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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시각

‘뉴노멀’ 물결에 정보인권 휩쓸려간다

등록 2020-06-22 06:00수정 2020-06-22 10:27

재택근무·원격수업·화상회의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일반화
기업들 “코로나 안정돼도 이어간다”
민감한 개인정보 무차별 노출 우려
정보공개 절차 개선해 엄격 관리를
스마트폰으로 전자출입명부를 관리하고 있는 피시방.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스마트폰으로 전자출입명부를 관리하고 있는 피시방.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팔뚝 인사,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필수, 수시로 손 씻기, 국외 여행 불가, 재택근무, 원격수업, 화상회의, 스마트 팩토리….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들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목적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언택트)’ 흐름을 타고 생활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익숙해졌고, 삶의 질에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도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도 잇따른다.

새 풍경을 ‘뉴노멀’로 꼽아 남보다 빨리 적응하거나 새로운 사업·산업을 일으킬 기회로 삼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의 ‘거점 오피스’ 전략이 대표적이다. 전 직원의 출퇴근 시간을 20분 이내로 줄이는 게 목표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완전한 재택근무’ 시대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완전한 재택근무가 되기 위해서는 분리된 업무 공간과 대형 모니터 등 업무용 장비가 필요하고 보안 문제도 해결돼야 하는데, 일반 가정에서는 쉽지 않다. 집중이나 보안이 필요한 업무는 2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거점 오피스를 이용하게 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반면 뉴노멀로 수용할 수도, 함께 할 수도 없는 것들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인권 훼손 부분을 바로잡고, 상황이 다급해 ‘어쩔 수 없이’ 동원했던 정보인권 침해 시도들은 폐기해야 한다. 정보인권 침해·훼손 부분에 대한 뒷마무리를 깔끔하게 해두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정보인권 침해에 눈감는 국가로 전락하며, 코로나19 사태에 잘 대응해 높게 평가받은 국격이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인권이란 개인정보 보호,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 접근권 등을 보장받을 권리를 말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의 권리다. 이게 보장되지 않는 디지털 시대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아닌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지난 11일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 주최 ‘코로나19와 인권-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 토론회 모습. 토론회에 앞서 발제·토론자와 방청객들이 코로나19 희생자들에 대해 묵념을 하고 있다. 주최 측은 토론회 현장 참석 인원을 사전 예약자 50명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 제공
지난 11일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 주최 ‘코로나19와 인권-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 토론회 모습. 토론회에 앞서 발제·토론자와 방청객들이 코로나19 희생자들에 대해 묵념을 하고 있다. 주최 측은 토론회 현장 참석 인원을 사전 예약자 50명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 제공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질의·제안 형식을 빌려, 코로나19 사태 진정 뒤 정부가 ‘서둘러’ ‘꼭’ 해야 할 일을 꼽았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각각 보내며 “우리나라가 가장 강력한 감염병 역학조사 규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긴급한 공중보건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국민 프라이버시권이 일정 정도 제한될 수는 있지만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특히 마무리가 깔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먼저 경찰을 통해 확보하는 위치정보 활용 절차에 대해 “방역 당국이 감염병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라면, 경찰을 통해 받아 경찰의 국민 감시 우려를 자초할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절차를 개선하는 쪽으로 감염병 예방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방역 당국이 직접 요청하고, 개인정보보호위나 인권위의 감독을 받게 하면, 경찰의 위치정보 요구 행태를 일반화하고 남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이태원 클럽’ 사례를 통해 드러난, ‘기지국 접속 이력’ 제공과 관련해서도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기지국 접속 이력이란 통화 없이 휴대폰의 전원을 켜놓기만 해도 일정 시간 단위로 자동 수집되는 위치정보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기지국 위치정보는 요금 수납에 필요한 통화내용에 한해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지국 접속 이력 같은 위치정보는 언제부터, 어떤 근거로 수집해, 얼마 동안 보관했는지? 위치정보 외에 다른 민감한 정보도 수집하고 있지 않은지?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방역 당국 외에 어디에, 어떤 근거로 제공하는지?” 등을 캐물었다.

확진자 동선 공개 방식을 “시간과 장소를 목록 형태로 공개하는 쪽으로 개선하자”는 제안도 했다. “지자체 등이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노출해, 환자와 가족들이 사회관계, 종교, 성 정체성, 행동에 대한 비난과 추측, 혐오 발언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해당 개인 쪽에서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부당한 처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동선 공개 주체를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감염병 확산 방지 목적으로 그동안 수집한 개인정보도 즉시 파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수집된 확진자와 격리자 정보 중 일부가 아직 파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며, “개인정보 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 달성 등 그 개인정보가 불필요하게 되었을 때는 지체없이 파기하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과, 감염병 관련 업무 종료 시 지체없이 파기하도록 한 감염법 예방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정보공개청구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상황 종료 즉시 확진자들의 개인정보를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메르스 관련 개인정보는 왜 파기하지 않고 있는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는 시기’는 언제를 말하는 것인지 등이 의문”이라고 짚었다.

코로나19 사태 종료 시기에 대해서는 작가 유발 하라리도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란 칼럼에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제로(0명)로 감소해도, 데이터 수집에 굶주려 있는 정부들은 2차 확산을 막기 위해 생체 감시가 필요하다고, 또는 에볼라를 막기 위해서, 또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어떤 이유를 만들어내서 계속 데이터 수집 필요성을 주장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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