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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보건의료의 미래는 디지털에 있다

등록 2020-12-18 17:39수정 2020-12-18 17:45

[윤기영의 원려심모]
병원·의료진 등 순혈주의서 벗어나
디지털 범용기술과 융합 추진해야
코로나19는 보건의료산업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픽사베이
코로나19는 보건의료산업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픽사베이

세계 보건의료산업은 매우 큰 시장이다. 시장 조사 기관인 리포트 링커(Report Linker)에 따르면 그 규모가 2018년 기준 9조5천억달러에 이른다. 한국 국내총생산의 4.3배다. 같은 해 세계총생산(GWP) 136조달러의 7%를 차지한다. 2013년 이후 연평균 5%씩 커지고 있다.

올 한 해 전 인류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코로나19는 보건의료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신종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앞으로 전염병 대응을 위한 예산을 이전보다 많이 책정할 것이다.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앞으로 의료비 지출을 늘리는 요인이다. 중산층 인구는 2009년 18억명에서 2017년 35억명으로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2030년 53억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보건의료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을 5%로 가정할 경우 2030년 전 세계 보건의료산업 규모는 17조달러로 성장한다. 보건의료산업을 미래 유망산업 가운데 하나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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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산업을 키워야 할 이유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령화국가인 한국이 이 기회를 놓쳐선 안되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첫째,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 욕망이다. 의식주가 보장되면 인간은 건강하고 오래 사는 장생(長生)을 욕망하게 된다. 진시황의 불로장생 욕망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보편적 욕망일 뿐이다. 보편적 욕망을 충족해주는 산업은 성장 동력이 클 수밖에 없다. 소득 수준과 보건의료 지출은 서로 상관관계에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보건의료지출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둘째, 보건의료산업은 디지털 산업이다. 디지털범용기술이 보건의료의 전 생애주기에 영향을 준다. 디지털 의료에 한국사회가 특별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디지털 역량으로 보아 그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 셋째,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서구 선진국 등은 노인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예방 중심의 디지털 의료는 건강수명을 늘려 적극적 활동 연령을 높이고, 노인인구에 대한 보건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자 의무다. 그러자면 보건의료산업을 키워야 한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비용을 합리적으로 줄이고, 보건의료 서비스 문턱을 낮추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보건의료산업 현실을 돌아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2005년 보건의료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불과하다. 수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더욱 낮다. 보건의료산업이 각국의 규제 대상임을 고려하더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하기 나름에 따라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21세기 전반기는 디지털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디지털범용기술 측면에서 발전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범용기술이란 한 사회나 국가의 생산성과 경제력에 근본적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동안 인류가 발전시킨 대표적인 범용기술로는 문자, 인쇄술, 증기기관, 전기, 내연기관, 항공기, 컴퓨터 등을 들 수 있다. 디지털 전환기의 촉매 기술로는 인공지능, 3D 프린팅, 사물통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스마트 로봇과 무인자동차 기술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기술은 모두 디지털 관련성을 가지며 범용기술의 특징인 확산성, 혁신의 촉매 및 지속적 개선이란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이들을 디지털범용기술(Digital General Purpose Technologies) 후보군이라고 할 수 있다. 후보군이라고 하는 이유는 범용기술에 대한 판단은 사후에 그 경제적 영향을 분석해야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산업은 이 디지털범용기술 후보군과 융합해 디지털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래 <표>는 각 범용기술과 보건의료가 어떻게 융합되는지를 보여준다. <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미래의 보건의료산업은 병원과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 중심의 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에서 제시한 것은 대표적 사례만을 꼽은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창의적 사례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산업을 키우며, 서비스 품질은 높이고 비용은 낮추는 쪽으로 작용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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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교육, 원격 근무 다음은 원격 의료

디지털 융합의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 원격의료다. 디지털 기술은 원격근무, 원격교육에 이어 원격의료를 촉발해 나가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디지털 원격의료는 개개인의 유전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기록해 예방적 정밀의료 체계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의료용 센서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체 삽입형 의료용 센서도 널리 보급될 것이다. 인체 삽입형 센서의 관건은 종교적, 윤리적 논란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이들 센서에 의해 측정된 기록은 실시간 개인 인공지능 의사에 의해 종합적 실시간 진단 자료로 활용된다. 이는 디지털에 의한 예방적 실시간 진단 체계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그렇더라도 최종적 판단과 치료는 여전히 인간 의사가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원격의료를 위해선 법제가 정비돼야 한다. 현재 법제는 사람 의사의 원격의료를 규제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정부도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디지털 원격의료의 활성화를 위해 원주 지역을 2019년 ‘강원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 특구’로 설정했으며, 한국의료정부원은 개인건강기록(Personal Health Record)에 관한 정보전략계획(ISP)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건의료산업 생태계의 가장 상층부를 차지하는 의사들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디지털 원격의료는 정착하기 힘들다. 이는 한국 전체 보건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의료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디지털 수용이 필요하다. 픽사베이
의료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디지털 수용이 필요하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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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공공성 배합으로 장생시대 대비를

보건의료산업의 성장세, 디지털 전환 추세로 보아 앞으로 보건의료산업은 파괴적 혁신의 장이 될 것이다. 이 거대한 시장에서 의사를 포함한 의료 전문가는 단순한 전문가가 아니라, 스스로를 창업가로 전환하고 승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의과대학에 창업가 정신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융합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의료전문가, 생명공학전문가, IT전문가, 인공지능전문가,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전문가와 정책전문가 등의 전문성과 경험이 만나야 한다. 창의성은 서로 다른 지식이 연결되는 데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순혈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순혈주의는 의료계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순혈주의는 농업사회에 태동해 산업사회에서 강화되고 확산됐다. 디지털 기반 지식사회에서는 이 해묵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건의료는 지식산업의 성격이 강한 부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료의 공공성을 버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는 의료의 공공성을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의료보건산업 비즈니스 모델의 초점은 주주이익 강화가 아닌 고객 가치 강화에 있다. 미국의 그린 뉴딜에는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공공성만 강화한다는 접근 방식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더 넓힐 위험이 있다. 이해관계자간 워게임(Wargame) 시뮬레이션을 하여, 넛지(Nudge)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의료의 공공성, 보건의료산업 시장의 추이, 한국사회의 인구구조 변화, 인간의 불로장생 욕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려심모(遠慮深謀)의 시각으로 보건의료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자.

윤기영/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미래전략연구소장

synsaj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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