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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평균 수명이 늘었다고 노화까지 느려졌을까?…“아니오”

등록 2021-06-21 10:04수정 2021-06-21 11:57

평균수명 늘어난 건 조기 사망자 줄인 덕분
의학기술 발달이 노화 속도를 줄인 건 아냐
인간·영장류 39개 집단 출생·사망 분석 결과
인간은 예로부터 늙지 않고 오래도록 사는 삶을 꿈꿔왔다. 픽사베이
인간은 예로부터 늙지 않고 오래도록 사는 삶을 꿈꿔왔다. 픽사베이

늙지 않고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며 사는 것은 인류가 예로부터 추구해오던 꿈 가운데 하나다. 현대인들은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학기술 덕분에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난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19세기 중반 40대에서 현재 70대로 늘어났다. 2002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 여성의 경우 1840년 이후 160년 동안 한 해에 평균 3개월꼴로 수명이 늘어났다. 노화와 관련한 산업의 전 세계 시장 규모가 현재 100조원대에서 2025년 600조원대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섭생의 수준과 의학기술의 발달이 평균 수명을 크게 늘리기는 했지만 노화 속도를 늦춘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른 시기에 사망하는 사람들이 줄었을 뿐 인간의 수명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14개국 42개 연구기관의 과학자들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최근 국제 공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인간과 영장류 동물의 출생 및 사망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 두 집단의 사망 패턴이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은 영유아기의 높은 사망 위험이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크게 떨어져 성인기 초기까지 그 상태를 이어가다, 이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시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환경 요인이 아닌 생물학적 요인이 수명을 결정한다는 걸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생물학적 한계로 인해 성인기에 들어선 이후 일정한 속도로 노화가 진행된다고 하는 ‘노화 속도 불변’ 가설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우간다의 숲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침팬지. 서던덴마크대 제공
우간다의 숲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침팬지. 서던덴마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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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늘어나며 수명평등 좋아져

연구진이 비교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는 17~20세기의 유럽 및 카리브해, 우크라이나의 7개 인구 집단과 1900~2000년의 2개 수렵채집인 집단, 그리고 고릴라와 개코원숭이, 침팬지 등 영장류 30종의 출생과 사망 관련 자료였다. 영장류 30종 중 17종은 야생, 13종은 동물원의 동물이다.

연구진은 특히 노화 불변 가설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기대수명과 수명평등의 관계를 살펴봤다. 기대수명이란 특정 인구 집단의 평균 사망 연령을 말하며, 수명평등이란 사망 연령이 몰려 있는 정도를 뜻한다. 같은 연령에 사망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수명평등이 높은 것이다.

분석 결과,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수명 평등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일본과 스웨덴을 그런 사례로 꼽았다. 오늘날 두 나라에선 사람들이 대부분 70대 또는 80대에 사망한다.

그러나 조사 대상 국가들의 19세기 자료를 보면 수명평등이 매우 낮았다. 사망 연령이 늙은 나이에 몰려 있지 않았고, 따라서 기대수명도 훨씬 더 낮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페르난도 콜체로 서던덴마크대 교수(수학 및 컴퓨터과학)는 “기대수명은 크게 늘어났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노화 속도를 늦췄기 때문이 아니라 유아기, 아동기, 청년기의 사망자가 줄고 이것이 평균 기대수명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대수명과 수명평등의 관계는 영장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출생시의 기대수명과 수명평등의 관계(미 국립과학원회보, https://doi.org/10.1073/pnas.1915884117)
출생시의 기대수명과 수명평등의 관계(미 국립과학원회보, https://doi.org/10.1073/pnas.191588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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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발전은 생물학적 제약을 극복할까

이번 연구의 핵심은 노화의 지연이 아니라 유아기의 사망률 감소 및 각 연령별 사망률 감소가 기대수명을 늘리고 수명평등을 향상시켰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는 주로 사회, 경제 발전과 공중보건 향상을 포함한 생활 환경 개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 초반까지는 유아기의 사망률 감소가 기대수명 증가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져 성인 사망률의 감소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2010년의 경우 출생시 사망률 1% 감소 효과는 71세 사망률 1% 감소 효과와 같았다. 5~40세의 사망률은 기대수명의 변동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보여주듯 환경 개선이 노화 속도를 크게 늦추고, 그에 따라 수명을 크게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앞으로 의학의 발전이 생물학적 제약을 극복하고 지금까지의 진화과정에서 이루지 못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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