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이가 늘 이어폰을 끼고 있습니다. 공부할 때에도 음악을 들으며 공부합니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듣지 않아요. 공부하는 학생이 괜찮을까요?
A. 정말 요즘 이어폰을 끼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많게는 하루 10시간 이상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 둔 부모들은 이어폰을 끼고 있는 아이가 제대로 공부나 하고 있는지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염려 섞인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면 ‘꼰대’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신기술 시대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 노릇 딜레마입니다.
전문가 중에는 여러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할 때 정보처리 수준이 더 나아지는 것인지에 대해 아직 부정적인 견해가 많더군요. 그들은 제한된 정보처리 능력을 갖춘 두뇌에 다양한 종류의 정보가 동시에 들어갈 때 머리는 정보를 깊이 있게 처리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정보가 피상적으로 처리되어 장기기억으로 이동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음악도 듣고, 간간이 문자도 주고받으며, 책을 읽고 기억하는 것은 효과적인 공부법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디지털 미디어 자체가 정보처리를 얕게 하는 속성을 지녔다고 비판합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글, 전자책, 링크형 문서 등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뇌에 시냅스를 덜 활성화하는 성격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우리가 ‘서핑’한다고 하듯이 정보를 미끄러지듯이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머리에 입력할 때 이미 알던 지식과 정보에 비추어 분석적으로 파고들게 되는데, 반드시 디지털 미디어의 정보만 얕은 형태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인쇄매체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못할 때 비관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미디어 속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익숙한 처리방식에 달린 문제일 것입니다.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스마트폰 세대는 한꺼번에 여러 미디어를 사용하는 행위에 매우 익숙합니다. 우리보다 멀티태스킹 도사들인 거죠. 이들에게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학습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양보해도 호모사피엔스의 두뇌사용 경향으로 볼 때, 이들이 아무리 디지털 문화에 익숙할지라도 멀티태스킹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학습방법으로 보입니다.
고영삼 동명대 교수(정보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