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호텔 18번가는 야생화로 유명한 정선의 작은 산골 마을인 고한18리 주민들이 골목상점들을 하나로 모아 마치 호텔처럼 운영하는 재미난 곳입니다. 민박집은 호텔 객실이 되고, 중국집은 호텔 중식당, 마을회관은 작은 컨벤션 룸이 되는 재미있는 곳입니다. 호텔을 하기 위해 새로 건물을 짓거나 창업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을에서 영업 중인 상점들이 모여 하나의 호텔이 되었습니다.”
제8회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 특별부문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마을호텔 18번가’ 누리집에는 마을호텔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서비스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마을호텔 18번가가 위치한 고한읍은 대표적인 탄광 마을로, 1989년부터 시작된 폐광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강원랜드가 설립되었지만 인구는 계속 빠져나갔고 빈집은 늘어나면서 지역소멸 위기도 커졌다. 주민들은 강원랜드의 화려한 변화가 지역과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깨닫고 지역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 직접 나섰다. 낡은 집과 상가를 새로 단장하고, 마당과 골목길을 정원과 꽃길로 꾸며 마을호텔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도시재생’을 시도했다.
마을호텔 18번가는 새로 건물을 짓지 않고 기존의 마을 자원을 활용해 호텔 같은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실험이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빈집이나 폐가·유휴시설을 수리해 숙박시설로 개조했고 카페·레스토랑·회의실 등 다양한 유형의 시설을 마을에 있는 빈 건물이나 상가를 통해 구축했다. 숙박시설이 잠을 잘 수 있는 호텔 본관이라면 18번가 골목에 있는 상점들은 호텔 부대시설인 셈이다. 식당·이발소·세탁소·카페 등 15곳이 마을호텔에 참여하고 있다. 마을호텔에서 묵고 식당에 가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호텔 운영을 위해 자원의 공유는 물론 일자리, 소득 창출까지 아우르는 공유경제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도시재생의 사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소멸과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여행 활성화는 유용한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주 인구를 늘리기는 어렵지만, 방문자를 늘리고, 오래 체류하게 만들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도 커진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관계 인구’를 늘리는데 여행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을호텔 18번가 협동조합은 2020년 마을호텔 1호점을 개설해 운영해왔고 2022년 2호점을 열었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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