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높이 120미터의 스타십 완전체 모습. 발사대는 140미터다.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사상 최대 로켓우주선 스타십의 완성후 모습을 공개했다. 스타십은 로켓과 우주선이 결합한 발사체다.
머스크는 11일 텍사스 보카치카 인근의 스타십 제조기지인 스타베이스에서 설명회를 열고 “스타십이 올해 안에 궤도 비행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설명회 현장에서는 조립을 마친 스타십이 발사대에 세워진 모습이 공개됐다. 이 스타십은 20번째 시제품이다. 스페이스엑스는 그동안 시험비행에서 4차례 실패 끝에 지난해 5월 10km 고고도 시험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총 길이 120미터로 역대 가장 큰 발사체 일체형 우주선 스타십은 높이 50m의 스타십 우주선과 높이 70m의 슈퍼헤비 로켓을 합친 것이다. 1960년대 달 착륙에 사용했던 새턴5 로켓 111m보다 9m가 더 길다.
스타십 앞에서 설명회를 열고 있는 일론 머스크. 웹방송 갈무리
달 착륙때 사용했던 로켓보다 2배 강력
2019년 9월 이후 2년여만에 연 이번 설명회에서 머스크는 스타십 성능 향상을 위해 “슈퍼헤비 엔진 수는 29개에서 33개로, 스타십 엔진 수는 6개에서 9개로 늘리겠다”고 명확히 했다. 머스크는 이에 따라 추력은 새턴5보다 두배 이상 강력해져, 최대 150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까지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턴5는 1960년대 아폴로 우주선 달 착륙 프로그램에서 사용했던 로켓이다.
스타십에 장착되는 엔진은 액체산소와 액체 메탄을 연료로 쓰는 랩터 엔진이다. 머스크는 현재 2세대 랩터 엔진(랩터2)의 설계를 수정해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거의 전부를 재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랩터2의 추력이 230톤으로 랩터1의 185톤보다 훨씬 크며, 나중에 250톤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십의 첫 궤도비행 궤적. 왼쪽은 슈퍼헤비 로켓, 가운데와 오른쪽은 스타십의 비행궤적. 스페이스엑스 제공
로켓이 발사대로 다시 돌아온다
스페이스엑스는 기존의 로켓 재사용 기술을 적용해 스타십과 슈퍼헤비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슈퍼헤비 로켓은 임무를 마친 뒤 발사대로 돌아와 다음 발사를 준비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발사대의 집게형 팔을 사용해 지상으로 돌아오는 로켓을 젓가락으로 집듯 잡는다. 머스크는 “발사대 설계에서 건설까지 13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100톤의 화물을 우주로 보내는 데 1천만달러(120억원)가 들지 않을 정도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몇년 안에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엑스가 2021년 당국에 제출한 계획에 따르면, 스타십의 첫 궤도비행은 텍사스 상공에서 하와이 해안까지 90분에 걸쳐 진행된다. 슈퍼헤비 로켓은 발사 170초 뒤 스타십에서 분리된 뒤 멕시코만 해상으로 돌아온다. 스타십은 이후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돌아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60마일 떨어진 해상에 착수한다.
발사대에 달린 팔(일명 젓가락)로 스타십을 집어 슈퍼헤비 위에 올려놓고 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첫 궤도비행 시도 5월 가능성
스타십의 첫 궤도비행 시도가 언제 이뤄질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머스크는 이날 설명회에서 첫번째 궤도 비행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미 연방항공청(FAA)의 환경 평가를 3월에 통과할 수 있을 것같은 어렴풋한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평가 승인이 이뤄지면 몇달 안에, 아마도 5월에는 첫 궤도비행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궤도비행 장소를 플로리다의 케네디우주센터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하려면 기존 발사대를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발사 시기는 6~8개월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십의 최종 목표는 화성에 가는 것이지만, 그에 앞서 달 여행을 먼저 시도한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지난해 4월 202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에서 사용할 달 착륙선으로 스타십을 선정했다.
스페이스엑스는 이와 함께 스타십이 완성되면 스타링크 위성 발사도 스타십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오는 2023년 일본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와 스타십으로 달 궤도 여행을 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 상황을 보면 이 일정은 불가능해 보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