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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스위스에선 ‘배송 정체’ 사라지나…땅속에 500km 자동시스템

등록 2022-08-01 10:14수정 2022-08-01 17:51

지하 50미터 터널에 자동 화물배송 시스템
2045년까지 총 길이 500km 전국망 깔기로
저속이지만 24시간 운영으로 배송효율 높여
교통량·소음 감소에 창고 수요 감소도 기대
지하 물류망은 스위스의 동쪽끝과 서쪽끝을 관통한다. CST 제공
지하 물류망은 스위스의 동쪽끝과 서쪽끝을 관통한다. CST 제공

코로나가 바꾼 사회 풍경 가운데 하나는 물류센터와 배달 차량의 급증이다. 인구가 밀집해 있는 도시지역에 물류가 집중되면서 출퇴근 교통정체 대신 배송정체 현상이 생겨날 정도였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한 외부활동 제약이 원인이지만 그 뒤엔 디지털화에 따른 생활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도로 정체를 피하는 해법으로 주목되는 것이 지하 교통망이다. 전용터널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정시 출발-도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유럽의 강소국으로 불리는 스위스가 배송 효율을 높이 위해 컨베이어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지하 물류망을 구축하는 데 나섰다.

스위스의 주요 도시들과 물류센터를 지하로 연결하는 CST(Cargo Sous Terrain) 프로젝트가 이달부터 본격 추진된다고 국제전기전자공학회가 발행하는 기술매체 ‘아이트러플이 스펙트럼’(IEEE Spectrum)이 보도했다. 2016년 정식으로 제안된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지하터널 물류망을 허용하는 법률이 의회를 통과한 데 이어 최근 법률이 발효됨에 따라 2010년 타당성 조사를 시작한 이래 12년 만에 실행 단계로 전환했다.

CST는 3개 차로의 중심 물류망과 그 위의 모노레일망으로 구성된다. CST 제공
CST는 3개 차로의 중심 물류망과 그 위의 모노레일망으로 구성된다. CST 제공

2031년 70km 첫 구간 완공 목표

CST는 지하에 2개 층으로 구축된다. 중심 물류망은 지하 50m에 설치된다. 이곳에 지름 6m, 3개 차로의 터널을 뚫고 자율 화물배송차량을 투입해 물류를 처리한다. 차로는 주행용 일반 차로가 아니라 유도 레일 위를 컨테이너나 짐을 실은 팔레트가 이동하는 철로 방식이다. 화물차의 속도는 시속 30km로 느린 편이다. 하지만 정체없이 24시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배송시간은 훨씬 빠를 것으로 기대한다. 그 위로는 소형 화물을 배송하는 모노레일망이 깔린다. 모노레일의 속도는 시속 60km로 고속 배송용으로 쓰인다.

CST는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물류망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 컨베이어 시스템에 비유할 수 있다.

지하물류망의 첫 구간은 헤르킨겐-니더빕(Härkingen-Niederbipp) 물류허브와 취리히공항 사이의 10개 허브를 연결하는 70km 구간이다. 2031년 완공이 목표다.

나머지 구간은 단계적으로 구축해, 서쪽끝 제네바에서 동쪽끝 생갈렌까지 총 연장 500km에 이르는 전국적인 규모의 지하 자동물류망을 2045년까지 완성한다는 게 프로젝트의 청사진이다.

지하 물류망은 도로의 대형 트럭을 40% 줄이고 도로 소음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ST 제공
지하 물류망은 도로의 대형 트럭을 40% 줄이고 도로 소음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ST 제공

산 많고 도시 밀집도 높은 한국에 시사점

지하물류망은 도로의 교통량과 도시 소음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추진 주체인 민간 컨소시엄 쪽은 도로를 운행하는 대형 트럭 수가 최대 40%, 도시 소음이 50%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동력원은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전기를 쓸 계획이다. 따라서 기존 육상도로 배송망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지하 물류망을 이용하면 기업으로서도 적잖은 경제적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한 번에 물건을 대량으로 받아 쌓아두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소량을 수시로 보내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 수요를 줄여주고 변화하는 상황에 훨씬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지하 물류망 건설의 최대 관건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첫 구간을 구축하는 데만 34억달러(4조4천억원), 전체적으로 300억~350억달러(39조~45조원)가 들 것으로 예상한다. 스위스는 전액 민간 투자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재 운송, 물류, 소매, 통신, 에너지 분야의 39개 기업들이 민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스위스는 알프스산맥이 영토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과 비슷한 산악국가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엔 몇몇 주요 도시, 특히 수도권 지역 도시들의 인구 및 경제 밀집도가 매우 높다. 그런 점에서 스위스의 지하 물류망 추진 경과와 결과는 한국의 물류망 설계에도 여러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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