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 국가에서도 미래예측은 경쟁력의 핵심원천이다. 픽사베이
자기효능감으로 긍정 마인드와 자신감 향상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예측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럽의 미래학자 르네 로베크(Ren? Rohrbeck)는 미래예측을 수행했던 기업이 수익률, 기업의 규모 및 생존에서 미래예측을 하지 않은 기업보다 매우 탁월함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저명한 미래학자 고 프레드 폴라크(Fred Polak)는 미래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면 보다 긍정적 미래를, 부정적이면 쇠퇴하는 미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다양한 문화의 역사를 분석해 밝혀냈다. 이는 우리 인류가 미래에 대한 이미지를 스스로 실현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즉, 미래에 대한 이미지는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박성원 박사는 미래예측을 통해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자기 효능감을 높임으로써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다시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 긍정적이고 건설적 미래를 실현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서 미래예측은 경쟁력의 핵심원천이 되었다. 이를 인식한 기업과 정부 등은 미래예측을 전략과 정책수립 과정에 녹여내려고 실천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커졌다.
정책 실험, 정책 소비자의 프로슈머화 및 정책 창의성을 강조하는 영국과 유럽의 정책 실험(Policy Lab) 접근은 이 미래예측을 핵심요소로 한다. 일본은 인구미래를 중심으로 미래학을 정책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유럽에 속한 대부분의 국가와 호주, 싱가포르 등은 미래전략을 정책과정에 녹여냈다. 우리나라는 2017년 말 국회미래연구원법이 통과되어, 2018년 중반에 국회미래연구원이 출범했다.
롯데 같은 일부 기업이 장기 미래전략에 대한 체계적 고민을 하려 한다. 공기업의 경우에도 장기 미래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미래예측에 따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전략과 정책이 수립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예외적이었다. 한국 사회 대부분의 조직은 단기적이고 측정가능한 성과에 매몰되어 있었다. 정책과 전략의 시계는 조직 수장의 임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정책과 전략은 단절되어 기존의 것은 폐기되고 수정되고 변형되었다. 일부 기업과 조직에 미래전략실 혹은 그와 유사한 하부조직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필자의 짧고 제한된 경험에 따르면 미래전략실 등의 조직은 ‘현재전략’도 수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이 장기 미래전략을 실천적으로 고민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미래예측은 근본적 변화의 시대에 실천 윤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픽사베이
제한없는 상상력으로 사회적 합의 도출
미래예측은 중장기의 미래전략과 정책 수립을 위한 전략적 사고(Strategic Thought)와 정책적 사고(Policy Thought)의 기반이 된다. 여기서 정책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라 함은, 계량적인 분석에 바탕을 둔 엄밀한 계획에 대비되는 것으로서, 창의적이고 직관적이며 발산적 사고를 의미한다. 미래예측은 미래위험 관리를 위한, 보다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미래예측은 조직구성원에게 계획된 선행학습을 시킴으로써, 부카(VUCA, Volatile, Uncertain, Complex, Ambiguous)의 시대에 회복탄력성을 제공한다. 미래예측은 사회적 합의 과정으로서 예측적 민주주의의 기틀이 된다. 미래예측은 창발적 사고를 위한 제한 없는 상상력을 제공한다. 미래예측은 근본적 변화의 시대에 실천 윤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미래예측은 가능한 미래 대안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과정으로, 복잡한 미래에 대한 대화 등으로 정의된다. 내일 어떤 주식이 올라가느냐를 알기 위해서는, 아둔한 미래학자보다 영험있는 점쟁이를 찾는 것이 더욱 좋다. 내년에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떤지를 알기 위해서는 수많은 국제정치학자와 경제학자 및 과학기술 추세 분석가와 미래학자가 서로 대화를 하도록 해야하는 것이지 호기로운 점쟁이를 찾아서는 안된다. 미래는 바람직한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 위험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임직원 등의 회복탄력성을 제고하기 위해, 그리고 정책과 전략을 위한 미래 창발성을 촉진하기 위해, 미래를 예측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미래예측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래는 열려 있으나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픽사베이
1. 미래시계(未來時界)의 설정
미래 시점을 의미한다. 정부의 경우 20년 혹은 50년 이상의 미래까지를 예측하고 전략과 정책을 수립할 수도 있다. 혹은 100년 이상을 고민할 수 도 있다. 기업의 경우 10년까지를 생각하거나 그 이상을 미래 시계로 설정할 수도 있다.
각각의 구체적 사례가 존재하며, 각각의 미래시계에 대한 베스트 프랙티스가 존재한다. 해당분야의 추세 및 조직의 성격과 미래 역량 및 전략체계 등을 기준으로 미래시계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2. 규범적 미래 이미지 설정
미래예측이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견이 아니라,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과정이다. 미래전략이란 적응과 대응 보다는, 미래의 생성과 조성이 핵심이다. 기업이라 하더라도 순환경제, 자본주의 4.0 등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3. 복수의 가능한 미래 대안 수립
미래란 ‘open but not empty'이다. 가능성으로 열려 있으나 완전히 비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 가능성을 미래학에서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 한다. 다른 학문과 실무에서 불확실성은 정보의 부재이나, 미래학에서는 인류의 자유의지의 공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미래는 다양한 가능성과 대안으로 열려져 있다.
열려져 있는 가능성이 사회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다양한 사회세력 간에 합의를 가능하게 한다. 기업에도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져 있다. 그 가능성을 잡지 못한다면, 한진해운과 같은 운명의 길을 걷거나, 혹은 미래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 따라서 대표적인 대안 미래를 도출하여 상상하고, 준비하고, 교육 등을 해야 한다.
4. 개방적·고맥락적 미래전략 조직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현재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환경, 과학기술 등의 모든 것이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종합적 사고, 인과관계의 전체적 틀을 조망하는 시스템적 사고 등이 필요하다. 기존의 관습적, 고정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고 깨내기 위한 체계적 접근 또한 필요하다.
기존의 계량적 접근은 미시적이고 원자적인 경향이 크다. 불변의 진리란 존재하며, 지식이란 그 진리로 나아가기 위한 다리를 건설하기 위한 벽돌을 구성하는 작은 모래 한 톨이라는 시각으로는, 복잡한 세상사를 해결하는 데 제한적이다. 세상을 종합적이고 시스템적 사고로 사유하며, 공간과 시간의 맥락 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현미경으로 바라보는 분석적 접근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숲 속의, 나무 하나의, 가지 끝에 달린, 입사귀의, 입맥의 법칙과 패턴을 찾는데 보다 적절할 수 있다. 미래학은 망원경과 나침반의 역할을 하며 숲을 조망하고 방향을 정하고 길을 찾는 역할을 한다. 국가와 기업이 그 길을 잃지 않으려면 망원경과 나침반이 필요하지, 현미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고맥락적으로 대화하고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 때 체계적으로 훈련받고 전체적으로 고민하는 ‘제대로 된’ 미래학자가 촉진자(facilitator)가 돼야 한다. 여기서 제대로 된 미래학자라 함은 미래예측 방법론에 대한 체계적 지식과 경험, 미래학의 철학적 배경에 대한 지식과 이해, 미래 트렌드에 대한 전반적 지식,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개방성과 합리성 및 경청 역량 등을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5. 탄력적이며 유연한 접근
미래예측 방법과 기법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그런데 시나리오 방법 혹은 델파이, 미래전개도(futures wheel)와 같이 개별적인 방법 혹은 기법으로만 미래예측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일정한 공정과 틀을 가진 미래예측 방법론 프레임워크에 의해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 방법론 또한 다양하다. KAIST 미래관리방법론, 유네스코 미래연구 의장인 소하일 이나야툴라(Sohail Inayatullah)의 6 Pillars, 국제 미래전략 컨설팅 조직인 KAIROS의 TAIDA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미래예측이란 고정된 방법을 묵묵히 걸어가면 원하는 성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진행상황에 따라 방법과 공정을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미래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고정된 방법론을 그대로 원용할 수 없다.
현 시대는 부카(VUCA)로 상징된다. 이 한발치 앞의 미래를 예견하고자 하는 시도조차도 무모해졌다. 무조건적인 단기 적응전략이 시효를 다한 것이다. 국제정세를 보라. 그리고 국내의 정치, 경제 상황을 조금만 뒤로 돌려서 현재와 비교해보라. 예견가능했던가? 그리고 적응가능한 변화인가?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사회가, 기업이, 개인이 생존하고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예측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적응전략과 대응전략에만 함몰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장기미래전략의 실패와 이로 인한 방향감각 상실이 원인이다.
이 시대는 극심한 혼란과 변화의 시대다. 한국사회는 미래전략을 물고기가 물속에서 호흡하듯이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좋게 말하자면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다.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살아남기 위해서다.
윤기영/퓨처리스트·에프엔에스 미래전략연구소장
synsaj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