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은 높은 편이다.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민의 평균 정보통신기술 활용능력은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연합, 일본, 스위스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하는 게 디지털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다. 정부는 2000년 ‘1000만명 정보화 교육 추진계획’을 세워 실행했고 이후 정보화 취약계층에 대한 정보화 교육을 해 왔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디지털 기기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사용되는 정보통신기술 수준도 높아졌다. 그런데 우리 디지털 교육은 디지털 기기의 활용교육에 머물러 있고 컴퓨팅 사고 교육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영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경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영국의 디지털전략 2017’을 발표하고, 주요 전략의 하나로 전 국민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설정했다. 모든 시민이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경제에서 개인과 기업이 필요로하는 업무 역량을 강화하는 디지털 인재 양성 계획을 담고 있다.
영국은 2000년부터 가르쳐 왔던 정보통신기술(ICT) 과목을 없애고 2014년부터 지20(G20) 국가 중 처음으로 컴퓨팅 과목을 초중등학교 전 학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정규 교과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초중등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가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걸음이 매우 더디다. 지난해부터 중학교 3년간 34시간, 올해부터 초등학교 5~6학년 17시간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었다. 반면 영국은 초등학교 6년간 180시간, 중고등학교 각각 3년간 90시간씩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기기는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서서 컴퓨팅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필수 도구가 될 것이다. 주요국들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디지털 교육의 목표를 새롭게 정립하고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에 걸쳐 ‘정보화 교육 1.0’에 이은 ‘디지털 교육 2.0’을 준비해야 할 때다.
서병조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