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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100년의 꿈’ 우주태양광발전, 지구 저궤도에서 첫 시연한다

등록 2023-02-14 10:00수정 2023-02-14 10:28

미, 이달부터 시험 단계 진입
유럽·중·영·일도 개발 경쟁에 합류
실용화땐 밤낮없는 에너지원 기대
우주태양광발전기의 몸체를 이룰 모듈식 발전 위성 돌체 상상도. 칼텍 제공
우주태양광발전기의 몸체를 이룰 모듈식 발전 위성 돌체 상상도. 칼텍 제공

우주태양광발전이 꿈을 꾸기 시작한 지 100년만에 공상과학을 벗어나 시제품을 시험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우주태양광발전이란 말 그대로 우주에서 태양 에너지를 수집해 지구로 끌어다 쓰는 것을 말한다. 우주태양광발전의 가장 큰 매력은 연중 내내 하루 24시간 햇빛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주에선 햇빛을 반사시키는 공기 입자나 구름이 없어 훨씬 더 큰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우주에서 쓸 수 있는 햇빛 에너지는 총량 기준으로 지상에서보다 10배 많다.

따라서 우주태양광발전이 실용화할 경우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재사용 가능한 로켓이 등장하고 위성 제작과 태양광 발전 단가가 잇따라 하락하면서 우주태양광발전 실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과학자들이 제작한 우주태양광발전소의 첫 시제품 ‘우주태양광전력시연기’(SSPD=Space Solar Power Demonstrator)가 이달 중 지구 저궤도에서 타당성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장치는 지난달 3일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갔다.

무게 50kg의 이 시제품은 3개의 실험장비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발전기의 몸체를 이룰 가로-세로 1.8m 크기의 모듈식 발전 위성 ‘돌체’(DOLCE), 둘째는 가혹한 우주 환경을 얼마나 견뎌낼지를 시험할 32가지 유형의 광전지 ‘알바’(ALBA), 셋째는 초경량 마이크로파 무선 전력 전송 장치 ‘메이플’(MAPLE)이다.

칼텍의 전력 송신용 안테나판. 칼텍 제공
칼텍의 전력 송신용 안테나판. 칼텍 제공

10년 전 1억달러 기부금이 발판

칼텍은 이 시연기로 6개월간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태양광발전 기술을 시험할 계획이다. 우주태양광발전을 실현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발전기의 경량화와 손실없는 송전 기술이다. 돌체에선 초박형 태양전지, 발전과 송전 통합 시스템, 접이형 모듈식 구조의 배치 기술을, 알바와 메이플에선 태양전지와 송전 장치의 효율을 검증한다.

프로젝트 공동책임자인 알리 하지미리 교수(전기공학·의공학)는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 시제품은 커다란 진전으로 우주로 발사되는 모든 것에 요구되는 엄격한 단계를 통과했다”며 “여전히 많은 위험이 있지만 우주 실험에서 많은 걸 얻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칼텍은 부동산개발업체 어바인 컴퍼니 회장이자 칼텍 이사인 도널드 브렌이 2013년에 기부한 1억달러를 기반으로 우주태양광발전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2011년 과학대중잡지 ‘포퓰러 사이언스’에 실린 우주태양광발전 기사를 보고 이 분야의 잠재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럽우주국의 우주태양광발전 위성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의 우주태양광발전 위성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 2040년 기가와트급 우주발전 목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에 적극적인 유럽도 우주태양광발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해 12월 우주태양광발전의 가능성을 시험할 ‘솔라리스’ 계획을 승인했다.

2025년까지 기초 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실증기, 2035년까지 시험발전소를 운영하고 2040년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것이 목표다. 상용화단계에선 태양광발전위성을 정지궤도에 보내 2GW(기가와트)급 전력을 지구로 전송한다. 이는 100만가구가 쓸 전기에 해당한다. 이런 정도의 태양광발전기를 지상에 설치하려면 600만개의 태양전지판이 필요하다. 솔라리스팀은 지난해 9월 2kw의 전력을 36m 거리까지 무선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영국은 2022년 3월 정부 주도 아래 학계와 기업이 함께 스페이스 에너지 이니셔티브(Space Energy Initiative)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현재 카시오페이아(CASSIOPeiA) 태양광발전 위성 개념을 개발하고 있다. 타원형 궤도를 도는 4~5개의 작은 위성을 띄워 정지궤도 위성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개념이다. 10년 안에 실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앞서 2021년엔 영국 산업에너지및산업전략부(BEIS)가 2040년까지 1.7km의 태양광발전위성과 6.7km x 13km의 지상 안테나로 구성된 2기가와트급 우주태양광발전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영국 스페이스 에너지 이니셔티브의 우주태양광발전 개념도.
영국 스페이스 에너지 이니셔티브의 우주태양광발전 개념도.

중, 2028년 전력 전송 시험…한국은 개념연구 단계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2028년 우주태양광 전력 전송 기술 시연을 시작으로 2050년까지 우주태양광발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시연은 고도 400km의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 톈궁을 이용한다. 이어 2035년까지 10메가와트 규모의 시험발전위성을 고도 3만6천km 정지궤도에 올려보내고, 2050년까지는 2기가와트급 우주발전소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를 중심으로 2030년대까지 1GW급 우주태양광발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아직 우주태양광발전 개발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 예산도 전혀 없는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원이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기초 개념 연구를 하고 있는 정도다. 전기연이 무선 전력 전송 부문을, 항우연은 위성 시스템을 맡고 있다. 두 기관은 최근 소형위성 2개의 편대비행을 이용한 우주태양광발전 시연 개념연구를 마치고 이와 관련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항우연 최준민 책임연구원은 “올해부터는 지구 저궤도에서의 무선 전력 전송 설계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의 우주태양광발전 상상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1970년대의 우주태양광발전 상상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주태양광발전의 원형을 제시한 아시모프

우주태양광발전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사람은 1923년 옛 소련의 로켓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였다. 이후 1941년 미국의 과학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소설 ‘리즌(Reason)’에서 우주정거장에서 수집한 태양 에너지를 마이크로파 빔을 이용해 지구를 비롯한 여러 행성으로 보내는 미래 세상을 묘사했다.

그러다 1968년 나사의 피터 글레이저 박사가 지금과 같은 우주태양광발전 방식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에서 태양에너지를 수집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한 뒤 마이크로파로 지구에 전송하면 렉테나(rectenna)라고 불리는 지상 안테나에서 이를 받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구상이었다.

이를 계기로 1970년대 초부터 다양한 실험과 아이디어가 이어졌지만 엄청난 비용으로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1970년대 기술로는 시간당 1kw의 전력을 지구로 보내는 장치를 만드는 데 최대 1조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우주국은 “우주태양광발전 자체는 기존 기술과 물리학에 기반하며 새로운 기술 혁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가장 큰 과제는 경제적인 규모의 거대한 태양광발전 구조물을 우주와 지상에 어떻게 설치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궤도의 태양광발전 위성은 1km 이상, 지상의 수신기는 그 10배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곧 비용 문제와 직결된다.

미국항공우주국의 우주태양광발전위성 상상도. 위성 양쪽에 대칭형 집광기가 있는게  특징이다.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항공우주국의 우주태양광발전위성 상상도. 위성 양쪽에 대칭형 집광기가 있는게  특징이다.위키미디어 코먼스

실용화까진 머나먼 길…5가지 과제 풀어야

최근 들어 우주태양광발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기후위기의 시급성 때문이다. 현재의 탄소 배출 수준으로 볼 때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대규모로 사용할 수 있는 무탄소 청정 에너지 개발이 시급하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그러나 우주태양광발전을 실제 가동할 수 있으려면 몇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어떻게 건설하느냐는 문제다.

현재 발전소 출력 용량에 필적하는 기가와트급 전력을 생산하려면 태양전지판 크기가 1㎢ 이상은 돼야 한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의 100배가 넘는 규모다. 우주정거장을 짓는 데 10년이 걸렸다. 산술적으로 따져 보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완공까지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의 우주경제학자 카렌 존스는 ‘네이처’에 "놀라울 만큼 복잡한 공학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궤도의 태양광발전 위성은 1km 이상, 지상의 수신기는 그 10배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유럽우주국 제공
정지궤도의 태양광발전 위성은 1km 이상, 지상의 수신기는 그 10배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유럽우주국 제공

둘째는 태양전지의 가성비를 높이는 문제다.

우주로 물체를 발사하는 데는 큰돈이 든다. 따라서 가볍고 에너지 전환 효율과 내구성이 좋은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처’는 한 물리학자의 말을 빌어 태양전지 1kg에서 1~2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기준선을 정했다. 이 조건을 충족하려면 현재 쓰고 있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약 50배 더 효율이 좋아야 한다.

셋째는 전기를 지구로 어떻게 가져올 것이냐는 문제다.

레이저 빔은 에너지를 잘 전달하지만 구름이 이를 차단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피하려면 많은 에너지를 잃지 않고 대기를 통과할 수 있는 마이크로파로 변환해야 한다. 그러나 마이크로파로 변환한 뒤 지상에서 다시 전기로 변환할 때 전기 손실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네이처’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대의 소형위성 편대비행을 이용한 우주태양광발전 시연 개념 동영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두대의 소형위성 편대비행을 이용한 우주태양광발전 시연 개념 동영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넷째는 실제로 2050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해도 내실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탄소포집기술이나 다른 저탄소 에너지원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춰야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다. ‘네이처’는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연구진이 계산한 결과, 우주기반태양광발전 건설 과정에서 들어간 탄소배출을 6년 안에 상쇄할 것으로 나왔지만 현실성이 있는 계산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다섯째는 안전성 문제다.

마이크로파가 지상에 전송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통신 방해, 다른 하나는 지상의 생명체에 유해하냐다. 우주에서 수집한 햇빛은 마이크로파로 변환된 다음 지구의 대기를 통해 아래로 전송되어 수 km의 지역에 걸쳐 뻗어 있는 안테나에 포착된다.

솔라리스 프로젝트 공동책임자인 제임스 카펜터는 “지상 안테나가 받는 에너지 밀도는 ㎡당 평균 50W로 전자레인지에서 방출되는 마이크로파 수준이어서 안전권고치 범위 내에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그러나 인간과 동물 또는 더 넓은 지역의 환경에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걸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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