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늘어난 건 조기 사망자 줄인 덕분
의학기술 발달이 노화 속도를 줄인 건 아냐
인간·영장류 39개 집단 출생·사망 분석 결과
의학기술 발달이 노화 속도를 줄인 건 아냐
인간·영장류 39개 집단 출생·사망 분석 결과
인간은 예로부터 늙지 않고 오래도록 사는 삶을 꿈꿔왔다. 픽사베이
우간다의 숲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침팬지. 서던덴마크대 제공
기대수명 늘어나며 수명평등 좋아져 연구진이 비교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는 17~20세기의 유럽 및 카리브해, 우크라이나의 7개 인구 집단과 1900~2000년의 2개 수렵채집인 집단, 그리고 고릴라와 개코원숭이, 침팬지 등 영장류 30종의 출생과 사망 관련 자료였다. 영장류 30종 중 17종은 야생, 13종은 동물원의 동물이다. 연구진은 특히 노화 불변 가설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기대수명과 수명평등의 관계를 살펴봤다. 기대수명이란 특정 인구 집단의 평균 사망 연령을 말하며, 수명평등이란 사망 연령이 몰려 있는 정도를 뜻한다. 같은 연령에 사망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수명평등이 높은 것이다. 분석 결과,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수명 평등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일본과 스웨덴을 그런 사례로 꼽았다. 오늘날 두 나라에선 사람들이 대부분 70대 또는 80대에 사망한다. 그러나 조사 대상 국가들의 19세기 자료를 보면 수명평등이 매우 낮았다. 사망 연령이 늙은 나이에 몰려 있지 않았고, 따라서 기대수명도 훨씬 더 낮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페르난도 콜체로 서던덴마크대 교수(수학 및 컴퓨터과학)는 “기대수명은 크게 늘어났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노화 속도를 늦췄기 때문이 아니라 유아기, 아동기, 청년기의 사망자가 줄고 이것이 평균 기대수명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대수명과 수명평등의 관계는 영장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출생시의 기대수명과 수명평등의 관계(미 국립과학원회보, https://doi.org/10.1073/pnas.1915884117)
의학 발전은 생물학적 제약을 극복할까 이번 연구의 핵심은 노화의 지연이 아니라 유아기의 사망률 감소 및 각 연령별 사망률 감소가 기대수명을 늘리고 수명평등을 향상시켰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는 주로 사회, 경제 발전과 공중보건 향상을 포함한 생활 환경 개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 초반까지는 유아기의 사망률 감소가 기대수명 증가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져 성인 사망률의 감소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2010년의 경우 출생시 사망률 1% 감소 효과는 71세 사망률 1% 감소 효과와 같았다. 5~40세의 사망률은 기대수명의 변동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보여주듯 환경 개선이 노화 속도를 크게 늦추고, 그에 따라 수명을 크게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앞으로 의학의 발전이 생물학적 제약을 극복하고 지금까지의 진화과정에서 이루지 못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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