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사회주택 임대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코보드 제공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추구하는 유엔기구인 유엔해비타트(UN Habitat)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안정된 주거가 없는 약 30억명의 사람들을 수용하려면 매일 9만6000개의 저렴한 주택을 새로 지어야 한다. 그러나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주택 비용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다. 공사기간이 짧고 비용이 덜 들어가는 3D 프린팅 건축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데 유망한 방식이다.
독일 중부 루르지역의 소도시 뤼넨에 무주택 서민을 위한 3D 프린팅 공공주택이 지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는 독일 최초의 공적 자금 지원 사회주택이자, 공공주택 보조금과 3D 프린팅 건축이 결합한 최초의 사례다.
최근 미 오레곤주에서
산불 이재민을 위한 3D프린팅 주택에 공적 자금이 지원된 사례는 있으나, 이번엔 일회성 자금이 아닌 정부 공공주택 정책자금이 정식으로 집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3D 프린팅 건축이 사회주택 공급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택이란 주택 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국가나 비영리단체가 공급하는 보급형 임대주택을 말한다.
이 아파트는 지상 3층에 61~81㎡(18~24평) 크기의 6개 가구로 구성된다. 3개층을 모두 3D 프린팅 방식으로 짓는 건 아니다. 1층과 2층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건축하지만 최상층인 3층은 목재 하이브리드 공법을 이용한다.
1, 2층 건축에 사용하는 3D 프린터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3D 프린터 개발 업체 코보드의 대형 프린터 ‘보드2’다. 보드2가 프린팅할 수 있는 최대 크기는 폭은 14.62m, 높이는 8.54m다.
회사 쪽은 이 프린터를 이용해 2개층의 벽체를 완성하는 데 100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3층 목재 바닥과 지붕을 추가하는 것과 창문 달기와 배선, 배관 등은 사람이 직접 작업한다.
3개층 중 1~2층은 3D프린팅으로, 3층은 목재 공법으로 짓는다. 코보드 제공
빠르고 효율적이며 자원절약적 방식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건설담당 장관 이나 샤렌바흐는 “뤼넨의 선구적인 프로젝트는 공공 주택을 신속하고 현대적이며 지속 가능하게 건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건설업체인 페리3디건축(PERI 3D Construction)의 파비안 베이어-브뢰츠 전무는 “3D 프린터가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이며 자원 절약적으로 주거 공간을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다가구 주택 부문에서도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3D 프린팅 기술은 이미 현대 건설 현장, 특히 사회주택 프로젝트에 널리 사용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3D 프린팅 건축은 애초 한 층짜리 소규모 주택으로 출발했으나 대형 3D 프린터가 등장하면서 갈수록 건축 규모도 커지고 있다. 앞서 페리그룹은 2021년 독일 바이에른주 발렌하우젠에 지상 3층에 5개 가구로 구성된
3D 프린팅 임대아파트를 지은 바 있다.
또 케냐에서는 맞춤형 건축이 가능한
3D 프린팅 주택 단지가 조성 중이고, 일본에서는
은퇴부부를 겨냥한 소형 3D 프린팅 주택이 시장에 나왔다. 3D 프린팅이 새로운 실용적 건축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