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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최고열관리책임자’ 등장…반사판 지붕에 6도 냉각

등록 2023-06-19 10:00수정 2023-06-19 10:15

기후변화 대응으로 등장한 고위직 도시공무원
빈민촌에 반사판 지붕…실내온도 6도 떨어져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의 빈민촌 주택 지붕에 반사판을 씌우고 있다. MEER 제공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의 빈민촌 주택 지붕에 반사판을 씌우고 있다. MEER 제공

대서양 연안에 있는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은 사바나와 열대우림이 공존하는 열대기후 국가다. 5~11월은 우기, 12월~다음해 4월은 건기다. 계절이나 일교차에 따른 기온 변화도 크지 않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날이 별달리 없고, 건기에는 40도가 넘는 폭염과 밤에도 열대야가 이어진다.

현재 연중 가장 더운 10일 평균 24시간 기온은 27.6도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2050년에는 120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어떻게 해서든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것이 이 나라의 최우선 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에는 ‘최고열책임자’(CHO=chief heat officer)라는 특이한 직책의 고위공무원이 있다. 2021년 11월에 신설된 이 직책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프리타운은 초목이 적고 바람도 잘 불지 않는데다 건물이 흡수하는 열까지 겹치면서 열섬 효과로 인한 기후 몸살이 더 심하다. 3년 전 이 임무를 맡은 유지니아 카르그보는 그동안 도시 곳곳에 나무를 심고,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에 차양막을 설치하는 등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실험했다.

그는 최근 도시 건물의 지붕을 반사판 필름으로 덮어 실내 온도를 낮추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이번 실험은 ‘지구 에너지 재조정 반사판’(MEER=Mirrors for Earth's Energy Rebalancing)이라는 이름의 미국 비영리 단체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이 단체는 재활용 페트병과 알루미늄을 이용해 개발한 반사판의 냉각 효과를 검증할 곳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반사판 지붕의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택된 곳은 프리타운에서도 폭염 피해 위험이 가장 큰 빈민 정착촌이다. 이 지역의 주택 지붕은 대부분 열 흡수력이 높은 함석으로 돼 있다. 따라서 지붕이 실내 온도를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한다. 마친 천장에 라디에이터를 단 격이다.

이에 따라 더위를 견딜 수 없는 주민들은 밖에서 잠을 자기 일쑤라고 한다. 카르그보는 “대기오염과 더위, 습도 3자가 어우러져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나쁜 조합’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은 지붕의 열 지도, 오른쪽은 실제 지붕의 모습. 열 지도에서 어두운 부분은 온도가 낮다는 걸 뜻한다. 온도 측정 결과 새로 함석 지붕을 추가한 집(왼쪽 아래)보다 반사 필름을 씌운 두 집의 지붕(오른쪽)이 온도가 더 낮았다. MEER 제공
왼쪽은 지붕의 열 지도, 오른쪽은 실제 지붕의 모습. 열 지도에서 어두운 부분은 온도가 낮다는 걸 뜻한다. 온도 측정 결과 새로 함석 지붕을 추가한 집(왼쪽 아래)보다 반사 필름을 씌운 두 집의 지붕(오른쪽)이 온도가 더 낮았다. MEER 제공

폭염 피해 심한 빈민촌 지역에 초점

프리타운 시당국이 첫 사업지로 선택한 크루 베이는 인구밀도가 1㎢당 1만명이 넘는 인구밀집 지역이다. 프로젝트팀은 최근 집 2곳의 지붕에 반사판을 설치했다. 또 냉각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한 집의 지붕은 흰색으로 칠하고, 다른 한 집에는 함석 지붕을 추가로 설치했다. 4개의 지붕 면적은 모두 비슷했다.

그 결과 새로운 함석 지붕을 덧붙인 집의 실내 온도는 이전보다 평균 1~2도 낮아졌다. 흰색 페인트를 칠한 집은 온도가 3도 내려갔다. 반사판으로 지붕을 덮은 집의 실내 온도는 6도나 내려갔다. 반사판을 붙인 집의 지붕 온도는 이전보다 15도나 낮았다.

프로젝트팀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사판을 붙인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데이비드 세일러 교수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냉방 효과는 날씨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6도 감소라면 상당한 수치”라며 "이는 단순히 쾌적해지는 것을 넘어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걸 말해준다"고 말했다.

첫 시험 결과에 고무된 프로젝트팀은 계속해서 더 많은 건물에 반사필름을 부착할 계획이다. 냉각 효과가 쌓이다 보면 개별 건물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의 온도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붕 안쪽과 바깥층 사이에 빈 페트병 등을 끼워넣어 단열층을 만드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MEER 제공
지붕 안쪽과 바깥층 사이에 빈 페트병 등을 끼워넣어 단열층을 만드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MEER 제공

세계 7개 도시가 최고열관리책임자 둬

최고열관리책임자를 두고 있는 곳이 프리타운만은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와 그리스의 아테네가 2021년 5월과 7월, 칠레 산티아고와 멕시코 몬테레이,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이 지난해 3월과 4월, 10월에 각각 ‘최고열관리책임자’를 임명했다. 지난 5월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방글라데시의 남다카(DNCC)가 최고열관리책임자를 임명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최고열관리책임자를 둔 곳은 7개 도시가 됐다.

열관리책임자를 가장 먼저 임명한 마이애미는 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을 도시 전체의 3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티아고는 학교, 병원 등의 공공건물 지붕에 녹지를 조성하고 있고, 멜버른은 도시 전역에 연간 3천그루의 나무를 심어 20년 안에 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을 두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들 도시는 아드리엔 아쉬트-록펠러재단회복력센터(Arsht-Rock)의 지원 아래 폭염회복력연합(EHRA)을 구성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정책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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