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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2021년 한국 사회는 어떤 파도를 탈 것인가

등록 2021-01-07 10:01수정 2021-01-07 16:22

[윤기영의 원려심모]
5가지 분야로 본 2021 한국 사회의 위기와 기회
세상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픽사베이
세상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픽사베이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21년은 2020년보다 불확실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들어 커지고 있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몽뚱그려 ‘뷰카’(VUCA)라고 부른다. 뷰카(VUCA)란 휘발하며(Volatile), 불확실하고(Uncertain), 복잡하며(Complex), 모호(Ambiguous)하다는 뜻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1987년 미 육군대학에서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 말은 2010년 이후 사용 빈도가 급등했다. 논문, 신문, 책 등에 쓰인 단어나 용어의 빈도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구글 엔그램(Google NGram)을 들여다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증가한 이유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지식생산성이 급증하고, 도시화와 세계화로 이한 연결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및 정치·경제·사회 시스템 참여자의 역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식 생산성의 증가는 데이터 량의 증가뿐만 아니라 범용기술의 증가 추이로 보아도 명확하다. 세계화와 도시화는 사람간 연결의 수를 늘렸다. 연결 수의 증가는 복잡성을 강화해준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발전한 데는 농지 확대에 따른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증가, 도시화, 세계화 같은 연결의 증가 흐름이 있다. 정치·경제·사회 시스템 참여자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다수의 역동적 조직과 개인은 협력과 갈등을 통해 뷰카를 높인다.

지식 생산성의 증가, 연결의 증가에 따른 복잡성의 증가, 각 참여자의 역동적 참여가 어우러지면서 뷰카의 흐름이 더욱 뚜렷하고 속도도 빨라졌다. 이를 반영해 최근엔 뷰카(VUCA)의 맨마지막 ‘A’를 ‘가속’이란 뜻의 ‘Accelerating’로 대체하는 이들도 있다. 뷰카의 강화는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1년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처럼 새로운 위험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뜻한다.

구글 엔그램의 ‘뷰카’ 검색 빈도 추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초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한 글에서는 뷰카의 가속화로 인해 ‘세 지평선’(Three Horizons) 접근법이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뷰카의 가속화로 단기·중기·장기 미래의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얘기다. ‘세 지평선’ 프레임이란 미래를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전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사고 체계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2021년 한국사회는 2020년보다 더 큰 불확실성의 안개를 헤쳐 나가야 한다. 2022년에는 2021년보다 더 큰 불확실성의 짙은 안개 속을 더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이를 더듬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2021년에 다가올 변화를 전망해본다. 2021년의 변화에 대한 전망을 스티프(STEEP)라는 분석 도구 즉, 사회, 기술, 경제, 생태환경 및 정치·제도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아래 표는 이를 개략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STEEP로 본 2021년의 위기와 기회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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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금융·기후·양극화 위기

우선 사회 분야에서는 저출산의 가속화가 눈에 띈다. 2019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2였다. 2020년 1분기엔 0.90명, 2분기엔 0.84명으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결혼율 감소가 직접 영향을 미쳐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주저 앉을 개연성이 있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으로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 몇백만원의 보조금을 받고자 아이를 출산하지 않는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육아의 사회책임화, 가족제도의 근본적 개선,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 등이 필요하다.

육아의 사회적 책임화는 여성에게 육아독박을 씌우지 않고, 여성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재택근무의 확대와 공동육아 제도와 24시간 탁아소 운영 등으로 여성이 학업을 지속하거나 직장에 다녀도 아이를 낳는 데 부담이 없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져야 한다. 시민연대계약이란 이성간 혹은 동성간 결합이 법률혼에 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한 제도다. 프랑스에서는 법률혼으로 태어난 아이들보다 시민연대계약으로 태어난 아이가 더 많다고 한다. 그 결과, 2017년 합계출산율이 1.92로 인구유지 수준에 근접했다.

기술 분야에서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휴생산력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늘 것이며, 원격근무, 원격교육, 원격의료 등은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전략, 조직 구조와 문화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 각 기업이나 조직은 구성원에게 디지털 유창성(Digital Fluency)을 기본 소양으로 요구할 것이다. 다소 늦었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도 디지털 경제, 디지털 사회 및 디지털 정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부동산과 주식의 자산 거품도 심각하게 경계해야 한다. 최근 비트코인이 3000만원을 넘었다. 이는 양적완화로 인한 미 달러 가치의 하락과 중국의 블랙머니 이탈이 가져온 현상이다. 이는 그만큼 경제 시스템이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경제가 IMF 구제금융 위기 당시와 같지는 않다고 하나, 가계부채가 OECD 국가 중 1위이며, 이자율이 조금만 올라도 그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근본적 대안이 나오기도 어렵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정부 내 관료 집단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얘기다.

어떤 미래의 문을 열지는 어떤 대화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픽사베이
어떤 미래의 문을 열지는 어떤 대화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픽사베이

생태환경 분야에서는 기후위기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2021년 기후온난화는 더욱 심해지고 기상이변도 더욱 빈발할 가능성이 있다.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온난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으나, 기후온난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캐나다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보다 7배나 빠르다. 기후온난화가 기하급수적 특성을 보이면서, 바이든과 미국 민주당의 그린뉴딜은 탄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린뉴딜은 중국과의 글로벌 헤게모니 싸움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적극적인 탄소세 부과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낮추는 전략을 펼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 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2050년을 목표로 넷제로(Net Zero)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산업이 아직 에너지 집약 산업이 많아 넷제로 추진에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이다. 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 제도 분야에서 보자면, 사회적 양극화와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정치적 제도적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경제논평가 마틴 울프(Martin Wolf)가 2020년 하반기에 추천한 책 19권 중 다수가 불평등과 민주주의 위기 및 노후화된 자본주의에 대한 것이다. 그의 시각을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다수의 미래학자가 포스트 캐피탈리즘에 대한 고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당분간 자본주의의 실천적 대안이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사회 양극화와 갈등에 대한 논란만 커질 수 있다. 더구나 2022년 대선으로 인해, 한국에선 차분하고 건설적 논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진영에서는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에 착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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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미래를 만드는 대화가 곧 미래예측

2021년에 일어날 변화의 깊은 굴곡은 그 깊이만큼 많은 기회를 준다. 정부, 시민사회단체 및 기업은 이 기회를 넘어야 할 파도로 여겨야 한다. 그 거친 파도 위에서 시원한 파도타기를 즐겨야 한다. 태풍이 불어야 “돼지가 하늘을 날 수 있다”. 이 변화 속에서 한국사회, 기업 및 개인은 더욱 큰 꿈을 키울 것이다.

미래학은 결정론도 운명론도 아니다. 미래학이란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현재의 대화다. 그러나 미래는 역사적 우연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흔하며, 21세기에 들어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므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만을 주문처럼 읊고 있어서는 안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미래 가능성을 전망하고, 미래 변화에 대해 기민하게 미래예측을 수행해야 하며, 과감하게 미래의 씨앗을 심을 줄 알아야 한다. 다사다난할 2021년의 파도 타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원려심모(遠慮深謀)를 먼저 실천해야 한다. 한국사회, 한국의 기업 그리고 한국의 시민에게 무한한 격려를 드린다.

윤기영/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에프엔에스미래전략연구소장

synsaj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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