오른 일론 머스크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가 몰아치듯 로켓을 쏘아 올리며 한 해 발사 일정을 마무리했다. 72시간 사이에 미국 동·서 해안에서 3개의 로켓을 연달아 발사하며 새로운 기록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우선 로켓 재사용 기록을 경신했다.
스페이스엑스는 19일 오전 8시(미 동부시각 기준) 미 캘리포니아 반덴버그우주군기지에서 저궤도 인터넷위성 스타링크 52개를 실은 팰컨9 로켓을 쏘아올렸다. 이날 사용한 로켓(B1051)은 2019년 3월 이후 11번째 우주로 날아올랐다. 이로써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5월 이 로켓으로 세운 10회 사용 신기록을 7개월만에 갈아치웠다. 이 로켓이 지금까지 수행한 11번의 임무 중 8번이 스타링크 위성 발사다. 머스크는 이번 발사 성공으로 ‘1로켓 10번 사용’이라는 1차 목표를 초과달성하게 됐다. 스페이스엑스에는 현재 10번 사용한 1개 로켓과 9번 발사한 2개의 로켓이 후속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로켓을 발사한 지 15시간만에 플로리다에서 날아오르는 또 다른 팰컨9 로켓. 스페이스엑스 제공
서에 번쩍, 동에 번쩍…15시간 만에 또 발사
팰컨9 로켓 1단계 추진체는 발사 9분 뒤 해상 바지선으로 무사히 돌아와 12번째 발사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가을 이후 22개국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 스타링크는 지금까지 33번에 걸쳐 1944개가 지구 저궤도에 올려졌으며, 이 가운데 1775개가 정상 작동 중이다.
이어 스페이스엑스는 스타링크 위성 발사 15시간 후인 18일 오후 11시(미 동부시각 기준)엔 3800km 떨어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터키의 통신위성을 실은 또다른 팰컨9 로켓을 쏘아올렸다. 이는 스페이스엑스의 ‘더블헤더’ 발사 최단 기록이었던 지난 9월의 44시간보다 훨씬 짧은 것이다.
21일 화물우주선을 실은 팰컨9 로켓이 올해 31번째이자 마지막 발사를 앞두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21일엔 처음으로 연간 로켓 발사 횟수 30회를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날 오전 5시6분(미 동부시각 기준, 한국시각 오후 7시6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에 화물우주선 드래건을 실어 발사했다. 이날 발사는 올해 스페이스엑스의 마지막 발사이자 31번째 발사였다.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의 26회를 훌쩍 뛰어넘었다.
올 한 해 동안 평균 12일에 한 번씩 로켓을 쏜 셈이다. 31회 모두 발사에 성공했으며 2회를 제외한 29회가 모두 재사용 로켓으로 진행됐다. 스페이스엑스가 신제품 로켓을 사용한 것은 이날을 포함해 2번뿐이었다. 이날까지 사흘 사이에 3개의 로켓을 연속 발사하는 ‘해트트릭’ 발사도 진기록으로 남기게 됐다.
화물우주선 드래건은 이날 미 항공우주국(나사)와의 계약에 따라 24번째 우주화물을 싣고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날아갔다. 이 화물우주선엔 우주정거장에서 임무 수행 중인 7명의 우주비행사들에게 전달할 약 3톤의 보급품과 크리스마스 선물, 실험 물품이 실려 있다. 실험 물품 중엔 우주에서 물 없이도 의류를 세탁할 수 있는 신개발 우주세제가 포함돼 있다.
21일 진행된 올해 마지막 발사에서 화물우주선을 우주로 보낸 뒤 해상 바지선으로 돌아온 팰컨9 1단계 추진체. 웹방송 갈무리
스페이스엑스의 로켓 재사용 신기록 행진은 안정적인 로켓 회수 기술이 뒷받침 돼야 가능하다. 이를 입증하듯 스페이스엑스는 올해 마지막 발사에서 1단계 추진체 회수 기록을 세자리수로 진입시켰다.
21일 발사한 팰컨9 로켓 1단계 추진체 역시 발사 9분 뒤 플로리다 앞바다 해상 바지선으로 돌아왔다. 이로써 스페이스엑스는 2015년 12월 처음으로 로켓 회수에 성공한 이후 꼭 6년만에 100번째 회수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11번 시도 가운데 실패한 것은 11번으로 성공률이 90%다.
스페이스엑스의 사라 워커 이사는 에이피(AP)통신에 “우주비행 비용을 낮추기 위해선 로켓 사용 횟수를 계속해서 더 많이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100회는 거대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11월에 있었던 스타십 고정 연소시험 장면. 스페이스엑스 제공
스페이스엑스는 내년에 40회가 넘는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8월엔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40번 발사대에서 한국의 첫 달 탐사선인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을 발사한다. 잠정적인 발사 예정일은 8월1일이다.
스페이스엑스는 2월엔 민간인 4명을 태운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낼 예정이다. 이 여행은 스페이스엑스의 첫 민간인 우주정거장 운송 임무다.
스페이스엑스는 이와 함께 이르면 새해 1월 차세대 로켓 스타십의 첫 궤도 비행에 도전한다. 달과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중인 스타십은 로켓과 우주선이 하나로 통합된 콤보형 로켓으로 높이가 120미터에 이른다. 머스크는 내년 중 스타십이 12차례 시험비행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