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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정답은 ‘디지털 노마드가 살고 싶어하는 도시’에

등록 2018-11-01 06:00수정 2018-11-07 15:20

[윤기영의 원려심모] 부동산의 미래(하)
서울의 야경. 픽사베이
서울의 야경. 픽사베이
수평확장·자연친화·노인친화·공동화의 결합

에프엔에스미래전략연구소장
에프엔에스미래전략연구소장
다양한 사회적, 기술적 변화 동력을 도시의 구조와 입지, 기능과 연결하면 미래 도시의 윤곽을 어느 정도 그려낼 수 있다. 계속되는 도시화, 1인가구화, 인구 감소, 고령화, 드론 택시와 자율주행차의 등장, 3D 프린팅 건축, 원격 기술 등이 그런 동력들이다.

여기에 미래도시와 관련한 문헌들과 사례 등을 참고한 결과, 5가지의 미래도시 유형을 추출해낼 수 있었다. 수평확장 도시, 자연친화 도시, 노인친화 스마트 도시, 지식 클러스터 도시, 기존 도시의 공동화다. 이 5개 미래도시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수평확장 도시와 자연친화 도시는 결합될 수 있다. 스마트 도시가 아니라 노인친화 스마트 도시라고 한 이유는 고령화와 관련해 스마트 도시에 대한 요구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마트 도시는 사물통신에 의한 도시의 지능화, 고속 교통망, 자연 재해에 대한 스마트 안전관리, 친환경 및 온실가스 절감, 에너지 스마트 그리드망, 노인친화, 상시 진단 인프라, 고속 무선통신망 등을 갖춘 도시를 의미한다. 상황에 따라 이들 요건만 갖춰도 스마트 도시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현재 스마트 도시를 위한 IT 시스템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주도해 일종의 IT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스마트 도시에 대한 정의는 해당 IT 기업의 이해관계와 역량에 의해 제한받는 경향이 있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래 동인과 미래 도시의 모습을 결합해 전망하면 도시의 수평확장과 자연친화 경향이 강해지고, 도시의 노인친화성이 필요하며, 기존 도시의 공동화 위험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2×2 미래 시나리오 매트릭스로 구성해봤다.

미래도시 시나리오에서 개연미래는 ‘위성도시의 확대’이며, 변혁적 미래는 ‘재생마을 및 이산화탄소 제로 스마트도시’이다. 개연미래란 현재 상태에서 보았을 때, 가능성이 높은 것을 의미하며, 변혁적 미래란 현재 상태에서 질적 변화가 있는 미래를 의미한다. 그런데 개연미래이든 변혁적 미래이든 도시 공동화의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고층빌딩 도시의 경우에만 도시 공동화를 피할 수 있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기존 이해관계가 고착화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지식사회로의 전환은 기존 이해관계를 해체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 감소 및 지식사회로의 전환, 가상현실 기술과 무인자동차 기술 등의 발달은 도시 공동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판단한다. 3D 프린팅 건축 기술은 신도시 건설 비용을 절감함에 따라, 경제적 유인 요소가 오히려 클 것으로 판단한다.

미래 도시는 공간 구속에서 벗어난다

전세계 도시의 모습은 다양하다. 각 사회의 역사와 자원이 다르기도 하지만, 도시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힘의 강도가 도시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문화로서의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도시의 모습을 결정하기도 한다. 영토의 크기와 건물을 짓기 위한 재료는 도시의 형태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도시의 높이는 토지 소유주와 시민 간의 갈등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상상하는 도시의 모습은 어디서 연원했을까? 특히 현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도시의 이미지는 어디서 연원했을까? 19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등장한 예술사조인 ‘미래파(futurism)’의 회화 작품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이탈리아 미래주의 계열 화가인 포르투나토 데페로(Fortunato Depero)의 ‘고층빌딩과 터널(Skyscrapers and Tunnels)’이다. 이 그림은 서울의 모습과 닮았다. 달리 말하자면 서울의 도시 형태는 서양의 산업사회 도시에서 답습했음을 보여준다.

푸르투나토 데페로의 ‘초고층빌딩과 터널’. 1930. ( image source: https://perryjgreenbaum.blogspot.com/2014/06/futurism-nihilism.html)
푸르투나토 데페로의 ‘초고층빌딩과 터널’. 1930. ( image source: https://perryjgreenbaum.blogspot.com/2014/06/futurism-nihilism.html)

100년 전 유럽인의 미래도시 이미지는 현재 우리의 미래 도시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래 그림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보여주는 미래도시의 이미지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비관적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얼터드 카본>, <익스팬스> 등 많은 SF 영화와 드라마가 100년전 데페로의 <고층빌딩과 터널> 이미지를 닮았다는 것은, 무의식 속의 도시 이미지가 매우 전형적임을 알 수 있다. 고층빌딩과 끊이지 않는 자동차의 물결, 높이를 다투는 현대적 건물은 현대도시의 상징이 되었고, 이것은 무의식적 도시 이미지에 해당한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의 도시 모습(image source: https://www.youtube.com/watch?v=HT9WMHW1RFo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의 도시 모습(image source: https://www.youtube.com/watch?v=HT9WMHW1RFo

이런 도시의 미래 이미지를 미래학에서는 중고미래(used futrues)라고도 한다. 이미 남들이 사용한 이미지라는 것이다. 서양의 미래 이미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마천루로 둘러 쌓인 도시 이미지를 중고미래라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 모든 도시의 형성에는 문화, 권력, 경제, 산업, 사회발전도 등이 영향을 미친다. 다만 중고미래라는 비판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다른 대안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예를 들어 한국적 문화와 결합된 신공동체와 재생 마을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재생 마을(Regenerative Village). Yale 대 (image source: http://schoolofregen.org/project/yale-divinity-school-regenerative-village/)
재생 마을(Regenerative Village). Yale 대 (image source: http://schoolofregen.org/project/yale-divinity-school-regenerative-village/)
도시의 구조와 규모 및 기능을 결정하는 요인은 직업, 거주, 여가, 교육 등이다. 도시의 미래동인은 직업, 여가, 교육에 큰 변화를 가져오며, 인간은 공간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게 된다. 공간에 구속되지 않는 동물로서의 인간은 디지털 공간과 물리적 공간 모두에서 노마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20대 이하는 디지털 노마드로 성장할 것이다. 이들이 나이가 들어 어디에 정착하게 될까? 마천루의 도시에서? 아니면 환경친화적인 온실가스 제로의 스마트 재생 도시에서? 인류의 필요와 욕구에 비추어 보면 비교적 답은 명료하다.

서울의 아파트들. 픽사베이
서울의 아파트들. 픽사베이
유행처럼 번진 고층 아파트는 지속가능할까

우리나라에서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 되었다. 2018년 현재 청량리 역사에 65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 수립되었다. 해운대에는 49층, 동탄 47층, 천안 43층, 인천 송도 48층 높이의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31층 이상의 고층아파트 비율은 2013년 0.017%에서 2017년 0.026%로 늘어났다.

고층아파트는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변지의 지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에너지 측면에서 보자면 고층아파트는 에너지 비효율성을 지닌다. 태양광 발전에 비효율적이며, 엘리베이터 등에 추가 에너지가 들어간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고층아파트의 문제점은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 지속가능성이 높은 구조로 지어지기는 한다. 즉, 아파트의 하중을 기둥으로만 지지함에 따라 리모델링이 가능한 구조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파트는 하중을 벽도 같이 지지하게 함에 따라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구조다. 즉 아파트가 노후화 되는 경우, 재건축이 불가피하다. 아파트의 콘크리트는 100년을 넘게 갈 수 있으나, 수도관 등은 몇십년을 가지 못하게 되니,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

공동화한 도시는 이런 모습일 수도 있다. 픽사베이
공동화한 도시는 이런 모습일 수도 있다. 픽사베이
이들을 종합해서 보면, 2050년대가 되면 현재의 아파트는 공동화되며, 많은 사람들이 확장된 자연친화적 위성도시나, 혹은 새로운 친환경 스마트 도시로 이주할 가능성이 크다. 깨진 유리창 현상에 따라 공동화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하자면 더 싸고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편리한 도시에서 거주하기를 원하지, 더럽고 누추하고 비싼 아파트에서 거주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기존 아파트를 해체하고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기술과 해체기술 관련 직업이 뜰 것으로 보이다. 기존 건축기업 중에 일부는 리모델링 및 해체기술 전문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다.

지금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은 거대한 미래의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를 물려받기 원하지 않는 미래세대가 할 일은 명확하다. 쓰레기를 치우거나, 쓰레기로부터 도망가는 것이다. 이는 지나친 편향적 시각으로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과반을 부동산이 차지한다. 단기적으로 부동산 경기는 법 제도와 현금 유동성 및 금리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장기 투자에 대한 답은 뭘까? 거대한 쓰레기에 투자하는 바보는 많지 않다는 말로 갈음한다. 부동산 투자는 단기 투자가 될 수 없음도 굳이 강조하겠다.

윤기영/미래학자·디지털 전략 자문·에프엔에스미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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