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인류세 시대: 한국사회의 녹색전환\' 주제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2019 아시아미래포럼 둘째 날 ‘인류세 시대: 한국사회의 녹색전환’ 세션에서는 기후위기 상황에 우리 정부의 대응이 매우 미온적이라는 질타가 나왔다. 이런 위기감은 돈벌이만을 앞세우는 전통적인 회계 시스템의 전환과 ‘좋은 삶’을 위한 ‘참여소득’ 구상, 선거제도 개혁 논의로까지 이어졌다.
박범순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화석연료, 플라스틱, 방사성 낙진, 콘크리트 등으로 신생대 홀로세 이후 새로운 지질시대로 알려진 ‘인류세’ 개념을 설명했다. 인류 문명이 지질까지 변형시킬 정도로 반생태적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동아시아 인류세’가 이 지역 특유의 부국강병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됐다고 짚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이상헌 녹색전환연구소장(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은 제국주의 일본이 1931년에 세운 만주국을 동아시아 인류세의 근원으로 지목했다. 전시체제로 주민을 동원하고 폭력적으로 개발하던 만주국 개발 모델은 고스란히 대한민국으로 수입됐다. 만주국 장교였던 박정희가 정권을 잡고 배운 방식대로 ‘조국 근대화’를 추진했으며 그 결과 공유보단 독점이, 연대보단 배제가 강해졌다. 이 소장은 “공유 자원인 토지의 개발이익은 사유화하고 개발비용은 사회화”했고 “자산 소득의 양극화,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로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증대”했으며 “질서와 원칙보다는 이익 추구와 목숨 보전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토론자로 나선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포스코가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등 각종 발전회사, 시멘트·철강업체들이 온실가스 배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민들이 텀블러 쓴다고 기후위기가 해결될 게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무슨 정책을 가지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위원장은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는 기획재정부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구조로는 안 된다”며 “기재부를 축소하고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전환부, 전환부총리를 두도록 정부 조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지역개발 공약으로 표를 얻는 소선거구제가 아니라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조했다.
발제자인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은 “경제활동의 목표를 경제성장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좋은 삶’에 둬야 한다”는 도넛 경제학의 개념을 상세히 설명했다. 홍 소장은 “각자 태어난 삶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했으며, 이를 위해 대안적 기업 회계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회계는 기업 하나가 혼자서 얼마를 챙겼고 얼마를 뺏겼는지를 나타내는 형태”라며 “이런 기업회계로는 지구 전체 차원의 자원 고갈과 생태계 전체에서 어느 만큼의 손실을 발생시켰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탄소 유발자에게서 세금을 걷어 폐지를 주워 재활용에 기여하는 노인들에게 이를 분배하는 ‘참여소득’ 구상도 제안했다.
슈테판 아우어 주한독일대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줄이는 기후행동법 발효 △2038년까지 석탄발전 종료 결정 등 자국의 모범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소개했다. 아우어 대사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했던 배경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까지도 다 동의할 수 있는 합의 도출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