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미래

일본의 무역보복을 동양평화로 갚자

등록 2019-07-15 09:58수정 2019-07-15 11:44

[윤기영의 원려심모]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 창출로
지식사회로의 이행 계기 삼자
북한과의 경협도 대안 중 하나
고비가 새 도약 실마리 될 수도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7월 4일 일본의 핵심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로 일본의 자유무역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보장하기 위한 G20을 주관한 일본이 G20이 폐회일 바로 다음 날 무역보복 조치를 예고한 것은, 과거 그들이 미국에게 선전포고 없이 진주만을 공격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일본의 무역보복은 자학적이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보복은 그들의 자국산업에도 손해를 입힌다. 해당 부품과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며, 일부 일본 기업의 경우 한국에서 원활한 부품 수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수평적 분업화가 된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일본의 무역보복은 단기적으로 한국의 손해가 크며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손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취해진 자학적 무역보복은 일본의 자신감 결여와 한국의 성장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 1994년 일본의 GDP는 4조9000억달러였는데, 23년이 지난 2017년 GDP는 4조8700억달러로 명목 GDP조차 낮아졌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4600억달러에서 1조5300억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일본 GDP의 30%를 넘었다. 남북한 관계개선은 한국의 안정적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나, 일본의 미래는 한국만큼은 밝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한국의 경제규모가 자국 경제 규모의 40%를 넘기 전에 견제하는 것이 현실주의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본의 한국 견제는 시간의 문제였다.

일본의 무역보복은 단기간 내에 끝날 것 같지 않다. 무역보복은 다양한 목적 달성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아베 정부의 참의원 선거에서의 승리, 한국에 대한 견제, 미국의 경제 압박 완화가 그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한일 관계에 충분히 개입하거나, 일본이 자학적 무역보복으로 스스로 무너지거나, 한국이 일본의 무역보복을 극복하는 등의 일이 일어날 때까지 일본의 무역보복은 지속되고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 당장 한국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수출규제가 되는 소재 등에 대한 대안 공급처나 대안 기술을 마련해야 하며, 미국의 적극적 중재를 요청하고, 국제 자유무역정신에 호소해야 한다. 추가적인 무역보복 등에 대한 깊은 시나리오로 대응전략을 도출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소재 등의 일본 종속은 물론이고 특정국가 종속을 벗어나는 방안을 창조해야 한다. 아울러 성장동력을 지속하기 위해 지식사회로의 이행 관점에서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전략을 창출해야 하며, 북한과의 경협을 통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나, 과거 우리의 경험을 보면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 일본이 준 이번 고비는 한국사회의 통합과 새로운 도약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고비를 일본이 던져 준 독립 축하금 3억달러보다 더 큰 선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애국심과 시민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일본의 무역보복은 일본에게 큰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의 분단으로 부를 축적하고, 자유무역으로 국력을 키운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무역보복을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역설적이다. 칼을 거꾸로 잡은 격이다. 자유무역으로 성장한 국가가 그 정신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일본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낮출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무역보복은 미·중 무역전쟁의 아류에 불과하다. 미국도 아닌 일본이 미·중 무역전쟁의 아류를 답습하는 것은 어리석다.

20세기 초에 안중근은 일본의 짧은 시각과 잔인한 태도를 꾸짖으며, 한중일 삼국의 동양평화를 주장했다. 21세기 들어 인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 동아시아의 새로운 세계질서는 평화와 자유 및 번영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일본은 과거를 돌아보고 동양의 평화와 번영을 해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정립된 현대 문명사회의 요구다. 그리고 한국사회는 짧게는 일본의 옹졸한 무역보복을 극복하고, 길게는 신동양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안중근의 ‘인무원려 난성대업(人無遠慮 難成大業)’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윤기영/한국외국어대 미래학 겸임교수·FnS 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1.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2.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3.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4.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5.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