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분말(왼쪽)과 물을 섞은 후의 모습. 베를리너 차이퉁에서 인용
‘맥주의 본고장’이라 할 독일에서 가루로 된 분말맥주 개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옛 동독 지역 수도원에 기반을 둔 노이젤러 클로스터부로이라는 이름의 양조장이 가루로 된 분말 맥주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분말에 물을 부으면 라거 맥주로 변신한다고 한다.
400년 전통의 이 양조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독일 연방경제자원부(BMWi)의 지원 아래 약 2년에 걸친 연구 끝에 세계 처음으로 분말 맥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기존 맥주 제조 기술을 사용해 양조한 뒤 물에 녹는 분말로 가공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분말 맥주를 개발한 이유로 맥주의 탄소발자국 감축을 들었다. 맥주는 90% 이상이 물이다. 따라서 물을 빼버리면 운송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처럼 먼 곳에 맥주를 수출할 경우 운송비 절감은 큰 이점이 될 수 있다.
이 회사의 총지배인 스테판 프리체는 “모든 맥주를 분말 맥주로 전환하면 독일 온실가스 배출량의 3~5%, 전 세계 배출량의 0.5%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꿈은 야무지지만 아직은…
분말 맥주 개발의 목적은 단순히 운송 비용을 절감하는 데 있지 않다. 궁극적으론 맥주 제조 공정을 단축하고 원료와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새로운 맥주 제조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 회사는 밝혔다.
하지만 아직 분말 맥주는 무알코올 음료다. 앞으로 알코올과 탄산을 추가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맥주 고유의 맛을 내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궁극적으론 소비자들이 과연 분말 맥주를 찾을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프리체는 “맥주 애호가들이 분말 제품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분말 맥주는 단순히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맥주 사업 모델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단 분말 맥주의 소비층을 해외의 무알코올 맥주 소비자들에게 두고 판촉에 나설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분말맥주를 전통 맥주의 틈새시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시장으로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지 언론 ‘베를리너 차이퉁’은 분말 맥주의 맛에 대해 “물맛이 많이 나고 맥주의 전형적인 쓴맛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가루도 완전히 녹지 않는다”며 “맥주를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혹평했다.
이 양조장의 마스터 브루어인 페이크 샤우어만은 인터뷰에서 “아직 몇가지 단점이 있지만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면 1~2년 안에 시장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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