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발효 방식의 달걀 흰자 단백질을 재료로 만든 마카롱. 에브리컴퍼니 제공
‘동물 없는’ 동물성 단백질 제품에 달걀 흰자가 추가됐다.
‘소 없는 우유’ 개발에 사용한 것과 똑같이 미생물 발효 기술을 사용한 ‘닭 없는 달걀 흰자’가 개발돼 나왔다.
달걀은 한 해 1조개가 훨씬 넘게 소비되는 세계인의 기본 식품 가운데 하나다. 달걀은 그 자체로 단백질이 풍부한 완전식품이지만, 노른자와 흰자를 따로 분리해 식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음식 고명이나 제과, 제빵 재료로 애용되는 달걀 흰자는 콜레스테롤이 없고 지방은 적은 반면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미국의 에브리 컴퍼니(Every Company)가 7년간의 연구 끝에 효모를 이용해 달걀 흰자의 주성분 단백질 ‘오브알부민’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시판에 나섰다.
‘닭 없는 달걀 흰자’는 계란 단백질(난백)을 만드는 닭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합성한 뒤, 이를 효모에 삽입해 생산한다. 유전자 변형 효모에 설탕을 공급하면 효모가 이를 먹고 단백질을 뱉어낸다. 효모 자체는 유전자변형생물(GMO)이지만 생산된 단백질엔 이런 성분은 없다.
에브리컴퍼니의 수용성 투명 흰자단백질. 에브리컴퍼니 제공
이 회사 대표 아르투로 엘리존도(Arturo Elizondo)는 보도자료를 통해 “달걀 흰자는 오늘날까지 거의 대체 불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는 식품산업의 보석”이라며 “새로운 흰자 제품은 거품을 내는 능력 등에서 실제 달걀 흰자와 똑같은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케이크, 쿠키, 빵, 단백질바, 파스타 등에 기존 흰자 단백질의 ‘1 대 1’ 대체 식재료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최근 ‘에브리 에그화이트’(Every EggWhite)란 제품명으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마카롱 제조업체와 흰자 단백질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달걀 흰자는 이 회사가 개발한 세번째 동물없는 동물성 단백질 제품이다. 최초의 제품은 2021년 초에 출시된 펩신이었다. 펩신은 돼지 위벽에서 얻을 수 있는 효소 단백질로 약품 캡슐 재료 등으로 쓰인다. 펩신 1kg은 돼지 100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다. 이어 지난해 말엔 음료 재료로 쓸 수 있는 가용성 투명 단백질(에브리 프로틴)을 두번째로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 분말 형태의 제품을 내놓았다.
핀란드 연구진이 미생물 발효 방식으로 만든 달걀 흰자 단백질 분말. 헬싱키대 제공
미생물 발효 방식을 이용한 달걀 흰자 단백질 기술은 핀란드에서도 개발에 성공해 지난해 말 국제학술지 ‘네이처 푸드’에 발표했다. 헬싱키대와 VTT기술연구센터 공동연구진은 곰팡이의 일종인 트리코더마 레세이(Trichoderma reesei)을 이용했다. 이 곰팡이에 오브알부민 생산 유전자를 삽입해 흰자 단백질을 생산한다.
연구진은 닭을 사육하지 않고 발효 방식으로 달걀 흰자를 생산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30~5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또 세포 배양 방식에 의한 단백질 생산은 일반적으로 일반 농산물보다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미생물을 이용하면 이보다 훨씬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달걀은 그 자체가 식품이지만,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식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픽사베이
동물 없는 대체 단백질 제품은 친환경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앞으로 가격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발효 달걀 흰자로 만든 한정판 마카롱은 6개 들이 한 상자에 28달러다. 올 여름에 시판되는 ‘소 없는 우유’ 역시 실제 우유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동물 없는’ 대체 단백질 식품 산업은 요즘 투자업계의 뜨거운 관심 대상 가운데 하나다. 에브리컴퍼니는 달걀 흰자 제품 양산용으로 지난해 말 1억7500만달러(약 2140억원)를, 미생물을 이용한 ‘소 없는 우유’를 개발한 퍼펙트데이는 지금까지 총 3억5천만달러(약 43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 열기 만큼 시장 반응도 훈훈할지 주목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