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2월7일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들이 찍은 지구 사진 ‘블루마블’. 나사 제공
7일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지구 사진으로 꼽히는 ‘블루마블’(Blue marble)이 나온 지 꼭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마지막 유인 달 탐사 우주선인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들은 1972년 12월7일 지구를 출발해 달로 가던 중 뒤쪽을 바라보며 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촬영 시간은 발사 후 5시간6분이 지난 오전 5시39분(7일 오후 7시39분)이었으며, 당시 지구와의 거리는 2만9000㎞였다.
‘블루마블’이란 이름은 지구의 색상과 모양이 푸른색 유리구슬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블루마블은 우주 속의 지구 존재를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블루마블 사진에 드러나 있는 지구의 반구는 지중해에서 남극까지를 포괄한다. 남반구는 구름이 넓게 깔려 거의 보이지 않으나 남극의 만년설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12월 동지가 다가오던 시기에 발사돼 여름철이던 남극 대륙이 우윳빛으로 훤하게 드러났다.
스웨덴의 카메라 제조업체 핫셀블라드의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이 사진은 둥근 지구 전체를 찍은 최초의 사진이다. 이전까지의 아폴로 우주선들이 찍은 지구 사진은 일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1968년 아폴로 8호에서 찍은 ‘지구돋이’(earthrise) 사진. 달 표면 위로 지구가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사 제공
지구 전체를 사진에 담으려면
블루마블처럼 지구 전체를 담은 사진을 찍기는 매우 어렵다.
우선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나사 출신의 사진측량가 리처드 언더우드에 따르면 지구와의 거리가 최소 1만2천마일(약 1만9000㎞)은 돼야 한다. 그러나 구글 어스를 돌려보면 대략 1만1000㎞를 넘어서면서부터 지구 전체 모습이 드러난다. 고도 400㎞ 상공을 나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는 지구의 범위는 약 2000마일(3200㎞)다. 또 지구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도록 태양이 바로 뒤에 있어야 한다.
아폴로 17호 이후에는 이렇게 먼 거리까지 날아간 우주비행사가 없다. 따라서 위성에 탑재된 무인 카메라가 아닌 사람이 직접 찍은 지구 전체 사진은 현재로선 블루마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블루마블의 원본 사진. 우주선이 뒤집혀 날아가는 중에 찍은 것이어서 남극이 맨 아래에 있다. 공식 블루마블 사진은 남극 위치를 바로잡고 색을 보정했다. 나사가 이 사진에 붙인 번호는 ‘AS17-148-22727’이다. 나사 제공
냉전시대에 내놓은 ‘국경없는 지구’ 메시지
이 사진이 유명해진 데는 당시의 상황이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 들어 서구 선진국에서는 고도 성장에 따른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환경운동이 발흥하기 시작했다. 지구 환경에 대한 각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 사진은 즉각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고독하고 허약한,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 이 지구 사진은 당시 환경운동가들에게 하나의 상징물이 됐다. 이후 이 사진은 역사상 가장 많이 공유된 사진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호주 그리피스대의 샤리 라슨 박사(미술사)는 과학자미디어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시대에 나온 이 사진은 뜻밖에도 ‘국경 없는 지구’라는 중립적 관점을 보여줬다”며 “이 사진은 미국의 패권을 증명하는 대신 전 세계적인 상호연결성을 촉진하는 조화와 통합의 상징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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